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종업원 3명 자살 몰고 간 연대보증의 늪

2010.07.20 09:58:28 호수 0호

꼬리 무는 ‘사채’ 악순환 결국 ‘자살’

최근 포항지역 유흥업소 여종업원 3명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충격을 줬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연대보증’을 서며 사채를 끌어 쓰고 있었고, 사채업자들로부터 많게는 연 1000%에 가까운 고리의 이자를 물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적은 금액으로 시작했지만 사채빚은 억대로 불어났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첫 번째 여성의 자살로 나머지 두 여성은 숨진 여성의 빚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되자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같은 길을 택했다. 유흥업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고질적인 상거래 관행과 연대보증의 늪에 대해 취재했다.

맞보증·연대보증으로 서로 감시 부담감 가중
빚독촉·협박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 선택 


첫 자살자가 발견된 것은 지난 7일 오전 5시30분께. 포항시 남구 상도동의 한 원룸에서 유흥업소에서 실장으로 일하던 이모(32·여)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 뒤인 8일 오후 8시께에는 남구 대도동의 한 원룸에서 김모(36·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으며, 10일 오후에는 남구 대잠동 한 원룸에서 이씨, 김모씨와 가깝게 지내던 유흥업소 여종업원 문모(23·여)씨가 역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연쇄자살 사건은 포항 일대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포항시외버스 터미널 인근 유흥업소에서 일해 왔으며 각각 1억 여원에 가까운 사채 때문에 고민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씨는 “사채를 갚지 못해 업자들로부터 독촉에 시달려 괴롭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종업원 연쇄자살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유흥업소의 ‘와리 마담’으로 일했다. 자신이 손님을 유치한 매출 일부분을 월급으로 받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자신이 유치한 손님이 외상으로 술을 마시거나 술값을 내지 못하면 그 술값까지 마담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급한 대로 사채를 끌어쓸 수밖에 없었다.

지난 8일 숨진 김씨 역시 마담으로 일했고, 다른 업소 마담과 여종업원과 함께 연대보증, 맞보증을 서주며 사채를 이용했다. 하지만 함께 연대보증을 섰던 여종업원 가운데 한 명이 도주했고,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김씨 역시 자살을 선택했다.

현재 포항지역에는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을 중심으로 100여 개의 유흥업소가 난립해 있으며 이곳에서 일하는 여종업원만 2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지역경기의 악화로 손님이 떨어지면서 매상이 줄고 술값 결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자금 순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때문에 술값을 대신 떠안게 된 마담들은 서로 연대보증을 서가며 고리의 사채를 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손님의 외상 술값을 사채로라도 빌려서 갚아야하는 유흥업소의 관행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이 사용한 사채는 최고 연 1000%에 육박하는 고금리 사채로 빚은 순식간에 원금의 수십~수백배로 불어난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유흥업소 종업원들의 경우, 은행권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면 불법으로 운영되는 개인 사채업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강남 화류계 모 상무는 “서울 유흥가는 선불금이나 고리사채가 많이 사라졌지만 지방 중소도시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에서는 아직도 그런 업소가 많다고 들었다”면서 “아가씨가 새로 들어오면 혹시 도망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출을 받게 해 선불금을 내게 하고, 둘 이상의 아가씨들 간에 서로 맞보증을 서게 하거나 연대보증을 서게 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되기 때문에 도망가거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자제한법’은 대출이자의 적정 한도를 정해 경제생활의 안정과 경제 정의 실현을 목표로 제정된 법률로 지난 2007년 6월3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인 혹은 미등록 대부업체에게 10만원 이상의 돈을 빌릴 때 적용되며 최고 이자율은 연 40%이지만, 시행령에서 연 30%로 정하고 있으므로 실제 이자율은 연 30%다.

이에 따라 이자율 30%를 넘는 부분은 무효이며, 돈을 빌린 사람이 최고 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지급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된 이자는 원금에서 제하고, 원금을 제하고도 남을 때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자제한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등록 대부업체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미등록 대부업체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 30% 이상을 지급한 이자는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사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저소득층임을 감안할 때 이들이 사채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란 제도적 지원 없이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불법 사채업체 단속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등록·무등록 대부업체들의 불법 영업에 대한 처벌이 이자제한법이 아닌 대부업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자제한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대부업법의 철저한 시행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등록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판국에 음지에 숨어 영업하는 무등록 고리사채업자에 대한 단속이 주요 골자인 이자제한법의 시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자제한법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불법사채업자들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구조,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상담, 대안금융 활성화 등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일반 국민들이 ‘30%이상의 이자는 불법’이라는 인식을 정확히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또 초과 이자 반환 소송도 활성화 되어야 한다. 현재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는 저소득층에게 소송 대리 같은 법률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자제한법 정착을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지원장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불법사채업체의 영업을 철저히 적발해 처벌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전담 인력 증원은 이자제한법 정착의 기본적인 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며 금융감독원도 더욱 적극적으로 대부업체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가 하면 무등록 대부업자의 최고 이자율은 ‘이자제한법’에 따라 연 30%이지만, 등록 대부업자는 대부업법에 따라 연 49%이다.

유명무실 이자제한법

한편, 지난 2007년 10월에는 “윤락여성 선불금 대출 갚을 의무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기관이 윤락여성의 선불금으로 사용된 것을 알면서도 대출 해줬다면 해당 윤락여성은 대출금을 갚을 의무가 없다는 것. 
재판부는 “윤락행위를 하도록 권유·알선 또는 강요하거나 협력한 사람이 윤락행위를 하는 여성에 대해 가지는 채권은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무효”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추천  ‘사금융 피해 예방 10계명’
 
1.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업체와는 거래하지 말 것.
2. 허위·과장·부실광고에 현혹되지 말 것.
3. 은행·저축은행 등 제도금융기관의 대출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할 것.
4. 본인의 신용도에 비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를 조심할 것.
5. 은행 등의 대출을 알선한다고 하면서 작업비·수수료 등을 요구할 때는 절대 응하지 말 것.
6. 예금통장·신용카드·인터넷금융거래 등의 비밀번호를 절대 타인에게 노출시키지 말 것.
7. 신용카드 송부를 요구하는 경우 절대 응하지 말 것.
8. 위임장·인감증명서 등 명의가 도용될 수 있는 서류를 상대방에게 보낼 때는 신중을 기할 것.
9. 신용카드대금 및 상품구입대금 연체문제 등 어려움은 가족과 함께 극복할 것.
10. 금융사기 피해를 당했을 때는 즉시 수사기관(경찰·검찰)에 신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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