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진노한 사연

2010.10.05 09:43:41 호수 0호

“지금이 어느 땐데? 몽땅 잡아들여!”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진노했다. 직원 4명이 판촉물을 납품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참다 못한 김 회장은 내부감사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회장님의 ‘불호령’에 뜨끔할 법도 한 동서식품이지만 애써 태연한 듯 시치미를 뚝 떼는 표정이다.

직원 4명 납품 미끼로 납품업체에게 수십억 챙겨
김 회장 분노 폭발…“내부감사 착수하라” 불호령


커피믹스·시리얼 등의 상품에 끼워주는 판촉물을 납품하는 대가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주고받은 식품회사 직원과 판촉물 납품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마포경찰서는 최근 납품을 미끼로 판촉물 사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권모(39)씨 등 동서식품의 전ㆍ현직 직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연루된 직원들은 대리 등 실무자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4년간 21억원

경찰에 따르면 판촉물 납품업체 넥스토아 대표 민모(48)씨와 이 회사 영업부장 유모(39)씨는 권씨에게 “상품을 사면 덤으로 주는 플라스틱 보관 용기 등을 동서식품에 공급하게 해 달라”고 청탁했다. 권씨는 납품 대가로 같은 회사 직원 3명과 함께 회사 몰래 차명 계좌를 만들어 2004년 7월부터 2008년 5월까지 4년간 업체로부터 21억원 상당의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범행은 작년에 납품 계약이 해지된 넥스토아 측에서 올해 6월 동서식품에 뇌물 제공 사실을 폭로하면서 들통 났다. 동서식품이 해당업체와 계약을 끊자 문제의 동서식품 직원 4명 중 1명은 돌연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이들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고 뇌물이 거액이라는 점을 들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사자들이 돈을 돌려줄 수 있도록 협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넥스토아 대표 민씨와 영업부장 유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동서식품 측 관계자는 “아직은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상황”이라며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여기서 문제는 장기간에 걸쳐 큰 액수의 돈이 오갔음에도 동서식품 측에선 일이 터지기 전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은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다. 급기야 내부감사에 착수하라는 불호령까지 떨어졌다.

회장님의 진노에 동서식품은 화들짝 놀랐을 법도 하지만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내부감사에 대해 동서식품 측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감사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감사의 내용이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한사코 대답을 피했다.

한편, 이에 앞서 동서식품은 지난달 초 별안간 “건전하고 공정한 기업문화를 창달하겠다”며 기업 윤리강령과 세부 실천지침을 발표했다.
이달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윤리강령은 ▲고객 존중 경영 ▲임직원 존중 경영 ▲주주 존중 경영 ▲임직원의 기본윤리 ▲국가와 사회에 대한 존중 경영 등 5개항으로 구성됐다.

때 아닌 윤리강령?

윤리강령을 발표한 까닭에 대해 동서식품 측 관계자는 “최근 윤리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임직원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판단기준이 될 수 있는 윤리강령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그 시기가 미묘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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