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당권·대권 2차 방정식 “쉽지 않네”

2010.08.24 09:17:40 호수 0호



대의원·여론 지지율 ‘맑음’ 지원군 ‘대기중’ 하지만 ‘…’
전당대회 ‘게임 룰’·정세균 출마·대권 방정식 고민 중

손학규 전 대표가 오랜 칩거를 끝내고 정치 기지개를 폈다. 강원도 춘천에 머물던 손 전 대표는 지난 15일 칩거 25개월 만에 여의도 복귀를 선언했다. 민주당이 10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의 복귀 선언은 곧 차기 당권 경쟁 합류 의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에 대한 당 안팎의 여론이 나쁘지 않은데다 칩거 중에도 선거 지원유세를 통해 인연을 굳힌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이와 함께 손 전 대표의 행보 이면의 숨은 고민들을 짚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의도에 거물급 정치인이 돌아왔다. 민주당의 ‘정치의 계절’을 맞아 손학규 전 대표가 칩거를 깼다. 재보선과 지방선거 지원유세로 여의도에 발걸음을 옮겼던 손 전 대표지만 선거가 마무리되면 칩거했던 강원도 춘천으로 되돌아가고는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진짜’ 자리를 털고 나선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지난 15일 칩거를 했던 춘천에서 간담회를 갖고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이 땅의 민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영광스러운 조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면, 다시 한 번의 용기를 내겠다”는 말로 현실정치의 문을 두드렸다.

“다시 용기 내겠다”

민주당이 10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선언은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전당대회를 앞두고 그의 정계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줄을 이었던 만큼 정계 복귀선언을 계기로 본격적인 당권도전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

손 전 대표는 차기 당권 도전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은 피하면서도 “앞으로 정치 일정이 내가 정하지 않더라도 주어진 조건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말로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미 현실정치에서 그가 이루고자하는 정치적 목표도 구체화된 상태다. 그는 칩거를 깨며 “이데올로기적 개념이나 구호보다 국민의 생활 속에서 찾아야 한다”며 ‘함께 잘 사는 나라’와 ‘국민생활 우선의 정치’를 화두로 들고 나왔다.

손 전 대표는 “민주주의를 이룩했고 이제는 됐다고 생각했는데 참혹하게 후퇴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너무 자만하지 않았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그 자체의 향방, 민주세력의 고난과 위기에 대한 고민을 했다”면서 “민심대장정에서 그러했듯이 그 궁극의 해답을 민심의 바다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 자신 역시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흐름 속에서 선진화 담론에만 도취되어 양극화가 우리 사회전체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서 “민주주의 정치세력이 끝까지 지켰어야 할 서민과 중산층의 삶 그 자체를 깊게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성했다.

그는 보수주의의 왜곡된 신자유주의를 꼬집으며 새로운 진보의 가치로 ‘사람·행복·공동체’를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만인 대 만인이 투쟁에 의한 승자독식의 사회가 아니라 사회구성원이 모두 함께 잘사는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사회”라면서 “새로운 비전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는 국민생활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다. 무엇보다도 먹고 사는 문제는 정치의 최우선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민주개혁진보 세력을 대표해서 이러한 국민생활의 문제에 대답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을 정치활동의 가장 우선에 두는 국민생활우선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정권재창출을 위해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진로’를 짚은 것이다.

차기 당권을 향한 그의 발걸음도 무겁지만은 않다. 최근 민주당 차기 당권과 관련, 대의원과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칩거 중에도 잊지 않았던 선거 지원유세로 얻은 지원군도 만만치 않다. 당장 그의 정계복귀 기자간담회에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참석, “지난 선거(지방선거)에서 절 많이 도와주셨다”며 춘천을 떠나는 손 전 대표에게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친다(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는 편액을 선물했다.

당내 조직도 살아있다. 야권 한 인사는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정세균·손학규·정동영 등 민주당 빅3의 당내 조직력에도 변화가 왔다”면서 “민주당 245개 지역위원장 중 정세균 전 대표가 80명, 손 전 대표가 70명, 정동영 의원이 30여 명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전문가들은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중 한 인사는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내 주류·비주류간 갈등의 중심에 있는 전당대회 ‘게임의 룰’과 정세균 대표의 당권도전 여부, 당권과 대권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 전 대표는 오랜 칩거로 당내 계파간 다툼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여론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그지만 전대룰이 불리하게 정해질 경우 차기 당권을 잡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첩첩산중 정계 복귀

그는 또 손 전 대표와 정 전 대표의 지지층이 겹친다는 것이 숨은 위험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을 짚었다. 정 전 대표가 차기 당권을 노릴 경우 486인사 등 당내 지지층이 분산돼 정 의원에게 좋은 일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패배 후 ‘가라앉는 배’였던 민주당의 선장을 맡아 수면 위로 띄워놨음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철새’ 논란도 골치다. 차기 당권을 잡는 것이 2012년 대권을 향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이자 당의 대표적인 차기 대권주자를 선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손 전 대표의 한나라당 탈당 이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손 전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여의도로의 첫 발자국을 떼며 “문민정부가 시작되면서 개혁의 회오리바람이 전국을 휩쓸 때 정치에 입문했다. 나도 개혁에 동참한다는 명분이 있었고, 실제로 그런 자부심도 있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의 개혁정치 이후의 한나라당은 민주세력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했다”며 “민주화운동을 위해 변함없는 신념을 가지고 일생의 가장 큰 부분을 바쳤던 저로서는, 한나라당 탈당은 숙명이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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