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탐구⑫‘리틀 노무현’ 김두관 경남도지사

2010.08.31 14:46:56 호수 0호

오뚝이 같은 집념 개혁적 업무 스타일 “쏙 빼 닮았네”


번번이 선거에서 고배를 마셔야했던 김두관 경남도지사. 그럼에도 그는 오뚝이 같은 집념을 발휘, 결국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이에 따라 김 지사 향후 4년간 경남도민들의 살림살이를 챙기게 됐다. 그리고 취임 이후 2달여 남짓이 지난 지금, 도청직원들은 “경남도청은 지금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반응 일색이다. 김 지사가 경상남도의 무엇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그 안을 들여다봤다.


계속된 낙선에도 포기하지 않아…뿌리 깊은 근성
 “경남을 세계 신에너지 산업 수도로 만들 것”


김 지사는 1959년 경남 김해에서 가난한 농민 집안의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청년시절 당당한 체구에 제법 알아주던 씨름 선수로 통하던 김 지사는 남해종합고, 영주경산전문대 행정학과,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5세 되던 해인 1986년, 재야단체인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간사로 일하던 그는 직선제 개헌투쟁 청주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김 지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년 만에 특별 사면·복권됐으며 이 일로 민주화운동관련 유공자로 인정받고 있다

직선제 개헌투쟁 집회
주도한 혐의로 구속



1987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고향에서 농민운동에 투신, 남해농민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이어 1988년 남해·하동에서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그 뒤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심부름꾼이 되겠다”며 마을 이장이 됐다. ‘빗자루를 든 이장: 김두관이 던지는 희망 메시지’라는 저서는 김 지사가 마을 이장을 역임할 당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이후 남해신문을 발간, 직접 배달하기도 했다. 이후 언론과 정치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그는 19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36세의 나이로 남해군수에 당선되면서 정치판에 첫발을 들였다. 전국 최연소 기초단체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1998년 재선에 성공했다. 군수 재임 시절 그는 계도용 신문 구입을 중지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기자실 철거 작업을 벌이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내게 인사 청탁을 하는 사람에겐 불이익을 주겠다”고 선언했으며, 실제로 돈으로 인사를 청탁하려는 사람에게 불이익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또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둔 그는 남해를 환경시범도시로 만들었으며 한·일 월드컵 직전에는 본선 진출팀인 덴마크 훈련캠프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후 2002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노 전 대통령의 권유로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돼 지역구도 타파와 학력ㆍ경력 파괴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외부 환경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오뚝이 같은 집념, 파격적이고 개혁적인 업무 스타일을 쏙 빼닮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한총련 시위 사태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을 이유로 제출한 해임건의안이 같은 해 9월 가결되면서 7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이어 2004년(제17대)과 2008년(제18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김 지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삼수에 출사표를 던진 것. 당시 민주·민주노동·국민참여당 등 야3당은 경남 지역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 무소속 출마한 김 지사에게 힘을 실어줬고 그는 당당히 경남도지사에 당선될 수 있었다.

생명과 풍요의
낙동강 바꾸기

이로서 향후 4년간 도정을 도맡게 된 김 지사. 그는 경남을 세계 신에너지 산업 수도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세계는 90년대의 정보화혁명에 이어 이제는 에너지 혁명의 시대”라며 “지구 온난화와 화석 연료의 고갈은 새로운 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남은 산업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라며 “경남의 주력산업인 조선과 기계, 항공, 로봇과 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 부품, 신소재와 문화관광 등을 최고로 키우면서 신에너지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김 지사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복합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 경남의 기반산업을 적극활용하고 풍력, 태양광, 연료전지, 바이오, 전기차 등 고속성장 산업을 집적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

R&D센터와 대학을 유치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력을 보유한 경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탄소 배출권 시장이 전 세계 녹색성장의 핵인 만큼 탄소 배출권 거래소를 경남에 유치하겠다”며 “그리고 좋은 일자리 5만 개를 만들어 도민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경남도내는 물론 부산-경남-울산을 아우르는 대중교통 환승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 지사는 ▲수도권과 같은 수준의 경남도내 버스 환승체계 구축 ▲환승할인 및 무료환승 확대 ▲고속철도, 경전선, 통합창원시 도시철도, 경전철 등 철도망과 버스체계 연결 ▲버스정보시스템 도입 확대 ▲부산울산경남 연결 광역환승체계 구축 등을 공약했다. 김 지사는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면 경남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고, 동남경제권에 활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으로 김 지사는 ▲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창출 ▲중증 장애인 전문 치과 개설 ▲장애인 복지 인프라 확충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확대 ▲장애인 평생교육연수원 건립 ▲발달장애인 지원 확대 등을 공약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틀니와 임플란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도 눈길을 끈다.

경남전체 인구의 11.4%를 차지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2010년 시범사업실시, 2011년부터 임기 내에 80% 보급을 목표로 틀니와 임플란트를 보급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전문가와 자치단체, 치과의사협회 등이 추진방안에 대해 협의한 뒤, 추진협약을 체결하고 가격협상을 거친 뒤 시범사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중등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을 내세운 교육 공약도 대표 사업이 될 전망이다. 그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임기 내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김 지사가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운 ‘생명과 풍요의 낙동강 가꾸기’다. 인위적으로 ‘보’를 조성하는 4대강 사업과 달리 인공습지를 조성해 물을 정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자연친화적 방식으로 낙동강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구도, 학력 파괴의 상징 ‘리틀 노무현’
취임 후 2달…도청직원 “완전히 다른 세상”


면전에서 부하 직원을 야단치지 못할 정도로 마음 여린 김 지사. 하지만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게 그에 대한 주변인들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그는 조직을 한번 맡으면 조직의 자원과 정보를 최대한 활용, 최고로 만드는 장기가 있다고 한다. 이런 그가 이끄는 경남 도정, 무엇이 달라졌을까.


김 지사의 취임 뒤 2달여가 지난 지금 경남도청 공무원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인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도정의 변화를 표현한 말이다.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에 대한 정면 반대, 민주노동당 인사의 정무부지사 임명, 공동지방정부의 한 형태인 민주도정협의회 구성 등과 같은, 종전 한나라당 출신 단체장들과는 상반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김 지사는 4대강사업의 하나인 낙동강사업 중 김해지역 4개 미착공 구간에 대해 착공을 보류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아직 발주하지 않은 남강사업은 발주 자체를 금했다. 또 경남도가 시행하는 13개 구간의 4대강사업 구간에서 ‘보’ ‘준설’ 등의 문구가 들어있는 현수막을 철거하는 등 연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또 전국 처음으로 민주노동당 출신인 강병기씨를 정무부지사에 임명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김 지사는 9월에 공동지방정부의 한 형태인 ‘민주도정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민주도정협의회는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에 참여했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3당과 시민ㆍ사회단체 대표 등 20∼30명으로 구성된 협의기구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정책을 건의하거나 도정에 대해 자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청은 지금 ‘신세계’
도의회와 마찰 우려도

실험적으로 도입되는 이 협의회는 지방자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새로운 행정 시스템으로 도지사의 폭넓은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김 지사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김두관호’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소속 김 지사의 거침없는 행보에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경남도의회와의 마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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