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후계자 자질 체크 ③ 대상그룹 임세령

2010.09.28 09:31:10 호수 0호

‘돌싱’ 믿어? 말어? 회장님은 갑갑하다


한 나라의 경제에서 대기업을 빼곤 얘기가 안 된다. 기업의 미래는 후계자에 달렸다. 결국 각 그룹의 후계자들에게 멀지 않은 대한민국 경제가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를 맡겨도 될까. 불안하다.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경영수업 중인 ‘황태자’들의 자질을 체크해봤다. 세 번째 주인공은 대상그룹 3세 임세령씨다.


그룹 외식업체 대표 선임…이혼 후 첫 대외행보
동생에 지주회사 지분 밀려 ‘38:20’ 2배 격차


대상그룹의 후계구도는 복잡하지 않다. 딸만 둘이기 때문이다. 장녀 세령, 차녀 상민씨다. 아들이 없는 임창욱 명예회장으로선 두 딸을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 로드맵을 완성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각축전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이다. 대상그룹 안팎에선 후계구도를 놓고 각기 다른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가로 시집간 세령씨가 현모양처로 지낼 때만 해도 ‘지휘봉’은 아직 솔로인 상민씨에게 돌아가는 듯 했다.

경영활동 본격화

그러나 지난해 2월 세령씨가 파경으로 친정에 돌아오면서 승계 시나리오가 급수정된 모양새. 조만간 그룹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령씨는 지난 5월 대상그룹 외식업체 와이즈앤피(YZ&P)의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세령씨가 그룹 계열사에서 공식 직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지난 6월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인수, 와이즈앤피의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와이즈앤피 지분은 세령씨와 임 명예회장이 60%, 대상홀딩스가 40%다. 그룹 지주회사 대상홀딩스가 지난해 9월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와이즈앤피는 서울 명동과 대구 롯데백화점 등에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요리를 취급하는 퓨전 레스토랑 ‘터치오브스파이스’(Touch of spice)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상그룹이 외식사업에 다시 진출한 것은 1990년대 ‘로즈버드’와 ‘나이스데이’란 브랜드로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를 추진했다가 접은 이후 10여년 만이다.그룹은 터치오브스파이스를 시작으로 향후 5년 내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코리안 다이닝 바, 베이커리 등 5개 외식 브랜드를 론칭하고 매장수를 5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오는 2014년까지 매출액도 500억원으로 잡았다.

재계 관계자는 “세령씨가 공동 대표 선임과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은 본격적인 경영 참여의 신호탄으로 보인다”며 “이혼 전 대외 활동을 자제했을 때만 해도 동생이 후계자로 유력했으나 지금은 판세가 뒤집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령씨의 외식사업이 향후 그룹 경영승계로까지 이어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외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개인적으로나 사업적으로 구설에 자주 올랐기 때문이다.

세령씨는 지난 4월 배우 이정재씨와 필리핀에 동행해 스캔들에 휩싸였다. 양측은 “둘은 친구사이로 사업차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많은 뒷말이 나왔다. 앞서 지난해 불법 증축된 서울 청담동의 호화빌라 ‘마크힐스’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세령씨는 외식사업 첫 작품인 레스토랑의 불법영업으로 망신을 당했다.

[난감… 곤욕… 망신…]
배우 이정재와 스캔들
불법 초호화빌라 매입
사업장 불법영업 적발


와이즈앤피는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터치오브스파이스 1호점을 열었지만, 불법 증·개축으로 종로구청에 적발돼 지난 5월 문을 닫았다. 명동점과 롯데대구점은 2, 3호점이다. 특히 올해 33세인 세령씨보다 세살 적은 상민씨가 지분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점도 대물림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한다. 상민씨는 이화여대와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현재 영국에서 유학(런던 비즈니스 스쿨 MBA) 중이다.

그룹에서 맡고 있는 직책도 없다. 자회사 UTC인베스트먼트와 대상㈜ PI(경영혁신)팀에서 잠시 실무를 익혔으나 정식 직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2005년부터 증여 등을 통해 꾸준히 지분을 확대했다. 그 결과 세령씨에 거의 두배까지 격차를 벌였다. 상민씨는 지난 6월 말 기준 대상홀딩스 지분 38.36%로 최대주주다. 반면 세령씨는 20.41%를 갖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와이즈앤피를 비롯해 대상㈜, 대상정보기술,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동서건설 등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결국 상민씨는 세령씨를 제치고 대상홀딩스를 통해 그룹 1인자 지위를 간접적으로 확보한 셈이다. 임 명예회장과 그의 부인 박현주씨는 각각 대상홀딩스 지분 2.88%, 2.35%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제3의 인물 등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두 딸이 아닌 그들의 남편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 오너의 사위가 회장직에 오른 동양그룹(현재현 회장)과 오리온그룹(담철곤 회장)이 그 예다. 세령씨의 재혼과 상민씨의 남편이 누가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대상그룹 측은 경영승계와 관련해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후계구도 자체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구설 단골손님

회사 관계자는 “오너는 그룹 경영의 주요 사안을 챙기고 각 계열사는 1997년부터 도입한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임 명예회장이 올해 61세로 아직 경영에서 물러날 시점이 안 됐을 뿐더러 딸들도 경영에 참여하기는 아직 이르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그룹의 일축에도 불구하고 임 명예회장은 고민일 수밖에 없다. 능력도 검증이 안 된 30대 초반의 두 딸에게 경영을 맡기기엔 불안하다. 그렇다고 마냥 사위만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다. ‘갑갑한’임 명예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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