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후계자 자질 체크1> 대신증권 양홍석

2010.09.07 09:11:30 호수 0호

최연소 임원 타이틀 ‘부끄럽지 아니한가’



‘초광속 승진’ 대표 안착…능력 부실검증 도마
‘살얼음 지분율’ 지배구조 취약 “경영권 괜찮나?”

한 나라의 경제에서 대기업을 빼곤 얘기가 안 된다. 기업의 미래는 후계자에 달렸다. 결국 각 그룹의 후계자들에게 멀지 않은 대한민국 경제가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를 맡겨도 될까. 불안하다.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경영수업 중인 ‘황태자’들의 자질을 체크해봤다. 첫 번째 주인공은 대신증권 3세 양홍석 부사장이다.



그저 집안일밖에 몰랐던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이 회장은 2004년 9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남편 고 양회문 전 회장 대신 그룹 지휘봉을 잡았다. 경영일선에 나선 이 회장은 후계작업을 서둘렀다. 시아버지 양재봉 창업주도 직접 승계를 챙겼다.

집안의 장손 양홍석 부사장은 당시 대학생이었다. 당초 해외 유학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바로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실무경험이 우선이란 판단에서다.

4년 만에 대표이사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양 부사장은 2006년 8월 공채로 대신증권에 입사했다. 군대는 방위산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3년간 대체복무를 했다. 선릉역·명동지점 등 ‘야전부대’에서 차근차근 실무를 익히던 그는 이듬해부터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2007년 1월 유일한 남동생 고 양홍준씨가 불운한 사고로 사망하면서 더욱 속도를 냈다.

‘2006년 8월 입사(25세)→2007년 5월 상무(26세)→2007년 10월 전무(26세)→2008년 3월 부사장(27세)’
재벌그룹 자녀들의 빠른 승진을 두고 보통 ‘초고속’이란 표현을 사용하지만, 이쯤 되면 ‘초광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로 누나(양정연 대신증권 차장) 한명이 있지만, 대신증권 후계자로 양 부사장을 의심하는 시선은 드물다. 양 부사장은 지난 5월 대표이사로 선임돼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절차를 끝냈다. 6월엔 결혼해 가정까지 꾸려 그룹의 차세대 오너로서 안정감을 더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신증권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양 부사장이 대권을 승계할 것이란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며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은 이미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 부사장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역시 파격적인 승진 속도가 논란거리다. 일반 사원의 경우 통상 입사에서 임원까지 족히 15∼20년은 걸리기 마련인 점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양 부사장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임원이 됐고, 대표이사까지 4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른 대기업 총수 자녀들과 비교해도 가장 어리고, 가장 승진이 빠른 편이다. ‘황태자’들의 평균 임원 선임 나이는 31세, 임원 후 진급 기간은 28개월이다. 양 부사장의 부친만 해도 평사원으로 출발, 10년간 경영수업을 받은 바 있다.

문제는 전광석화 승진이 자질 시비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경험부족에 따른 리더십 부재가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양 부사장은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지 못한 상태다. 일선 사업부가 아닌 ‘안방’에서 뚜렷한 직책 없이 ‘대표 명찰’만 달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양 부사장이 영업점 등 각 부서를 두루 거치며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했지만, 현장경험은 고작 1∼2년 뿐이다. 양 부사장이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혀 차는 소리가 들리는 대목이다. 아직 20대란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는 반응도 있지만, 현 직책을 따져보면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양 부사장의 자질을 놓고선 회사 내부의 평가도 엇갈린다. 대외업무 담당자는 “양 부사장의 나이가 어려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지만 업무 적응이 빨라 무난하게 제역할을 하고 있다”며 “성격상 대외활동을 부담스러워할 뿐 특유의 친화력으로 임직원들과 손발을 잘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임원은 “양 부사장은 입사 전부터 후계자로 낙점된 만큼 승진은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경영능력도 충분히 검증 받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승진만 한다면 향후 그룹 경영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며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간판보다 실력으로 재벌가 후손이 아닌 경영인으로서 인정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배구조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양 부회장은 대신증권의 개인 최대주주이지만 지분이 취약하다. 지분율이 낮아 자칫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버지와 동생의 지분을 상속받은 양 부사장은 8월 말 기준 6.3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양 창업주(0.1%), 이 회장(1.01%), 양 차장(0.71%) 등 친인척 지분을 합쳐도 8.33%에 불과하다.

오너일가는 올 들어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여 지난해 말 7.57%에서 늘긴 했으나 미미한 수준이다. 대신증권 자사주(9.63%), 사주조합(6.93%) 지분을 더해도 24.89% 밖에 되지 않는다.


이론상으로 제3자가 25%의 지분만 확보하더라도 최대주주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결론이다. 실제 대신증권은 최대주주 진영의 낮은 지분율 탓에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설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외국계 회사들의 대신증권 지분율은 10% 정도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외국계 회사들을 포함한 우호지분이 4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적대적 M&A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으나, 증권가에선 “현재의 대주주 지분 상태가 지속된다면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경험부족 어쩔꼬

이런 난제들은 ‘새파란’양 부사장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의 곁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바로 노정남 사장이다. 1987년 대신증권에 입사한 노 사장은 외곽조직을 돌다 2005년 10월 중앙에 합류, 양 부사장에게 ‘멍석’을 깔아줬다. 전문경영인(CEO)이자 양 부사장의 고모부(양 창업주 둘째 사위)인 노 사장은 대내외 핵심 업무를 총괄하면서 양 부사장의 ‘경영 스승’역할도 맡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마냥 ‘지원군’에게 기댈 순 없는 노릇이다. 양 부사장이 언제쯤 ‘진짜 대표’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대신일가 슬픈 가족사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이 양홍석 부사장을 초고속으로 띄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뭘까. 업계에선 파격인사의 배경을 불행한 가족사로 보고 있다. 남편과 차남을 일찍 잃은 만큼 후계구도의 빠른 정립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남편 고 양회문 전 회장은 2004년 9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54세. 양 전 회장은 폐암으로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병세가 악화됐다. 그는 양재봉 창업주의 차남으로 실질적으로 대신증권을 이끌었다. 중앙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대신증권 공채 1기로 입사해 전무, 부사장, 부회장 등을 역임한 뒤 2001년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회장의 차남 고 양홍준씨는 불운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홍준씨는 2007년 1월 모로코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는 2006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중 교환학생 자격으로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방학을 맞아 모로코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회장의 딸 정연씨는 올해 32세로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 MBA 과정을 마치고 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다 2007년 2월 대신증권 기획실 과장으로 입사, 현재 일본 동경사무소 차장으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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