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해바라기 그리는 서양화가 권인영

2015.12.31 18:14:45 호수 0호

희망과 행운이 가득한 붓질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양화가 권인영의 그림에는 희망이 깃들어 있다. 해바라기처럼 긴 인생 여정을 그림만 보고 살아온 권 작가, 그는 오늘도 묵묵히 화실에서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다. 권 작가와의 전화 인터뷰는 지난 12월30일 오후에 이뤄졌다.



권인영 작가는 어릴적부터 공예가를 꿈꿨다. 멋스런 칠공예 작품이 그를 '예술'의 길로 인도했다. 대학도 공예를 가르치는 부산여대에 입학했다. 권 작가는 "일부러 칠공예 전공이 있는 학교를 골랐는데 그때는 순수하게 작품만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다시 작가로

공예전에 입상하며 재능을 드러냈던 권 작가는 현재 서양화가로 활동 중이다. 권 작가는 "생계 때문에 다른 직업을 찾았다가 지금은 그림 그리는 일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권 작가가 처음 선택한 직업은 미술선생님이었다. 당시 권 작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나름의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남모를 고충도 있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림을 그렸고, 어느덧 그림 그리는 일만 하고 있다. 전업작가가 된 것이다. 권 작가는 "배운 게 이것 밖에 없다"라며 웃었다.

꼬박 1주일 넘게 그려 한 작품이 나올 때마다 권 작가는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작가경력 15년이 된 권 작가는 유명 백화점과 계약을 맺은 '인기 작가'다. 그의 남편은 권 작가의 매니저이자 든든한 후원자다. 이들 부부는 요즘 액자 형태를 벗어난 이미지 아카이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권 작가의 작품은 대개 꽃을 소재로 삼고 있다. 여러 꽃 가운데도 해바라기를 즐겨 그린다. 권 작가는 해바라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외부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답했다.

권 작가 그린 해바라기에는 '행운'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권 작가는 "예로부터 노란색은 황제가 쓰던 귀한 색이었다"라며 "또 노란색은 희망을 나타내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나 혼자 좋아하는 그림보다는 다른 사람이 봤을 때 편안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 선 하나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권인영표 해바라기'의 차별점은 씨앗이다. 씨앗을 입체적으로 묘사해 그림의 독특한 질감을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권 작가는 "해바라기를 가까이서 보면 씨앗마다 꽃이 핀 게 보인다"라며 "예전엔 그저 '예쁘다' 하고 말았지만 자세히 보면 느낌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해바라기 그림 15년…씨앗 하나마다 정성
단순하면서 아기자기한 구성…성실한 그림

천의 얼굴을 가진 씨앗은 작가가 발휘하고 있는 상상력의 밑거름이 됐다. 권 작가는 자신만의 꽃그림을 정초하는 방법으로 '관찰'을 제시했다. 권 작가는 꽃그림을 그려보고픈 지망생들에게 "꽃의 특징을 잘 살피라"라며 "(인위적인 연출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의 작업은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는 듯하다. 축구선수 박지성도 권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백화점과 소품갤러리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바라기는 멀리서 보면 단순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아기자기한 구성이 일품이다. 권 작가는 농담조로 "경기가 풀리면 내 해바라기가 집집마다 걸리기를 기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 작가는 이른바 '금바라기'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금바라기는 금색으로 그려진 해바라기를 뜻한다. 한 카페 주인이 금바라기를 산 뒤 주변 친구들에게 권유해 소위 '공동구매'를 했다는 대목에선 자부심이 묻어났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일종의 컬렉션을 하는 '고객'에 대해선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권 작가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신이 받은 사랑을 나누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화실이 도자기 체험 학습장 쪽에 있는데 가끔 장애학생들이 와서 시간 나면 수업도 돕고 있다"라며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순수하게 미술을 가르쳐 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든다. 여유가 되면 미술치료를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덧칠의 미학

권 작가의 붓은 생계와 직결돼 있다. 그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가는 아니다. 대신 장인처럼 묵묵히 작업에 매진했다. 그 흔한 '슬럼프' 한 번 겪어본 적 없. 옛 공예가들처럼 실용적인 면모가 읽힌다. 권 작가는 "사실 그림을 시작할 때 유화를 고른 건 수정이 편해서 였다"라고도 했다.


그렇다고 허투루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다. 권 작가는 색을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켰다. 겹겹이 쌓아 올린 노란 물감은 어쩌면 희망을 품고 성실하게 살아온 권 작가의 삶과 닮아 있다. 새해를 맞아 권 작가가 전달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모두의 가슴 속에 뿌리 내리길 바래본다.


<angeli@ilyosisa.co.kr>

 

[권인영 작가는?]

▲옛 부산여대 예술대학 졸업
▲92 부산 산업디자인전 특선
▲93 칠공예전 입선
▲한국미술대상전 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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