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 의혹 & 파장 막전막후

2010.10.05 09:42:29 호수 0호

‘구린내 진동’ 검, 검은돈 냄새 맡았다

[일요시사=경제1팀] 현대종합상조가 초상집 분위기다. 박헌준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빼돌린 의혹의 돈이 무려 100억원에 이른다. ‘검은돈’냄새를 맡은 검찰은 박 회장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현대종합상조. 박 회장을 둘러싼 의혹과 이를 토대로 상조시장 전체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무분별한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얼룩진 상조업계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내로라하는 상조업체 경영진이 줄줄이 구속된 것. 이번엔 업계 2위 현대종합상조가 코너에 몰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상조업계의 전체적인 부실 실태를 수차례에 걸쳐 점검한 바 있다. 특히 최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종합상조의 구멍 난 경영 상태 등을 집중 분석해 현 사태를 예고하기도 했다.



검찰, 박 회장 회삿돈 100억원대 빼돌린 정황 포착 
본사 압수수색 등 수사 급물살…경영진 곧 줄소환

충북 제천 출생의 박헌준 회장은 서라벌고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 탓에 대학은 커녕 일찌감치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그의 첫 직장은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이었다.
하지만 산업 현장이 적성에 맞지 않아 다시 시작한 일이 영업이다.
지갑, 책, 레저용품, 카메라 등 닥치는 대로 팔다 결국 손에 붙은 품목이 보험이다. 박 회장은 1996년 현대해상화재보험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첫해에 이어 1997년, 1998년 3년 연속 ‘판매왕’에 올랐다.
먹고살 만큼 돈을 번 박 회장은 외국 이민을 준비하다 우연찮은 계기로 상조업을 떠올렸다. 
친구 어머니 빈소에 들렀다가 상조의 필요성을 느낀 것. 그렇게 2002년 울산에서 출발한 현대종합상조는 뒤늦게 상조업에 뛰어들어 불과 8년 사이 국내 대표 상조업체로 자리 잡았다.
현대종합상조는 현재 보람상조(회원수 70만명)에 이어 업계 2위다. 전체 상조 고객 중 20%에 달하는 약 5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신계약고가 1조원을 넘는다. 매출은 2006년 47억원에서 지난해 260억원으로 3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인력, 영업망 역시 업계 최고를 자랑한다. 모두 본사 직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전국 120여 개 지점 및 영업소에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겸비한 직원수만 1만8000여명(설계사 포함)에 이른다.
현대종합상조의 성공 요인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선진국형 장례서비스 ‘프리드(Preed)’가 꼽힌다.
프리드는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 활성화돼 있는 개념인 ‘프리니드’(Pre-need)에서 착안했다. 프리니드는 죽음을 대비해 사전에 준비하는 행위나 제도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선진국에선 이미 일반·보편화된 상품이다.
프리드 상품은 ▲다이아몬드형(월 2만8000원×125회) ▲퍼펙트형(월 3만3000원×120회) ▲임페리얼형(월 7만3000원×120회) 등 3가지로 나뉜다.
박 회장은 “어둡고 부정적이었던 우리 장례문화의 개선을 위해 선진국형 장래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며 “단지 상업적인 장례서비스의 차원을 넘어 밝고 새로운 선진 장례문화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한 캠페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조는 이외에도 신속하고 완벽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4시간 고객감동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또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과 모바일 시스템, 최첨단 GPS를 이용한 위치확인 시스템 등 체계적인 장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보람, 한라, 현대까지 ‘줄줄이 표적’
다음 타깃 어디?…후폭풍 확산 조짐

박 회장은 회사 성장을 기반으로 개인적으로도 과감한 대외 행보를 펼쳐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갔다.
지난 2월 전국상조협회장에 선임된 것이 대표적이다. 전국상조협회는 전국 113개 상조업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국내 대표 상조단체로 회장 임기는 2년이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건으로 업계 1위 보람상조가 휘청거리면서 상대적으로 현대종합상조가 치고 올라가는 추세”라며 “보람상조에 가입 예정이거나 대거 이탈한 고객들이 현대종합상조로 몰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최근 현대종합상조는 초상집 분위기다. 박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빼돌린 의혹의 돈이 무려 100억원에 이른다. 현대종합상조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검은돈’ 냄새를 맡은 검찰은 박 회장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달 28일 박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서울 여의도에 있는 현대종합상조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부동산 매입 또는 설계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100억원 이상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의 사무실 등에서 주요 영업·회계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박 회장 등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라며 “필요하다면 횡령금의 출처와 규모, 사용처 등을 밝혀내기 위해 광범위한 계좌 추적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종합상조 측은 박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아닌 새 상조법 시행과 맞물린 조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횡령? 전혀 사실무근
수사 아닌 일반조사”

현대종합상조는 홈페이지에 올린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 및 고객님께 드리는 말씀’이란 글을 통해 “당사와 관련된 언론들의 보도(검찰 압수수색)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강력히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선 이번 할부거래법(9월18일) 시행에 맞춰 대형 상조회사를 순차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당사도 이번에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당사는 2007년부터 삼일회계법인의 감사를 통해 투명경영과 재무건전성 제고에 최선을 다해 왔다”며 “고객이 내주는 선수금을 소중하게 관리해 부금예수금 대비 회사보유금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2014년까지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되는 50% 이상을 이미 상조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맹기 부장검사가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흘러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차 부장검사는 부산지검 특수부에서 보람상조 수사를 맡았던 ‘상조업 저승사자’로 유명하다.
차 부장검사가 부산지검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상조업체 1위에 이어 2위인 현대종합상조를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부산지검은 지난 5월 불공정 계약을 통해 3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과 임원 등을 구속 기소했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부산지검 안팎에선 차 부장검사가 다른 상조회사에 대한 내사도 진행해 이른바 ‘상조 X파일’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회자됐었다. 따라서 업계에선 보람상조 외에 추가로 검찰의 예봉을 맞는 상조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다음 타깃은 곧바로 드러났다.
회원수 15만명을 보유한 한라상조였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16일 회삿돈 25억원을 빼돌려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박헌춘 한라상조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공교롭게도 박 대표는 박 회장의 동생이다. 박 회장이 2002년 먼저 울산에 현대종합상조를 세웠고, 이듬해 박 대표가 역시 울산에 한라상조를 차렸다.
사실 횡령 혐의와 같이 고객돈 유용 의혹에 휩싸인 상조회사는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부 업체는 오너의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나돌고 있다. 보람상조와 한라상조에 이어 이번 현대종합상조 수사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곪을대로 곪은 고질병 터졌다”
상조업계 ‘불똥튈라’ 노심초사

그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
상조업체들로선 숨죽인 채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물론 상조업체들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납입한 회비를 떼일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곪을 대로 곪은 상조업계의 문제는 이미 여러 번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개정안(고객 납입금의 50%를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금융기관에 예치 등)이 지난달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사실상 ‘무법지대’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국 상조업체는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 2004년 100개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200여 개로 불어났다. 업계에선 ‘상조회사가 자고 나면 또 생긴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이들 업체에 가입된 회원은 2007년(189만명)에 비해 40% 정도 증가한 약 260만명이다.
영세업체와 미등록업체까지 합할 경우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추산이다.
시장 규모만 3조원이란 추정도 있다.
상조회사가 난립하다 보니 부실·영세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는 실정.
그 부실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고객의 돈이 축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상조업 관련 소비자 불만 및 피해 건수는 2005년 219건에서 지난해 2446건으로 급증했다.
과다한 위약금 요구, 부당한 계약체결, 납입금 반환 거절, 서비스 불만족, 사업자 도산 뒤 장례서비스 미이행 등이 주요 피해 사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상조 시장은 쉽게 설립할 수 있는 낮은 문턱 때문에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그만큼 구조적으로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황에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비스가 부실하거나 파산하는 상조업체가 속출하고 있어 덩달아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산서 보람상조 잡은
‘상조 저승사자’ 지휘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주요 상조업체들의 회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회사들이 자본잠식 상태”라며 “상조업체들의 부실은 줄도산으로, 줄도산은 소비자 피해로 연결되기 때문에 업계 전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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