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전 국민이 쫓는 조희팔

2015.10.19 11:33:56 호수 0호

사기꾼 뒤봐준 거물급 해결사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58)은 정말 살아있는 걸까. 광범위한 검경 로비 의혹과 중국 밀항, 석연찮은 사망 발표에 이르기까지, 그를 둘러싼 ‘8년 미스터리’가 드러날 수 있을까. 조씨의 핵심 측근이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국내 송환을 앞두면서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로 불리는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조희팔은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했다. 10대 시절부터 돈을 벌기 위해 대구에 터를 잡아 일용직과 장사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조씨가 다단계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형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 죽었나
곳곳서 목격
 
형이 다니던 다단계 회사 에스엠케이(SMK)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2004년 10월 건강용품 대여 회사인 비엠시(BMC)를 차리고 사업을 시작했다. 투자금을 모아 골반교정기, 안마기 등을 사들인 뒤 목욕탕이나 이발소에 빌려주고 대여금을 받았다. 조씨는 한 계좌당 440만원을 투자하면 매일 3만5000원씩 8개월 동안 581만원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32%의 고수익이 보장되는 다단계 사업이었다.
 
수익이 크게 나지 않자 조씨는 새로운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했다. 조씨는 회사명을 ‘엘틴’ ‘벤스’ 등으로 바꾸며 10여개 법인을 세웠고 각 법인에 자신의 측근을 대표로 앉히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했다. 하지만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방식의 사업은 한계가 뚜렷했다. 수익금 지급이 불가능해지자 조씨는 2008년 10월 도주했다. 
 

조씨는 지명수배에도 불구하고 중국 밀항에 성공했다. 해경은 조씨의 밀항을 도운 양식업자 박모씨의 제보를 받고도 그를 체포하지 못했다. 해경은 당시 “밀항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조씨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보를 받고 체포에 실패한 것을 두고 해경 안에 조씨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5년 동안의 피해액을 2조원대로 파악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은 6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수도 2만∼10만명으로 차이가 크다. 법원은 조씨 등의 1심 판결문에서 사기 피해액을 2조5620억원, 피해자를 2만4599명으로 명시했다. 이 사건 수사는 조씨와 그의 최측근 4인방이 검찰·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2008년 말 중국으로 달아나면서 진전되지 못했다. 
 
단군이래 최대 4조 다단계 사기
중국으로 밀항한 뒤 장례 소식
 
흐지부지됐던 수사가 다시 시작된 것은 2012년이었다. 경찰은 2012년 2월 조씨의 공범인 황모씨가 자수하고, 최모씨 등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자 재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찰이 2012년 5월 조씨의 중국 사망진단서와 조씨 가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장례식 동영상 등을 근거로 ‘조씨가 2011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했다’고 발표한 뒤 수사는 힘을 잃었다.
 
조씨의 핵심 측근이자 2인자인 강태용(54)이 검거되면서 재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씨의 측근인 강씨가 도피 7년 만에 중국 공안에 검거되면서 사건 수사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조씨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은 지난 12일 “강씨가 송환되는 대로 조희팔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를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강씨의 ‘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씨는 조씨의 밀항을 돕고 중국 도피 생활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씨의 생사 및 중국에서의 행적을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을 수 있다. 대검 국제협력단은 지난주 초 대구지검으로부터 강씨 소재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즉각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10여명의 특별팀을 꾸려 검거 의뢰 4일만에 강씨를 붙잡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2년 5월 경찰의 조씨 사망 발표 이후에도 사안을 종결하지 않고 ‘기소중지’ 상태로 조씨의 행방을 쫓아왔다. 같은 해 9월 중국 측에 ‘조씨의 생사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뒤에도 법무협렵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씨 소재파악 협조를 요청해 왔다. 
 
최측근 검거
진상 밝혀지나
 

조씨가 살아있다는 핵심 증거가 공개됐다. 그 동안 계속 조씨가 살아있다는 의혹만 제기된 가운데 조씨가 살아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그동안 조씨가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씨의 조카 ㄱ씨와 조씨 측근이라는 ㄴ씨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에는 조씨가 전 검찰 고위간부 등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벌였음을 시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조씨가 중국에서 도피 중이던 2011년 변호사가 현지에서 조씨를 만났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두 사람이 통화한 시점은 2012년 2∼3월로 알려졌다. 파일은 총 23분 분량이다. 
 
통화는 조씨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두 사람이 여러 문제를 상의하는 내용이다. ㄱ씨는 특히 “삼촌(조희팔)이 노발대발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삼촌이~했다’는 식으로 여러번 말하고 있다. 
 
ㄱ씨와 ㄴ씨가 통화한 녹취록 일부를 보면 ㄱ씨는 “근데 그 A씨가예. 중국 공안부에 협조요청을 했다고 카는데. B변호사가 일을 한다 카는 게 아니라 카면서 (삼촌이) 그래가 막 성을 막 내시더라고예”라고 말했다. 또 ㄱ씨는 “나도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예. 삼촌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하시더라고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조씨의 생존설은 줄기차게 제기 돼 왔다. 중국에서 조씨가 살아 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조씨가 중국 도피 생활을 하며 성형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으며, 골프장이나 술집에서 그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녹음파일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밝힌 조씨의 사망 시점(2011년 12월) 이후에도 조씨가 살아 있었고 검찰 고위층 등에 구명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와 수사기관의 유착관계가 속속 드러나면서 그의 생존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그 동안 조씨가 검·경과 정치권에 대한 금품 로비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 관련 사건의 판결문에 따르면 강씨는 수사기관의 압박이 거세지자 조씨를 대신해 자신의 고교 인맥을 동원한 로비에 나섰다. 
 
먼저 강씨는 고교 동문인 김광준 전 검사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된 액수만 2억7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검사는 뇌물수수 사건으로 2014년 5월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강씨는 또 2007년 3월 당시 부산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김 전 검사와 대구 일대에서 수시로 술자리를 가졌다. 이후 2008년 5월부터 10월까지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돈을 건넸다. 
 
 
강씨는 2008년 주위에 “내 친구가 부장검사다. 서울에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했다. 당시 김 전 검사의 다이어리에는 강씨의 영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발견된 점에 비춰보면 강씨의 중국 도피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 외에도 전직 검찰서기관 오모씨가 조씨 수사 무마 부탁과 함께 2억7000만원과 1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형이 확정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액 6조원 
어디에 은닉?
 
경찰은 권모 전 총경 등 5명의 전직 경찰관이 현역시절 조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권 전 총경은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던 2008년 조씨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김모 전 경위는 권 전 총경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또 2008년 1월 강씨에게 차량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수차례 걸쳐 5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동부경찰서 지능팀에 근무하던 안모 경사를 얼마 전에 구속했다.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숨긴 것으로 밝혀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앞서 2013년 조씨의 자금 관리책인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임모 전 경사, 조씨 밀항 후 2008년 중국에서 강씨로부터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정모 전 경사도 각각 구속기소 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30억원의 로비자금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강씨는 앞선 로비 사건에서 돈 전달의 핵심적인 구실을 했고, 조씨의 ‘오른팔’로 다단계 사업의 재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강씨의 국내 송환으로 조씨를 비호한 세력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거수일투족 의혹과 의문
정관계 추가 배후세력 추적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당사자인 박관천 전 경정도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경정은 2011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이 사건을 전담하고 있었다. 또 2011월 12월 조씨가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박 전 경정은 “조씨가 중국 청도의 식당에서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숨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증거로 응급진료기록부, 사망진단서,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 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는 공식 입증자료라고 보기엔 조악하다는 평가가 나왔고, 더욱이 장례식장에서 입관돼 있는 시신을 동영상으로 촬영한다는 것 자체도 정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사망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고, 경찰 내부에서도 조씨가 의사를 매수했을 가능성까지 나왔지만 경찰은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조씨가 사망했다는 것에 대해 과학적 물증이 없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조씨 사망 발표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으로 근무했다. 강 청장은 “중국 측에서 보낸 자료가 있는데, 이걸 보고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명확한 것은 조씨가 사망했다고 할만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병원의 진단서나 화장장의 화장증만 보고 ‘죽었다’고 선언한 것은 섣불렀다고 과오를 인정한 것이다. 
 
강 청장은 다만 “생존 반응이 없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생존반응이란 주변인물들을 통해 전해지는 피의자의 동향을 일컫는 말이다. 그간 중국을 통해 들어온 외사기능첩보에서 조씨의 생존을 뒷받침할 만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강씨 역시 7년간 도피해 있었지만, 이렇다 할 생존 반응이 보고된 바 없다. 

속속 드러나는
돈로비 정황들
 
수사기관이 찾아낸 조씨의 은닉재산은 12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710억원은 조씨의 재산을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씨가 피해자 구제 명목으로 법원에 공탁했다. 2010년 조씨 등을 상대로 먼저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피해금액을 확정받은 280여명이 지난해 나머지 피해자 1만6000여명을 상대로 공탁금을 먼저 가져가겠다는 소송을 냈다. 조씨의 은닉재산이 추가로 나오더라도 국고로 환수될지 피해자들에게 돌아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희팔 사건 일지
 
▲2008.10=경찰 4조원대 사기 행각 벌인 혐의로 조희팔 등 일당 수배.
▲2008.12.09=조희팔 중국으로 밀항.
▲2009.04.01=조희팔 일당 중 김모씨 등 임원급 2명과 권모씨 등 센터장급 13명 추가 구속.
▲2010.10.11=사기 피해자 105명이 조희팔 등 8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
▲2012.05.21=경찰,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 지난해 12월 현지에서 사망했다고 발표. 
▲2012.11.26=경찰, 중국 공안에 조희팔 생존 여부 재확인 요청.
▲2013.03.04=조희팔의 자금을 관리한 전직 경찰 임모씨 등 3명 불구속 기소.
▲2014.12.18=검찰, 사기범 조희팔 1200억원대 은닉재산 확인.
▲2015.10.10=조희팔 최측근인 강태용 도피 7년 만에 중국에서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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