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시한폭탄’…“서민은 떨고 있다”

2010.08.17 09:41:07 호수 0호

대낮 시내버스 폭발, 정부 대책은 무엇?


지난 9일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시내버스가 폭발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1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으며, 이중 김모(28·여)씨는 버스에 탑승한 지 1분 만에 폭발 사고를 당해 양쪽 발목이 절단돼 수술을 받았다. 사고 원인은 CNG(액화천연가스) 연료통 자체 결함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그동안 CNG 버스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까지 안일하게 대응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정부는 제대로 놀란 모양새다. 사고 발생 이후 재발 방지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한 것. 정부와 서울시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취재했다.

사고 원인은 CNG 연료?폭발 위험 높아정밀 관리 필요
정부·서울시, 재발 막을 대책 마련 고심…서민은 ‘벌벌’

승객 14명과 운전사 등 모두 15명이 타고 있던 시내버스가 갑자기 ‘펑’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차체 아래쪽에서 올라온 희뿌연 연기는 버스 안을 순식간에 뒤덮었고, 버스 옆면의 유리도 강력한 폭발의 영향으로 산산조각 났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승객들은 2차 폭발을 우려해 버스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고, 그 순간 버스가 폭발한 일대는 전장을 방불케 했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시내버스 폭발사고가 대낮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원인과 책임, 그리고 논란

사고 버스는 2001년 제작됐으며 노후로 인해 올해 말 폐차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고 초기, 차량 노후에 따른 폭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은 정밀조사를 진행, CNG(액화천연가스) 연료통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 당시 불꽃이나 불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연료통의 연결부위 하자보다는 연료통 자체의 결함으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이런 와중에 서울시가 지난해 하반기 CNG 버스 정기검사 항목에 연료통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무사안일과 늑장대응으로 빚어진 사고라는 지적이다.

또 CNG 연료통의 경우 폭발 위험성이 높다는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밀한 관리와 검사는커녕 지난 10년간 안전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지난 5년간 7건이나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충전 중 폭발했거나 정차 중 폭발해 인명피해가 적었기 때문에 언론에 크게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18명이 부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가 크고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CNG 버스의 안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버스 출고 직전,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연료통과 연료장치의 가스 누출여부 등을 조사한 뒤 실제 차량이 운행되면서부터는 CNG 연료통에 대한 정밀검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1년에 한번 정기검사를 받으면서 간단한 가스 누출검사를받는 것이 유일한 점검이라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버스를 타는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의 이 같은 늑장대처에 분노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황을 모르고 버스를 이용했지만 폭발사고와 함께 실상을 알게 된 이상 마음 놓고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크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와 서울시는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먼저 서울시는 ‘CNG 시내버스 안전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오후 중랑구 신내동에 위치한 중랑공영차고지를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CNG 버스에 대한 일제 정밀점검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안전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서울시는 9월 말까지 서울시내 7234대 CNG버스에 대한 일제 합동 정밀점검을 실시한다. 특히 이번에 폭발한 CNG 가스용기와 동일시기에 제작된 가스용기를 장착한 시내버스 120대는 운행이 전면 중단되며 우선적으로 점검을 받게 되고, 나머지 버스는 연도순으로 점검받는다.

또 2002년 말 이전에 출고된 노후 CNG 차량 822대에 대해서는 중앙부처와 협의해 조기 교체를 적극 추진하고 정밀점검결과 이상이 있을 경우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출고된 지 3년 이상 경과된 CNG 버스에 대해서는 1년을 주기로 가스용기를 차량에서 완전히 분리, 비파괴검사장비를 활용한 정밀점검을 실시하기로 했으며, 전체 시내버스 회사에 자격증을 소지한 가스안전 전문 인력 상근을 의무화해 가스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가스안전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버스 하단에 부착된 연료통을 버스 상부로 이동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CNG버스 연료통 가운데 안전성이 떨어지는 타입 1(강철)과 타입 2(강철과 유리섬유) 대신 타입 3(알루미늄)과 4(플라스틱)를 장착하는 버스 제작업체와 사업자에게 주는 보조금 지급을 확대하고, 재검사주기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우대한다는 것.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각각 주원료로 하는 타입 3, 4는 구조상 안전성이 높지만 설치가격이 비싼 만큼 버스제작업체나 사업자들이 구입 시 환경부에서 보조금 지급액을 확대해 장착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잇따른 대책 내놓아

이와 관련 고압용기 제조 전문가는 “폭발을 일으킨 버스에 장착된 연료통은 타입 2였다”면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 ‘타입 3’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벼워서 연비가 좋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으며 혹시 폭발하더라도 알루미늄 소재의 특성상 파편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부는 ‘고압가스안전 관리법’ 개정안에 가스누출감지장치, 긴급차단밸브 시스템 장치 및 용기보호막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가스누출감지장치와 긴급차단밸브는 전국 20대 버스에 장착해 국내 운행환경에 적합한지 여부를 테스트 중이며 오는 10월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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