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좋은 주식 싸게 사는 기회

2015.11.19 09:55:59 호수 0호

‘싸고 좋은 차 없나요?’ 중고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매매상에게 흔히 하는 질문이다. ‘싸고 좋은 차’라! 구매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구매 기준을 쉽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방법이겠지만 중고차 시장의 생리상 실제로 그런 차를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세를 잘 모르는 매도인이 싸고 좋은 차를 시장에 내 놓는다 해도 일단 매매상이 구입해서 적정가에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불량한 차를 비싸게 사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다. 싼 물건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시장의 이치이다. 주식시장에도 이와 비슷하게 ‘그 주식이 가진 내재 가치만큼 시장가가 형성된다’는 이론이 있는데 바로 유진파머라는 분이 박사논문으로 주장하였다. 이른 바 ‘효율적 시장가설’인데 그가 여러 논리로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워렌버핏은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나는 한 푼도 벌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그 이론을 부정했다.

그럼 언제 내재가치와 다른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투자자들에게 싼 가격에 좋은 주식을 사는 기회를 줄까? 첫째는 미스터마켓(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때이다. 통상 8∼10년 주기로 세계 금융 시장에 큰 위기가 온다는 통계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들 수 있다.

인간은 큰 혼란에 빠지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시장이 폭락하면 겁에 질려 내재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터무니없는 가격에 던지는 공포의 투매 현상이 생기고 이 때 좋은 주식을 아주 싸게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최근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하자 작은 소리에 놀라 한 사람이 뛰자 군중들이 공포감으로 영문도 모르고 뛰어 가는 일이 있곤 했는데 비슷한 일이 주식시장에서도 발생하는 것이다.

다른 기회는 개별기업에 일시적 악재가 발생하여 투매가 일어날 때이다. 작년에 어느 식품에서 불순물이 나오자 기업 가치 훼손을 우려한 투매 현상이 일어 난 바 있고 그 물량을 받은 투자자들은 얼마 후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워렌버핏도 이러한 매수 방법에 대해 “단순한 원리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했는데 군중의 공포에 맞서는 것은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회사가 M&A나 특별한 계기로 기업에 경제적 해자가 생겨 기업 가치에 근본적 변화가 온 경우이다. 예를 들어 제약, 바이오주의 경우 임상실험 등이 성공하면 시장의 주목을 받는데 최근 한미약품이 기술수출로 일거에 수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은 좋은 실례이다.


이러한 경제적 해자는 미래의 높은 이익을 예견한다. 주가는 미래에 발생 가능한 이익을 현재가에 대충 반영하는데 그것이 제약과 바이오주들의 순이익이 많지 않아도 높은 PER과 PBR로 거래되는 이유이다. 말 그대로 ‘현재는 미약하나 나중에는 심히 창대할 기업’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워렌버핏은 가치투자가 “1달러짜리를 40센트에 사는 것 만큼이나 쉽다”라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것이 1달러 짜리인지 알아보는 가치평가 능력과 그것이 40센트에 거래될 때 다시 올라가기 전에 군중심리에 맞서 좋은 시점에 사는 담대함 그리고 판단력이 겸비돼야 한다. 시장을 이해하고 기업의 내용을 공부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점차 강자의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hthwang07@hanmail.net>


[황호탁은?]

▲공학박사, MBA
▲전 대기업 임원,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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