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2010.09.20 10:15:00 호수 0호

18세기 조선을 사로잡은 길거리 고수를 만나다!


안대회 저 / 한겨레출판사 펴냄 / 1만4000원



입소문만으로도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꾼들의 파란만장 인생 이야기

지식과 권력, 재물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보다 딴따라들의 한판 놀음, 기이한 연애담, 혹은 다양한 사건 사고 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가진 자들의 이야기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연륜과 식견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흥미를 돋우며 우리 얼굴을 환하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대중가요의 노랫가락이요, 딴따라의 이야기 한 자락임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시대가 달라져서 그런 것들이 각기 다른 위상에서 조명받고 있지만, 봉건적 분위기가 강했던 조선시대에는 그런 것들이 융숭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봉건제의 균열 조짐이 보이던 조선 후기에 들어서서는 상업적인 문화가 융성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활력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영·정조 때 꽃핀 새로운 시대 분위기일 터인데, 이는 단지 지식인들 사이에서만 넘쳐났던 것이 아니다.

신분제의 균열을 틈타 가진 자들의 세계가 바뀐 것만큼이나 못 가진 자들의 세계도 바뀌어갔다. 사농공상의 구분이 뒤섞이고 상업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시장은 새로운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는 문제적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물자들과 돈이 오갔다. 당연히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동시대의 스타들, 즉 꾼들이 있었다.

재담꾼과 구기 전문인, 광대, 전기수와 같은 예인들은 장터에서 연희를 펼치며 도시민들의 희로애락을 위무했다. 몰락한 양반이 시장에 나가 나무를 팔고, 쉰 살 먹은 노처녀가 떡과 엿을 팔며 세상 남자는 모두 내 남자라고 호령하는 모습은 이전 시대에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돈맛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일확천금 횡재를 꿈꾸었고, 저잣거리 뒤편 기생방에서는 조방꾼을 사이에 두고 큰돈이 오가며 기생과 한량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거리에서는 여승과 양반이 주고받은 연애편지가 회자되었고, 민중들은 신출귀몰 영웅을 바라기도 하고 점괘에 기대 세상 이치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이들 다양한 인물들은 동시대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면서 그들의 삶을 위무했던 이들이다. 그리하여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고 그만큼 인기를 누리며 주목받았다.

이들 손꼽히는 당대 명물들은 각각의 캐릭터만으로도 우리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그들 하나하나가 활력 넘치는 풍경 속 조각이 됨으로써 18세기 조선의 자유롭고 활기찬 모습을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에서는 비주류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주목한 조수삼의 <추재기이>에 기록된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다른 문헌에 기록된 어떤 사람과 동일인인지, 어떤 상황과 맞물리는지 등을 정밀하게 맞춰보면서 풍부하면서도 실증적으로 인물들을 고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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