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국내 최초 ‘민영교도소’ 명암

2010.10.05 09:35:00 호수 0호

재범률 4% 도전, 인권침해 문제는? “글쎄”



올해 말 개소 앞두고 재정위기로 공사 삐그덕
특정 종교 포교 돕고 인권침해 문제 있을 수도
기독교 재단 설립, 종교적 교화로 재범률 낮춰

10월 개소를 목표로 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민영교도소인 아가페 기독교 소망교도소의 개소가 연말로 미뤄졌다. 사업 초기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계획대로 추진되는 듯 했던 민영교도소 개소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 잘 나가던 민영교도소 개소에 제동을 건 것은 재정적 어려움이었다. 약 300억원의 사업규모로 공사가 진행되던 중 후원이 끊기면서 지난 8월1일부터 공사 중단 상태에 놓인 것. 이에 (재)아가페 기독교 소망교도소 이사장 김삼환 목사 등 기관 관계자들은 기독교인들의 후원을 촉구하고 있다. 개소를 앞두고 갑작스레 제동이 걸린 국내 최초 민영교도소의 흑과 백을 들여다봤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영교도소가 될 소망교도소는 한국 교계가 오랫동안 힘써왔던 교도소 선교가 단발성, 교회별 사역에 머문다는 점을 고심하던 중 출발했다.

전국 53개 국영교도소의 수용 인원인 7만6000여 명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교정시설의 한계를 느낀 지 오래다. 이와 관련 교계는 이 같은 뜻을 정부와 함께 하면서 미국의 민영교도소 프로그램을 도입·추진하게 됐고, 2001년 6월 재단법인 아가페가 설립됐다. 이사장은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맡았다.

국내 최초 민영교도소

이후 아가페 재단은 이듬해 법무부로부터 민영교도소 수탁자로 선정돼 2003년 1월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외룡리 산 10의1 일대 16만7000여㎡에 부지를 매입하고 여주군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교도소가 들어서는 것을 순순히 찬성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지역 주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업 초기 지역주민의 반대가 심했지만 꾸준히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고, 민선 4기가 출범한 이후 주민들과 극적인 타협을 이뤄내면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 왔다.


당시 아가페 측은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민영교도소 건립에 따라 우선 북내면 2곳의 공장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공장 및 민영교도소 인력을 여주 및 북내면 인력으로 최대한 충원하기로 했다.

또 지역 농산물을 공장 및 민영교도소에서 최대한 소비하고 제2영동고속도로 주암 IC 유치에도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2008년 첫 삽을 뜬 소망교도소의 현재 공정률은 92%. 수용동, 교육센터, 공장동, 청사동 등 주요 시설들은 제 모습을 찾았고, 잔여공사로 바닥 포장공사, 전기공사 일부분을 남기고 있다. 독거실을 비롯한 3인실, 5인실 등 모든 수용동은 유리창이 큼직하고 많아 구석구석 햇볕이 들고 시설도 깨끗하기 그지없다.

이곳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될 수형자들은 외국처럼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고, 체육과 종교행사가 가능한 대규모 강당도 마련되어 있으며, 전자식 잠금장치 등 최신 설비도 갖췄다.

계획대로 준비되는 듯 했던 민영교도소 개소에 제동을 건 것은 재정적 어려움이다. 결국 아가페 이사장 김삼환 목사는 지난 9월2일 기독교계와 언론계 대표를 긴급 초청해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이날 김 목사는 소망교도소의 재정 상황을 공개했다. 설립 예산액 288억원 가운데 그동안 전국 교회와 개인 등이 144억원을 후원했으나 나머지 144억원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 이 중 후원을 약정했으나 미입금된 금액만 44억원으로 새롭게 모금해야할 금액은 100억원에 달한다.

이날 김 목사는 “그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한국 기독교계 전체가 도와주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우리가 넉넉히 감당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기독교인들의 후원으로 공사가 재기되고 준공된다고 하더라도 민영교도소 개소를 앞두고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영교도소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제대로 파악해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획 초기 소망교도소는 한국 최초 민영교도소라는 역사적인 의미와 함께 민간의 효율적인 경영기법과 탄력적인 교화프로그램으로 수용자의 재범방지는 물론 정부 교정 예산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실제 소망교도소 교정 프로그램은 정직, 책임, 수용, 공동체, 회복 등 매일 주제를 정해 성경공부를 비롯한 신앙훈련과 내적치유 등 회복훈련 및 상담 등 공동체 훈련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 또 이 프로그램은 수용자들의 재범 방지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가페가 2005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여주교도소 수용자 중 일부를 선발해 매년 6개월씩 시범운영을 실시한 결과 프로그램 이수자 120명 가운데 83명이 출소했으며 이들 중 재범자는 5명(6%)에 불과했다. 기존 교도소 출소자의 재범률이 50%를 넘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놀라운 수치다. 특히, 이는 아가페가 모델로 삼은 미국 IFI 기독교교정프로그램의 평균 재범률(8%)보다 낮은 수치다.


기존 교도소와는 달리 핵심기능 시설이 한 블록에 모여 있다는 것도 소망교도소만의 특징이다. 소망교도소는 시설별로 수용자 이동경로를 하나로 통합해 적은 인원으로도 관리가 가능하고 수용자 이동에 따른 시간 효율성도 극대화했다.

나아가 기존 교도소에서는 수용동 내 사방에서 식사가 이뤄지지만 소망교도소는 모두 식당을 이용하게 된다. 이 같은 특징의 소망교도소가 준공되고 개소하게 되면 총 300여 명의 수형자를 수용할 예정이며, 악성 범죄자와 초범자를 함께 수용하는 것은 교정에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소망교도소 수용대상은 초범이나 모범 수형자가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각에서는 민영교도소 운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민영교도소로 운영되면서도 운영비는 국가 예산을 쓰기로 해 특정 종교의 포교를 돕는다는 지적과 함께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교도소 민영화를 우려하는 측에서는 가장 먼저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민영교도소 역시 민간이 운영하는 기관이므로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될 경우 재소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대두될 수 있다는 것.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감독 공무원 5명을 파견한다고는 하지만 인권침해 가능성을 얼마나 차단할 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민영교도소의 흑과 백

또 이들은 수감태도가 우수한 수형자부터 소망교도소에 배정하겠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는 민영교도소 출감 수감자들의 낮은 재범률로 이어질 것이고, 나중에는 민영교도소 확대의 논리로 이용될 것이 뻔하다는 것.

나아가 민간교도소에 모범 수형자를 싹쓸이 배정하는 것은 민간교도소 출신은 모범 재소자, 일반 교도소 출신은 불량재소자 등의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이는 재소자의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소망교도소가 기독교계 재단 산하라는 점도 문제될 수 있다. 정부의 지원 아래 기독교계가 운영하는 소망교도소에 각종 혜택이 주어질 경우, 이 교도소에 입소하기 위해 재소자들은 특정 종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재단법인 아가페 측은 “우리 교화 프로그램에 따르기로 동의를 한 분들만 받아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어떤 강요나 종교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원자에 한 해 수형자를 배치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원자가 많은 경우, 어떤 기준으로 수감자를 결정할지 형평성 논란이 남아있어 이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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