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류계 줄초상 나는 이유

2010.08.03 10:29:23 호수 0호

사채 쓰려면 맞보증, 실체 없는 목죄기 ‘아가씨들 녹다운’

사채로 인한 피해와 후유증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사채 이자율에 대한 상한선 제한을 법률적으로 규정하고 불법 사채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음지’의 사채 시장은 이런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1000%, 2000%의 살인적인 이자를 받으며 서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 중에는 화류계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겉으로는 화려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본인의 사채는 물론 사채에 대한 연대보증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자살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최근 발생했던 포항의 연쇄자살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화류계의 사채현황과 특히 그 중에서도 마담들의 사채로 인한 고통을 집중 취재했다.



화류계 언니들 화려한 모습 뒤에 사채 검은 그림자
룸살롱 마담들 이중고 시달려 살인이자에 ‘절망만’


사채 때문에 고통 받는 화류계 사람들 가운데 룸살롱 마담들은 사채 피해자의 직접적인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손님들의 외상이나 아가씨들에게 속칭 마이낑(선불)을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쓰는 경우가 많고 불경기에 수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곧바로 사채 이자에 또 다시 이자가 붙는 곤란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야반도주, 연쇄자살…
충격에 빠진 화류계

서울 강북의 한 룸살롱 마담인 최모(29·여)씨. 그녀는 얼마 전 초보 마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새끼마담’ 딱지를 떼고 본격적인 마담생활을 시작했다. 수년간 아가씨 생활을 하면서 나름 ‘에이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녀였지만 역시 나이를 감당하기는 힘들었고,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담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마담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마담에 대한 약간의 환상이 있었다. 직접 손님들을 접대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으며 아가씨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향후 몇 년간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이 깨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가씨의 외상까지 마담이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 속에서 그녀는 사채를 쓸 수밖에 없었고, 그 후 사채업자들의 검은 협박이 서서히 그녀를 옥죄어 왔기 때문이다.

최씨가 떠안았던 외상금액은 사실 그리 많지도 않았다. 3명의 아가씨를 모두 합쳐 500만원 정도. 사실 룸살롱 업계에서 이 정도의 금액은 그리 크지도 않은 금액이다. 최씨 역시 ‘한 두달이면 갚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당장 급한 마음에 사채를 썼던 것. 그러나 불경기는 생각보다 오래 갔고 손님들로부터의 수금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사채이자를 연체한지 2개월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사실 화류계에 있다 보면 사채업자들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친분을 쌓기도 한다. 사채업자들이 아가씨들이나 마담들에게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들 역시 언제 다급하게 돈을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기본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런데 2개월 정도 이자를 연체하자 그들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 처음에는 좋은 말로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거의 반말에 욕까지 섞어 쓰는 지경이 됐다. 매일 전화가 끊이지 않고 그들에게 너무 시달리다보니 밥맛이 없을 정도이다. 아직 연체된 이자는 50만 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주변에서는 ‘그 정도는 이자도 아니다’라고 말하곤 하지만 이제까지 사채에 시달려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마담이라는 직업이 이렇게 어려운지는 몰랐었다. 지금 다시 아가씨로 돌아가라고 하면, 얼른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다.”

물론 최씨도 사채 이자 때문에 괴롭겠지만 주변의 말처럼 그녀의 이자는 이자도 아닌 축에 속한다. 심지어 마담이나 아가씨들을 자살까지 몰고 가는 악덕 사채를 얼마든지 수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포항에서 발생한 연쇄자살 사건은 사채로 인한 부작용에 다시 한 번 경악할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아가씨들과 마담들은 서로 연대보증을 섰으며 그 중 한명이 ‘야반도주’를 하기 시작하며 문제는 도미노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이자는 그때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수백만 원의 원금이 어느덧 1억원이 넘는 돈으로 변했다는 것. 결국 사채업자들의 끈질긴 협박을 견디다 못한 아가씨들은 연이어 자살을 했고 경찰은 해당 사채업자들은 긴급 체포했다.
하지만 결국 아까운 젊은 여성 세 명의 목숨을 되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자 화류계는 충격에 휩싸이며 ‘침묵’ 하기도 했다.
사실 화류계 아가씨들이 이렇게 빚에 허덕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화류계는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물론 ‘되는 술집은 되고 돈 버는 아가씨는 따로 있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실제 돈 버는 룸살롱, 돈 버는 아가씨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룸살롱 5년 차인 이모(31)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쩔 수 없는 맞보증 시스템, 보이지 않는 감시자
손님 부족도 문제지만 아가씨 품위유지비 ‘깜놀’


“솔직히 요즘 같으면 아예 이 일을 때려치는 게 돈 버는 일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손님들의 외상은 계속해서 늘어가지만, 그렇다고 외상술을 주지 않을 수도 없다. 돈 못 낸다고 외상술을 안 주면 과거의 외상도 받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손님들의 외상에 끌려가다 보면 정작 고스란히 빚으로 쌓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아예 손님 자체가 확 줄었기 때문에 아무리 손님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통화를 해도 가게에 오질 않는다. 손님 자체가 씨가 마르는 상황에서 매출을 올리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실제로는 그녀들의 생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사채를 끌어 쓰는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가씨들이 하루에 써야만 하는 돈은 최소한 10만원에 육박한다. 메이크업, 헤어, 택시비, 식대 등등을 포함하면 그 정도의 금액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 이 최소한의 기본투자비만 해도 한 달에 200만원이라는 이야기. 여기에 월세와 공과금, 휴대폰 비용 등을 모두 합치면 최소 한 달에 300~400만원을 벌지 않으면 그녀들은 곧바로 ‘적자 인생’으로 돌아서게 된다. 그런데 이 적자 인생을 메워주는 유일한 방법이 다름 아닌 사채라는 이야기다. 당장 사채는 그녀들에게 고마운 존재일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그녀들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마담들의 경우 씀씀이가 더 클 수밖에 없고 아가씨들 관리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사실 마담들의 능력이란 아가씨들에 대한 ‘관리능력’이고 이렇게 아가씨들을 다독이며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라는 것을 해야만 한다. 사소한 예로 아가씨들에게 회식을 시켜주는 것도 모두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거기다가 아가씨들의 외상까지 모두 마담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적인 구조 속에서 사채를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한다.

화류계마담, 아가씨들이 처한
‘빚의 숙명’ “아이고 무서워”

그렇다면 이러한 화류계 아가씨들을 지독하게 괴롭히는 사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없을까. 일부 화류계 사람들은 ‘우선 현재 룸살롱과 아가씨가 포화상태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력 7년차 영업상무 김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룸살롱도 한때는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야말로 ‘돈을 긁던 시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곤두박질 쳐왔으며 그 해결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아가씨들은 과거의 영광만 보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불나방처럼 화류계로 몰려들어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적은 파이를 나눠먹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돈줄이 사채가 되어버리는 기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망할 룸살롱은 빨리 망하고 업계를 떠나야하는 아가씨들은 한순간이라도 빨리 이 업계를 떠나는 것이 오히려 사채 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김씨의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룸살롱 아가씨’가 가지고 있는 그 화려함과 ‘스폰서 한방이면 인생이 역전된다’는 대박정신이 있기에 지금도 수많은 아가씨들이 화류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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