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3국 잔혹사] 북-생계책임 중-인신매매 한-차별편견

2010.08.31 09:05:00 호수 0호

논문으로 살펴본 탈북여성의 북·중·한 결혼생활

남성 중심 북한, 여성은 이혼도 마음대로 못해
탈북하면 중국인 남성과 인신매매형 결혼
한국선 사회적 편견, 무시, 차별에 눈물 핑

한국사회에서 생활하는 새터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떠나 남한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의 모진 박탈감 때문인지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행복함을 찾지 못하는 새터민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가운데 북한을 출발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기까지 탈북여성의 경험을 삶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하고 북한, 중국, 한국의 사회구조 속에서의 개인별 결혼생활을 고찰한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끈다. 지난 8월,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화진(사회학과) 박사의 ‘탈북여성의 북한, 중국,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을 통해 본 인권침해와 정체성 변화과정’이라는 논문을 바탕으로 탈북여성의 결혼생활 삼국지를 살펴봤다.



먼저 이화진 박사는 논문의 서두에서 “북한과 중국 그리고 한국이라는 달라진 신분과 환경 속에서 탈북여성들이 느끼는 갈등과 어려움 그리고 인권에 대해 논의하고자 했다”면서 “더불어 탈북 과정에서 여성들이 겪는 변화와 그로 인해 여성들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격체로 생존하고 거듭나는 과정을 다루고자 했다”고 연구 목적을 분명히 했다.

1990년 이후 북한의 경제난과 중국의 산업화의 영향으로 많은 여성들이 국경을 이탈해 중국으로 건너갔고, 이후 탈북여성들이 여러 가지 인권침해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다.

가부장적 제도와 빈곤
남편의 외도…수동적 성관계

북한에서는 가부장적 질서에 따라 결혼생활 내에서도 여성 인권문제가 드러난다. 세대주 위주의 차별적인 배급제도, 생계를 위한 장사행위에 대한 규제, 결혼연령에 대한 규제로 잦은 낙태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폭력과 외도, 수동적인 성관계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녀들에게 있어 탈북은 빈곤과 가부장적 삶에 대한 탈출구 기능을 했던 것.

그런가 하면 탈북여성 대부분은 북한에서 빈곤으로 인해 생계가 매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남성들의 경우, 배급이 나오지 않아도 직장을 나가야 하지만 여성들은 직장에 배치 받지 않고 가정 안에 있어 상대적으로 장사를 해야 가족의 생계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살기가 너무 어렵고 배고픈 게 싫고 그랬어요. 남의 밭에 들어가서 몰래 복숭아 따먹다가 들켜서 매도 맞고 그랬어요. 지금도 고향 생각하면 그립지만 식구들이 그리운 것이지 그곳에 가고 싶진 않아요. 사람 살 곳이 못되니까… 제 인생의 모든 추억과 기억은 21살에서 딱 멈춘 것 같아요.”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여성에 대한 생계 부담의 증가는 결국 부부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북한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장사를 다니지만 집을 떠나 장사를 다니는 중에 남성 관리들과 접하면서 가정 내에서 군림하려는 남편의 태도가 아내를 괴롭히는 단초가 되기도 해 이중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우리 신랑하고 자주 싸웠어요. 왜? 내가 바람피는 거 같다 이 간나야 돈 벌어서 뭐하네… 장사 하다보면 남자들이 집적대고 하는 거 있잖아요. 남자가 오래 쳐다보고 이야기만 해도 의심하고 막 그랬어요… 나가서 다른 남자 나하고 자려면 가슴은 만지고 입은 맞추어도 절대 성행위는 안 된다. 이런 게 있었어요.”

또 북한 여성들이 경험하는 제도적 차별 중 하나로 높은 결혼연령과 피임의 제한에 따른 고통을 들 수 있다. 정식으로 결혼할 수 있는 연령이 남자 30세, 여자 28세로 되어 있고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결혼 이전에 임신할 경우 낙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 아를 열 번을 떼었어요. 피임에 대한 생각이 여자도 없어요. 남자한테 물을 밖에 쏘라고 해도 소용없고… 이달에 소파(중절수술)했는데 생리하기 전에 또 임신이 되고 또 소파하고 또 소파하고 난 지금까지 12번 했어요.”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혼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북한은 합의에 의한 이혼제도를 폐지하고 재판에 의해서만 허용되는 것을 명문화했다. 북한에서 이혼하게 되는 주원인은 대체로 상대방의 외도가 대부분인데 여성의 외도를 훨씬 엄격하게 규제해 남편의 이혼제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이러한 환경에서 남편의 외도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간주되어 크게 문제되지 않으며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는 일도 흔한 편이다. 논문 면접자들은 결혼생활 중 남편의 외도와 폭력을 경험한 적이 많았고, 그저 참고 살 수 밖에 없었으나 외도와 폭력으로 남편에게 마음이 멀어지고 정이 떨어지게 됐다고 한다.

“신랑이 많이 때렸는데 친정식구는 잘 몰라요. 말 안 해서 맞으면 문 잠그고 나가지 않았어요. 북한은 이혼하기가 힘들고 북한 흐름이 그러니까 어머니도 많이 맞으면서 살았으니까 여자가 사는 게 이렇구나. 부부간에 남자한테 맞아 죽어도 법에 걸려도 산사람이 말하기 나름이니까 여자가 잘못해서 그랬다하면 이건 가정문제다 해버려요.”

한편, 북한에서 결혼생활을 하면서 면접자들은 남편과의 성관계에 있어서 매우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북한을 이탈하는 여성들은 북한에서 자신들이 성관계에 있어 잘 모르고 수동적이었던 것을 성관계 동영상(포르노)을 보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녀들은 중국이나 한국에 와서 비로소 포르노를 접하게 되고 그것을 본 이후 성관계에 대해 조금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고 조금씩 자신을 표현하게 되었다고.

“북한은 고저 그런 거 없었어요. 여자는 눕고 남자가 하고 물만 버리면 관계는 끝이다. 성행위에 대해서 난 생각한 게 없어요. 그저 어렸을 때니까 아프다 했는데 이렇게 아플 줄은 꿈에도 몰랐지. 사흘에 한 번 근데 나는 나흘에 한 번씩 이렇게 사정도 해보고 하는데 남자라는 게 뭐 참아요? 이틀만 되면 또 하고 그러며 지나가메 해도 난 되게 괴롭더라구요.”


이러한 암울한 현실 속에서 북한 여성들은 ‘탈출구’로 탈북을 선택한다. 북한에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온 여성들은 대부분 돈을 벌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국경을 넘은 이후에도 삶이 팍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중국에서의 삶은 기본적으로 불안한 신분과 북한에 강제 송환될 경우 받게 되는 처벌의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신체적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 결혼과정에서는 공공연히 인신매매형 결혼이 이루어지고, 성폭력과 감금, 출산의 권리 제한 등 인권 유린이 발생한다.

탈출구로 선택한 중국
그곳은 인신매매 결혼 ‘충격’

북한 여성들은 국경을 넘자마자 홀아비나 조선족 농촌총각들과 서로의 필요에 의해 동거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은 남성들이 중간에 여성을 소개하는 사람(브로커)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인신매매형 동거로 볼 수 있다.

돈을 주고 산 여성이라는 생각에 상대 남성들은 그녀를 함부로 다루고 달아날까봐 감금을 하기도 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폭행을 하기도 한다. 그런 행위들을 견뎌야 하는 이유는 자신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낸다는 협박 때문이었다.

“맞아대기는 얼마나 맞았는지 알아요. 나 팔려간 그 나그네(남편)가 아카시아 나무 끌고 가면서 그 바깥에 나가 나를 때리니까 그 아카시아 가시가 엉덩이에 가뜩 박히고 말도 모르고 그저 일어설 새도 없이 나를 때리고 다리고 엉덩이고 온통 그 가시가 다 박히고….”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 신변의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혼은 대부분 매매혼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남성과의 성경험은 폭력적으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심지어 제대로 먹지 못해 21살의 나이에도 성인여성으로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으로 팔려간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한 여성도 있었다.

“내가 거의 22살까지 생리도 안하고 가슴도 없었어요. 그게 중국 와서 잘 먹으니까 가슴도 요만큼씩 나오는 거에요… 버티고 버티고 하다가 그런데 내가 있잖아요. 내가 그 사람한테 당한 게 억울한 게 아니라 그래도 내 첫 경험이잖아요. 내가 그 사람하고 사랑이 아니라도 단순하게 섹스라도 내가 좋아서 했으면 이렇게 억울하지 않겠는데 진짜 꿈에 나타나도 악몽인 그런 사람한테 이런 걸 바친다는 게 내가 억울한 거에요.”

한편, 탈북여성들은 중국에서 처음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갖게 되면 자신의 신분 때문에 아이를 ‘호구’에 올릴 수 없어 낙태를 하기도 한다. 중국남성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살면서도 가능한 한 출산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


중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탈북여성 가운데 일부는 중국남성과의 결혼생활에 익숙해져 중국말을 익히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도 한다. 하지만 몰래 숨어 살아야만 하는 현실은 이들에게 한국행을 결심하는 계기가 된다. 중국에서 숨어 살고 있는 북한사람들에게는 한국행이 안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거쳐 한국까지 오게 되더라도 탈북여성들은 한국 국적과 함께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를 함께 가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한국사회는 북한 사람들에 대해 적과 동포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쟁을 경험했고 반공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고 있는 세대에게는 북한은 타도의 대상인 것. 하지만 남한의 경제성장 이후 북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인식은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바뀐 경향이 있다.

꿈꾸던 곳 한국에 오면
사회적 편견·차별에 눈물

하지만 탈북인들은 남한사람들 눈에 비친 자신들의 이미지가 배신자, 거지, 범죄자의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탈북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감당하는 사회적 차별은 탈북자와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이다. 공통적인 탈북인에 대한 차별에 더럽혀진 여성이라는 성적인 이미지가 더해진 것. 이와 관련 한 탈북여성은 자신은 중국에서 팔려 다닌 것이 아니라 결혼을 했다고 주장했다.

“팔려 다닌 게 무슨 자랑이라고… 다 어디서 마음에 안 드는 남자들이라도 정착을 하지 제 부실해서 팔려 다닌 거 가지고 그걸 뭐 떠들고 다니냐고… 무슨 동정 받는다고… 주변 사람들은 동정하는 것 같아도 회사에서 사람들이 ‘너도 팔려 다녔냐’고 말하면 난 솔직히 쪽팔린단 말이에요. 다 그런 게 아닌데.”

그런가 하면 한국남성과 결혼한 탈북여성들은 여러 가지 문화적 차이로 적응에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북한여성이라는 이유로 인한 시댁에서의 무시와 차별을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대감과 가난한 나라의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한 한국사회의 차별적인 시각이 탈북여성의 결혼경험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

“작은아버지들이 북한여자라고 반대했어요. 고리타분한 옛날 사고방식, 어 빨갱이다. 빨갱이들은 얼굴도 보기 싫어 그러는 거에요… 세상에, 빨갱이하고 어떻게 사냐는 거에요.”

이어 해당 탈북여성은 결혼생활 도중에도 시댁식구들의 차별적인 태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막 장롱을 열고 옷가지를 마구 꺼내고 뒤지고 하면서 나보고 글쎄 너 간첩 아니냐고 이러는 거에요… 그러더니 아이를 강제로 빼앗아 갔어요. 이 애가 너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자기 조카 아이라는 거에요. 아이는 강제로 뺏기고 셋이서 함께 달려들어 맞아서 몸은 만신창이고 며칠 후에 담당형사에게 연락을 했어요. 그랬더니 형사가 사람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냐고 막 흥분하더라구요.”

또 다른 탈북여성은 중국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나 2년 정도 동거했는데 북한여자라는 이유로 시댁식구들에게 많이 무시당하고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그녀를 ‘빨갱이’라서 안 된다고 반대했고 시동생 역시 북한여자라 위험해서 안 된다고 무시했다.

“상처 많아요. 중국에서부터 시동생, 시누이 모두 북한여자라고 나 무시했어요.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어요. 신랑 빼고는 모두 나를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으니까, 왜? 그냥 북한여자니까. 그래서 지금도 시어머니가 더 미워요. 이해하려 해도 너무 슬프고 상처 되고…”

이처럼 북한여성이 남한남성과 결혼했을 때 시댁식구들은 ‘빨갱이’라고 적대시하기도 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무시하기도 한다. 더욱이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집안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북한 며느리는 북한출신이라는 점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억압을 받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화진 박사가 밝힌 논문의 목적과 의미

논문의 저자 이화진 박사는 “이 연구의 목적은 탈북여성들에 대한 북한과 중국, 그리고 한국이라는 국가별 이동에 따른 경험에서의 인권문제와 행위의 변화를 고찰하는 것”이라면서 “탈북여성은 피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주체적 존재”라고 강조했다.
가족들을 위해 용기를 내고 실천하는 여성들이 바로 탈북여성들이며 자신들의 열악한 삶의 환경 속에서 가족 간의 갈등에 대해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배려하기 위해 타협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통해 소통을 실천하는 존재라는 설명이다.
이어 이 박사는 이 논문의 결론에서 “이 연구의 결과 탈북여성의 경험을 통해 북한, 중국, 한국에서의 구조적인 인권문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인권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저항하는지, 또한 그러한 행위를 통해 개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드러낼 수 있었다”면서 그 결과 탈북여성들에 대한 북한과 중국, 한국에서의 구조적인 인권문제가 각각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이 박사는 “이 연구의 관점과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탈북여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탈북여성들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데 있어 시혜적인 차원이 아닌 그녀들의 입장을 폭넓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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