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최고위원 미스터리

2016.01.29 17:26:32 호수 0호

정치 신인이 당 고위직 직행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금까지 비워뒀던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앉혔다. 이로써 김무성 체제 출범 이후 최초로 최고위원진 구성을 완성 지었다. 그러나 결과를 두고 당내에서는 이런저런 추측성 뒷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과연 ‘험지출마’에 따른 보상일까. 아니면 다른 뜻이 숨어있는 걸까. 지난 1월21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안대희 전 대법관을 최고위원에 임명한다고 발표하자 복수의 언론은 이를 '감사의 표시'로 해석했다. 반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종로 출마를 선언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인선 얘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묘한 대비를 이뤘다. 아껴뒀던 카드를 안 전 대법관에게 쓴 이유에 대해 정가에서는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김무성 뜻은?

논란의 불씨를 댕긴 건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이다. 지난 1월25일 홍 의원은 안대희 최고위원의 데뷔 전날 폭탄발언을 날렸다. 안 전 대법관의 최고위원 임명이 김 대표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견제 목적이라는 것. 발언은 삽시간에 ‘김무성-최경환’의 파워게임 의혹으로 이어졌다.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홍 의원은 “(안 최고위원은) 정치를 잘 모르시는 분인데, 차라리 최 전 부총리나 이런 사람들이 최고위원으로서 선거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그런 사람(최 전 부총리)한테 기회를 안 주기 위해서 안 최고위원을 바로 임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돌발 발언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앞서 ‘외치-반기문, 내치-친박계’를 골자로 한 ‘이원집정부제’라는 메가톤급 발언도 서슴지 않던 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가에서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는 새누리당이 공천과 관련된 주요 당직 인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 그리고 최 전 부총리의 정가 복귀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 등 일련의 상황들이 아귀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 전 부총리의 귀환을 앞두고 친박계가 바람몰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홍 의원은 그동안 친박계 내에서 강한 발언으로 상대를 휘젓는 선봉장의 역할을 수행해왔던 인물이다.

최근 공천 룰과 관련해 비박계가 선전한 것도 해당 발언이 나온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비박계는 최근 ‘여론 70, 당원 30’을 관철시킴으로써 ‘공천학살’의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했다. 이에 기세가 등등해진 비박계의 기세를 한풀 꺾고자 홍 의원이 총대를 멨다는 해석이다. 시점으로 봤을 때 인재영입위원장 임명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도 계산된 발언이었다는 데 무게가 실려진다.

김 대표는 즉시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정당에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미 정해진 일에 비판을 계속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될지 중진 의원으로서 신중하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원집정부제 이슈가 터진 후 기자들과 만나 “그건(이원집정부제) 그(홍문종 의원)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내게 왜 물어보나”라고 말했던 과거와 묘한 기시감이 드는 반응이었다.

종로가 정치1번지라면, 마포구는 서울 민심의 ‘풍향계’라는 말이 있다. 서울 수복을 지상과제로 삼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곳. 나아가 서대문구갑, 중구로 불길을 옮기려면 마포구 수복은 선행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잘 부탁한다’는 뜻으로 최고위원을 줬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김 대표의 선택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더해지고 있다.

깜짝 임명 두고 정가 시끌…이유는?
험지보상? 최경환 견제? 친박계 시비

험지출마를 받아들인 보상이라는 당초 해석과 달리, 정가에서는 과연 마포갑을 험지로 볼 수 있냐는 데 이견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이지만, 18대 국회만 해도 새누리당 강승규 전 의원이 있던 곳이다.

17대 국회에서 노 의원이 현역이었지만, 16대에서는 한나라당 박명환 전 의원이 당선된 곳이다. 즉 여야가 징검다리로 당선되는 곳인데, 험지라고 보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세균이라는 야당 거물이 있는 종로가 더 험지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복수의 정가 관계자들 전언이다.

때문에 안 최고위원 임명이 오 전 시장 견제용이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둘 모두 지역 연고가 적은 종로·마포에 뛰어들었으며, 야당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는 곳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한 사람에게만 돌아갔다.
 

정가는 오 전 시장이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견제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종로 출마를 두고도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정례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주자로서 오 전 시장의 지지율은 꾸준하게 상승해왔고, 결국 문재인·김무성·안철수에 이어 빅4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앞서 3사람이 당 대표 급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거기다 최근 오 전 시장이 친박계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있어 비박계 수장인 김 대표의 견제가 필연적이라는 얘기가 있다. 친박계는 험지출마론으로 갑론을박이 치열할 때도 줄곧 오 전 시장의 종로 출마를 원해왔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바 있는 이재원 의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오 전 시장의) 서울 종로 (출마)가 바람직하다”고 지지를 보냈다.

당에서는 현재 마포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승규 전 의원의 입을 통해 불만이 새나오는 상황이다. 강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안 전 대법관의 최고위원 임명에 유감을 표시한 뒤 “당 대표의 고유권한이지만 평시가 아니라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공정 경선을 진행하는 데 대해서는 마포갑 당원과 주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비판에 대해 김 대표는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나는) 우리 당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강 전 의원의) 반발 여부는 본인 생각이고 여전히 민주적 절차에 의한 경선을 치를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오세훈 때문?

비박계에서도 김 대표의 속내를 완벽히 해석해내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 1월2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특정 예비후보를 당내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로 지명해 버리는 것은 공정한 경선의 시비가 될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한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안 최고위원 임명이 친박-비박 간 공천을 둘러싼 갈등에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대희 데뷔 전략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처음 올라선 안대희 최고위원의 전략은 옛 동지에 대한 네거티브였다. 안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고위원으로 국민여러분께 처음 인사드리게 됐다”며 운을 땐 안 최고위원은 “(김 선대위원장이 야당에 몸담은 것은) 정치의 서글픈 모습을 또 한 번 (국민들께) 보여드리는구나 생각했다”며 “정당정치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안 최고위원과 김 선대위원장은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함께 일한 동지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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