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4대 필수과목은?

2010.08.24 09:18:59 호수 0호


개각한 지 10여 일만의 인사청문회…의혹은 이미 ‘충만’
위장전입·재산 증식 의혹은 기본, 말실수 도마 위 올라

하루 종일 여의도가 시끄럽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르고 고른’ 8·8 개각 장·차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로 정치권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하마평 없이 개각이 진행된 탓에 검증 기간은 짧았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개각 인사들의 ‘흠집’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현 정권 인사들의 인사청문회에서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위장전입 문제를 시작으로 ‘이상한’ 재산 내역과 구설에 오른 발언들이 청와대의 검증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각 내정자 별 인사청문회 논란거리를 짚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8·8 개각으로 새로운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을 선보인지 10여 일만에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막이 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고르고 골라서 좋은 분들 명단을 내놓았다”고 자신했지만 재산 내역과 병역 문제, 위법성과 세금 납부 등 가장 먼저 검증되는 ‘기본적인’ 사항에서 이미 연속으로 경고음이 울리는 일이 허다하게 나타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총리 등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은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탈세 등 4대 필수과목을 이수했거나 최소한 한두 가지를 이수해야 후보자가 되는 꼴”이라고 혀를 찼을 정도다.

여권에서조차 “내가 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거나 “멀쩡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 걱정”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회 대상 중 가장 먼저 무대 위에 오른 이는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다.

문 연 인사청문회
기본 검증서 경고음 연발


지난 2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재훈 내정자와 관련, 부동산 투기 의혹과 급격한 재산 증식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부동산 투기 의혹의 경우 ‘쪽방촌’에 대한 것이라 파장이 상당하다. 의혹의 내용은 이렇다. 이 내정자의 배우자가 2006년 서울 창신동 ‘쪽방촌’ 내 건물을 매입했는데 이곳이 1년 뒤 뉴타운 지구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 재개발을 노린 투기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

‘쪽방촌 투기’ 의혹은 현 정권의 ‘친서민 정책’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이 내정자의 배우자가 부동산을 구입한 시기는 이 내정자가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으로 재임하던 때여서 공직자 윤리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 14억 4000여 만원이었던 재산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20억 4100여 만원으로 신고된 것도 의혹을 부르고 있다. 재산이 1년 4개월 사이에 6억여 원이나 늘어난 것을 두고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의 눈초리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지위를 남용해 박사 논문 작성 자료를 수집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재완 내정자도 만만찮은 논란을 낳았다. 논문 이중게재 의혹과 이 같은 의혹이 보도되는 것을 무산시키기 위해 언론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야생동식물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과 두 차례의 위장전입, 병역 논란, 자녀의 이중국적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에서 태어난 딸이 지난해 한국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진 것. 이에 대해 박 내정자 측은 “국적 회복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해명했다.

병역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박 내정자가 고혈압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아 군대에 가지 않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박 내정자 측은 “병역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23일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8·8 개각의 상징 중 하나인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를 비롯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몰려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오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특히 야권의 집중포화를 맞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이 내정자를 ‘특임총리’로 부르는 등 8·8 개각의 의미를 ‘이재오 내각’으로 규정한다는 청문회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남상태 대우조선해양사장 연임 로비 연루 의혹과 경찰 승진 개입 의혹, 학력 위조 의혹, 재수생과 관련된 발언 등 ‘탄환’도 마련된 상태다. 이 중 남상태 사장 연임로비 의혹 등을 통해 현 정권의 실세로 꼽히는 이 내정자가 권력을 남용했다는 점이 강조될 수 있다.

박기춘 민주당 의원은 “이 내정자가 1966년 3월 중앙농민학교에 입학하고 같은 해 4월부터 1969년 4월까지 현역병으로 복무했는데 1970년 2월 졸업한 것은 학사 비리”라고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이 내정자가 미국 유학 중 비용을 어떻게 조달 했느냐는 것과 “재수생들은 농촌이나 공장으로 가야 된다” “대기업 취업을 시키지 말고 대졸자들은 전부 다 중소기업으로 가라”는 발언도 송곳질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주호 내정자는 KDI 연구원시절 논문을 중복 게재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재산 증식과정에 대한 의혹도 받고 있다. 2004년 국회의원이 된 후 수익증권으로 4억여 원에 이르는 수익을 거뒀다는 것과 유학 중인 딸 앞으로 4000만원 수익증권을 들어 증여세를 누락했다는 의혹이다. 또한 그가 ‘MB식 교육’의 설계도를 그린 만큼 교육정책에 대한 검증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야권 뿐 아니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모임의 공세에도 시달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모임은 지난 17일 “이주호 내정자는 교과부 장관으로 임명돼야 할 사람이 아니라 교육정책에서 하루 빨리 손을 떼야 할 사람”이라며 이 내정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23일 청문회 잔치
5명 인사검증으로 정점

이들은 이 내정자를 “무한 경쟁과 교육 양극화를 부추기는 교육 정책을 강행해 공교육 현장을 황폐화시키고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를 사교육과 서열화, 무한경쟁의 고통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라고 비판하면서 “지난 2년간 경쟁과 서열화밖에 모르는 경제학자인 그의 손에서 나온 교육정책은 교육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진수희 내정자는 친동생에 대한 관급공사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진 내정자의 남동생이 서울시 등이 발주한 공사를 무더기로 수주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것.

주 의원은 “진 내정자 남동생은 진 내정자가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인 2004년 11월 조경회사를 설립했는데 이듬해인 2005년 4월 서울 은평뉴타운 1지구 공사의 조경 설계사업체가 됐고 은평 2, 3지구 공사도 맡게 됐다”며 “당시 은평뉴타운은 진 내정자와 가까운 사이인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08년까지 공공기관 공사를 80건이나 수주했고 이 중 32건(40%)이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에서 발주한 것”이라며 “이 중에는 진 내정자의 지역구인 성동구의 한강공원 뚝섬권역 통합디자인 설계사업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 내정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동생은 특혜 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사업을 해왔다”고 부인했다.

조현오 내정자는 유독 말실수가 잦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노무현 재단으로부터 고발당했으며 천안함 유족들에게 ‘동물 비유’ 발언을 해 공개사과와 해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정치권에 새로운 논란을 몰고 올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두고 여권에서 특검을 제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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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내정자는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의 시대였다면 인사청문회에 통보할 사람은 많아야 한 사람 정도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이번 인사에서 “비교적 흠이 없는 한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인사청문회 대상 내정자 10명 중 유일하게 ‘결정타’가 될 만한 법적·도덕적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 내정자는 육군 중위로 병역을 마쳤으며 ‘무주택자’여서 집과 관련한 의혹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그 흔한 위장전입 의혹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유 내정자가 자녀 명의로 5700만원의 신규예금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내정자,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 등은 ‘권력’과 관련된 의혹을 받고 있다.

24일 신재민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8년 동안 5번에 걸친 위장전입과 배우자의 땅 투기 문제, 배우자의 위장취업 의혹, 양도세 탈루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과 함께 언론탄압과 언론통제를 주도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야권으로부터 정권의 언론탄압 배후로 지목돼 왔던 만큼 이 같은 사안에 대한 언급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통제하고
기사 폐기시키고

24일과 25일 양일간 인사청문회를 하는 김태호 내정자도 급격한 재산 증식과 재산신고 누락 의혹, 가족의 세금 탈루 의혹과 함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과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 배우자의 뇌물 수수 의혹과 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로 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은 청와대가 ‘검증’을 자신한 바 있다. 하지만 연이어 권력 남용 사례가 지적을 받으면서 시작부터 고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김 내정자의 부인이 2004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경남도청 과장 출신인 강모씨에게서 거액의 금품을 받고 경남개발공사 사장 선임 청탁을 들어줬다”는 의혹과 함께 “2년 뒤인 2006년 한 지방지에서 뇌물수수 의혹을 보도하려 하자 김 내정자가 직접 나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2억원을 신문사에 투자케 하고 해당 기사가 실린 신문 전량을 폐기시켰다”고 주장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경남도청 구내식당 위탁업체 직원이 김 내정자의 경남도지사 임기만료 직전까지 2년여 동안 김 내정자의 사택에서 빨래와 청소, 밥을 하는 등 가사도우미로 일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경남도청 기능직 공무원으로 일했던 다른 사람은 6년 동안 관용차를 이용해 김 내정자 배우자의 운전수행원을 하게 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3류 소설에 무슨 대응할 가치가 있겠냐”며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현동 내정자는 26일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 석사 논문 표절 의혹과 함께 한상률-이현동 커넥션 및 박연차 게이트 관련 의혹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2~3명 낙마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훈·조현오·신재민 내정자 들이 유력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참여연대도 ‘낙마 대상 장관 후보 4인방’으로 조현오·신재민·이재훈·이주호 내정자를 지목하고 이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복수의 의혹이 제기되는 인사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면서 김태호·신재민·이재훈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개각 전 내정자들을 인사 검증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의혹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정치권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개각에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정국 구상이 녹아있는 만큼 누구하나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현 정부 인사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자리를 꿰차지 않았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고 추후 행보를 정하겠다는 참여연대의 반응처럼 이 대통령이 논란에도 불구, 내정자들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치권에 적잖은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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