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집안 곰팡이, 방치하면 병 키운다

2010.08.17 11:06:22 호수 0호

주부 박미영(31)씨는 여름만 되면 천장을 비롯한 집안 구석구석 생기는 곰팡이 때문에 여간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곰팡이 제거제는 모두 사서 써봤지만 해마다 생기는 곰팡이를 완전히 막을 길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청소로 인한 번거로움이야 둘째치더라도 아이들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이 앞선다”며 “얼마전 TV에서 곰팡이가 천식환자에게 위험하다는 내용이 나온 걸 봤는데 비염알레르기가 있는 우리 아이도 혹여 악화될까 걱정이다”고 전했다.

요즘처럼 습도와 기온이 높은 여름철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슬기 쉬운데 주로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옷장, 욕실, 가구 등에 생기게 된다.
장마철의 경우 평소보다 습도가 높기 때문에 곰팡이 서식에 알맞은 환경이 만들어져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곰팡이가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박씨의 고민과 같이 습기로 눅눅한 집안에 생긴 곰팡이는 어린이들에게 알레르기 비염 발병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핀란드 울루 과학연구소의 조우니 재콜라 박사팀에 따르면 핀란드 어린이 1900명을 6년 간 조사한 결과 습기가 있거나 곰팡이 문제가 있는 집에 사는 아이들은 16%가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이 되는 꽃가루나 먼지, 동물의 비듬 등 다른 요소들을 제외하고 습기가 차 있고 곰팡이가 핀 집에 사는 아이들은 알레르기 비염에 걸릴 확률이 55%나 높았다.

곰팡이가 천식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일례로 미국 예일대학교 연구진이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880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아기들의 집에서 채취한 공기 중 ‘페니실리움’이라는 곰팡이 농도가 천식 증상 발생률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스타치보트리’라는 곰팡이가 일으킨 폐출혈로 45명의 어린이 가운데 16명이 숨진 사건도 있었다.
이 밖에도 곰팡이는 두통, 피로, 메스꺼움, 호흡곤란, 기침, 구토, 발진 등을 발생시키고 심지어 암, 사산, 출혈 등의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집안 곰팡이가 한번 생기기 시작하면 완전히 제거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긴 후 제거하기 전에 미리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요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집안 곳곳 물이 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장마철에는 수시로 에어컨과 선풍기를 가동시키거나 난방을 통해 습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습기로 인해 벽지가 들뜨고 그 사이에 곰팡이가 생겼다면 들뜬 곳을 바늘로 구멍을 뚫어 공기를 빼내고 마른헝겊으로 닦은 뒤 곰팡이 제거제를 뿌려준다. 이후 벽지전용 접착제를 주걱이나 솔에 묻혀 떨어진 부분에 펴 바르면 된다.

아울러 주방의 식기나 냉장고, 도마와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곰팡이도 음식물을 통해 감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감염관리본부 김성주 연구원은 “주방에서는 주로 암색선균, 누룩곰팡이균, 푸른곰팡이균 등이 검출되는데 푸른곰팡이균의 경우 급성독소로 소화기의 장애를 유발하며 특히 영유아에게는 식중독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푸른곰팡이균은 천식이 있는 사람의 가정에서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곰팡이도 종류에 따라 인체에 해를 입히는 병원체이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특히 환기와 청결상태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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