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제주, 노동력 착취 논란 <전모>

2010.08.17 09:26:51 호수 0호

실습대학생은 현대판 노예였다

제주도의 호텔롯데에 ‘노예’가 등장했다. 노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실습대학생들. 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호텔 측이 성수기에 부족한 인력을 값싸게 메우기 위해 실습대학생을 받는 편법을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시급 1900원에 노동만 주구장창
“피서철 일손 부족 값싸게 메우려는 것 아니냐” 비판

광주고용노동청에 한 부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내용인 즉슨, 제주도에 자리한 특1급 숙박업소 호텔롯데가 산학실습교육을 명분으로 대학생들에게 과중한 일을 시키면서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광주고용노동청이 노동력 착취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불만 호소 못해



광주노동청에 따르면 호텔롯데제주는 지난 7월 초 전국 80여 개 대학교에서 호텔·관광업을 전공하는 학생 150여명을 선발해 이달 말까지 2개월간의 산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 측은 실습생들에게 처음 3일 간만 인사 예절 및 서비스 교육을 한 채 현장에 투입시켰다. 학생들은 고객안내, 레스토랑 서비스, 주방 지원 등의 업무를 맡아 주 5일간 하루 9시간씩 일하고 있다. 과중한 업무였지만 그 대가는 시간당 1900원에 불과했다. 이는 최저임금인 시간당 411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실습생들은 불만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한 채 냉가슴만 쓸어내리고 있다. 산학실습을 이수한 학생에게만 인턴십의 기회를 주고, 인턴십을 수료한 학생을 대상으로 정규직을 뽑는 채용구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호텔들이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다 실습교육을 구실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인상이 짙다”며 “제대로 된 교육이 뒤따르지 않는데 아르바이트랑 다를 게 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호텔롯데 관계자는 “실습대학생 대다수가 호텔 관련 학과 전공생이라 별도로 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다”며 “도내 다른 호텔 대부분이 이런 산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같은 해명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호텔롯데가 피서철 특수를 맞아 부족한 인력을 메우고 인건비를 절약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이윤 극대화도 좋지만 실습대학생들의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호텔롯데는 이 같은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텔롯데는 그동안 설비 및 신규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는 적극적인 반면, 직원 복지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부터 잠실 제2롯데월드와 부산롯데타운, 김해 복합단지, 김포스카이파크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 규모가 자그마치 1조23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신규 투자 및 인수를 결정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유니버셜 테마파크와 베트남 대우호텔까지 포함하면 투자액은 훨씬 많아진다.
호텔롯데는 지난 2월 참여한 유니버셜 테마파크 3자 배정 유상증자에서 33.90%의 보통주를 취득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유니버셜 테마파크는 자본금 5000억원에 예상 총사업비만 3조원 이상이 드는 대규모 사업이다. 롯데는 호텔롯데 외에도 롯데자산개발, 롯데쇼핑 등 그룹의 계열사를 총동원해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호텔롯데는 대우건설이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 인수를 검토 중이다. 대우호텔은 베트남의 랜드마크 격인 최고급 호텔로 인수대금은 약 1500억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회사 측의 투자는 직원들의 호응을 얻는 게 보통이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롯데는 이런 일반적인 공식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직원들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과 줄어드는 근로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텔롯데의 주력 사업부문 중 하나인 롯데월드가 지난 5월 직원 130여 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면서 직원들에게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사측은 그 동안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라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다시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는 지난해 초 3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여론에 밀려 철회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 ‘펑펑’ 복지 ‘찔끔’

뿐만 아니라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임금인상은커녕 적자를 이유로 들며 연봉이 평균 20% 가량 줄었다. 방법도 치졸했다. 시간외 수당이나 연차 사용 강요, 명절 대휴수당 삭감 등 온갖 편법이 동원됐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그만한 여력이 있다는 방증 아니겠나”라며 “투자는 아낌없이 하면서 직원복지는 오히려 후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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