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필집 <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 음악인 양방언

2010.08.31 14:05:35 호수 0호

“난, 멈추지 않은 꿈의 탐험가”


자신의 삶과 창작활동 솔직한 고백 담아



음악인 양방언이 피아니스트이자 작곡자로 음악인생 30년, 한국활동 10년을 맞아 처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을 펴냈다. 그는 그동안 퓨전재즈밴드 카시오페아를 필두로 하마다 쇼고, 홍콩 록밴드 비욘드 그리고 영화배우 성룡까지 함께 작업을 해왔다. 양방언의 <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는 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기까지 내밀한 성장과정을 경쾌한 분위기로 담았다.

양방언은 재일 한국인, 의사 출신 피아니스트, 크로스오버 뮤지션 등 다양한 수식어로 소개된 자기 자신의 삶과 창작활동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통해 예술가의 맨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재일 한국인으로 냉대와 차별에 괴로워하기보다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길 원했던 어린시절부터 가족 뜻에 따라 주어진 의사의 길을 거부하고 음악을 선택하기까지의 방황과 고민도 토로한다.

양방언은 자신의 삶에 대해 “인생의 축이 여러 갈래로 뻗어있고 예측불가능의 삶 속에서 직진하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달려가다 보면 언젠가 행운의 좌표도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앞을 향해 ‘나아가는’ 현재진행형의 자세로 멈추지 않는 동기를 갖고 있는 것이 나의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어낸다면 때로는 그 음악이 누군가에게, 또 무엇인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음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직접 설명한 글도 담겨있다. “내 음악에는 축이 많이 있다. 수학에서 x축, y축, z축 하는 것처럼 말이다. 때로는 x축이 라벨(Ravel)이고 y축이 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이기도 하다. 때로는 x축이 바흐(Bach), y축이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가 되기도 하고, x축이 인더스트리얼, y축이 시끄러운 소리, z축이 일렉트로니카가 되기도 한다”고 자신의 음악관을 이과 출신답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여기에 더해 “물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그때마다 가고 싶은 장소나 그 축이 늘어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음악이 3차원, 4차원적으로 넓어지고 스스로 예측하지 못했던 곳까지 도달하게 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발견도 하게 된다. 여전히 경험하지 못한 음악적 영역에 대한 관심은 강하게 남아 있고, 기존의 영역에 대해서도 더욱 많은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는 조총련계 학교에서 공부하다 가업인 의사가 되야 하기 때문에 일본대학으로 진학을 하고, 다시 의사에서 뮤지션으로, 연주가에서 작곡, 편곡가로, 프로듀서에서 영상음악가로, 다시 솔로 아티스트로 진화한 그의 음악적 궤적이 경계를 긋지 않고 부딛치는 개척을 통해 이룬 성과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일본에 사는 조선인’이 차별을 받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전문직이자 가업인 의사를 포기하고 음악으로 진로를 바꾼 후 그와 의절한 아버지를 향한 회한과 안타까움을 담담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고 전한 대목이다.

그의 아버지는 막내 아들의 음악활동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지만 “밥은 먹고 사냐?”며 걱정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그를 음악인으로 존재감을 확고하게 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공식음악 ‘Frontier!’와 아버지의 고향 제주도를 그리는 ‘Prince of Jeju’ 등을 작곡하기까지의 과정도 엿볼 수 있다. 양방언이 스스로에게 붙인 수식어는 ‘멈추지 않은 꿈의 탐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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