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14일부터 가나아트스페이스 1층 전시장에서 동양화가 이동원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님의 숨결 이 땅에 빛이 되어 흐르네'이다. 작가는 옛 선인들의 전통 화법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시각을 더해 작품을 완성했다. 조선시대 인물상은 물론 우리 땅 곳곳의 풍광이 생생한 수묵 속에 담겼다.

이동원 작가의 개인전이 3년 만에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님의 숨결 이 땅에 빛이 되어 흐르네'전은 전통회화의 형식 안에 현대회화의 흐름을 집어넣은 시도로 가득하다. 작가가 평소 흠모해 온 조선시대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국화의 멋과 풍류가 작품 안에 배어 있다.

멋과 풍류

KSD갤러리 객원큐레이터인 박정구씨는 이 작가의 그림에 대해 '정신으로 잇는 전통과 현대성'이라고 정의했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동양화단은 '왜색'이라는 치부를 씻어내고, 서양화에 대응하는 현대적인 미술로의 전환을 추구했다. 단 오늘날의 한국화가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전통을 잘 계승했다거나 모두가 수긍할 만한 변화를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씨는 전통의 일신, 혹은 한국화의 현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놓고 '정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박씨는 동양화의 근본을 향한 정신 연마·습득은 간단하지 않으며, 그림의 바탕이 되는 공부와 수련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한국화를 제대로 그리기 위해선 전통을 체화해야 한다고 믿었다. 전통을 바탕에 둬야만 해석과 변용에 따른 각자의 노선과 지향도 구체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형식이나 외관만을 흉내 낼뿐 전통을 맹목적으로 추종해 온 흐름도 존재했다. 그 사이 공적 교육기관을 통해 전통회화의 정신과 기법을 제대로 익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조선시대 인물·전국 각지 풍광 담아
우리땅 곳곳의 생생함 수묵화 속에

이 작가는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뒤 다시 전통회화를 익힘으로써 '동양화'의 현대화를 이루기 위해 매진했다. '한국화가'로서의 작업을 포기하고 십여년 동안 선인들의 서법과 전통회화의 기법을 공부했다. 전통을 새롭게 구현하기 위해선 온고지신의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불혹을 넘어선 그에겐 늘 탐구하고 인내하는 '학자'의 자세가 함께 한다.

또한 이 작가는 선인들의 정신세계까지 폭넓게 공부함으로써 전통회화를 이전의 것이 아닌 현재의 것으로 소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삶의 가치가 담긴 전통을 재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한국화의 근원과도 같은 선인들의 정신'을 매개로 우리 땅 곳곳의 풍광과 그들의 일화를 작품 속에 담았다고 했다. 일부는 사료나 그림, 혹은 흔적으로만 남겨진 우리 민족의 오랜 생활터전이다.

이 작가는 조선 시대 인물들을 꼼꼼히 연구해 그들의 정신이 깃든 장소를 그림의 소재로 선정했다. 문헌 공부와 답사를 병행해 최대한 전통에 가까운 형식에 다가가고자 온힘을 기울였다. 구체화된 작품을 통해선 각각의 감상자가 선인들의 삶이 담긴 자연, 나아가 그것을 그린 그림에 공명할 수 있기를 염원했다.

이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수려한 필력이 더해진 매화도를 비롯해 모시에 그린 매화 사이를 걷도록 한 설치작업 등이 눈에 띈다. 이상세계를 현실 공간에 투영하고자 했던 선인들의 뜻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정신과 삶을 관통한다.

전통을 구현

이 작가의 그림은 전통에 기반을 두지만 결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의 그림은 현대인의 삶과 의식이 담긴 현대회화로의 온전한 이행을 전제한 것이다.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전통을 넘어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 작가의 본령임을 그는 잊지 않는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이동원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옛 등걸에 매화꽃이 새롭구나’(공아트스페이스, 2012)
▲단체전 환기미술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등 4회
▲환기미술관 작품소장
▲한국미술연구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