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권플랜 조기 가동 내막

2015.08.24 10:29:05 호수 0호

대통령 임기 절반이나 남았는데 '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대권플랜을 조기 가동했다? 문 대표가 지난 16일 야당 대표로는 이례적으로 광복70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대해 ‘대선후보로서의 행보를 재개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다음 대선까지는 아직도 2년 반이나 남아있다. 문 대표가 벌써부터 대권플랜을 가동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6일 광복70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경제통합을 강조한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했다. 야당의 대표가 광복절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표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의 집권을 가정하고 다양한 대북정책 공약을 제시해 대권플랜을 조기 가동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집권플랜?

문 대표는 “남북이 통일은 안 되더라도 경제공동체를 이룬다면 단숨에 8000만명의 내수시장을 형성할 수 있고 국민소득은 3만달러로 늘어 날 것”이라며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4번째로 ‘308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8000만명 이상인 국가)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지난 5년간 우리 발목을 스스로 잡아왔던 5·24조치를 해제하고 뱃길과 육로를 열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교류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여야 대표 공동으로 대통령에게 5·24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문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뜬 구름 위에 대권 집을 짓고 있는 느낌”이라며 일축했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문 대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문 대표가 남북 경제통합 카드를 제시한 것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안 없이 비판만 하는 야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경제·안보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대안을 내놓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일각에선 하필 목함지뢰 도발로 북한에 대한 여론이 최악인 상황에서 굳이 5·24조치 해제를 요구하며 남북 경제통합을 강조한 것은 실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문 대표의 발표 이후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사과 없는 일방적인 5·24조치 해제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80%에 달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진정한 안보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는 자체평가를 내놨다. 문 대표는 조기 대권플랜을 가동한 것 아니냐는 주변의 지적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말을 아껴 여운을 남겼다.

또 광복절기념 기자회견이라고 하면서도 하루가 지난 8월16일에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에 대해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8·15경축사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야권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자 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김무성-박원순 대결구도 고착화 우려
달라진 문재인, 더욱 강력해진 리더십

문 대표는 실제로 박 대통령의 광복 경축사에 대해 밋밋하다고 혹평하면서 자신의 ‘남북 경제공동체’ 비전을 선명히 대비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이 광복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정작 일본의 과거사 후퇴 움직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도 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현대아산을 방문하는 등 자신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실현시키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지난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돼 직격탄을 맞은 기업이다. 문 대표는 이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 청년 등과의 만남을 통해 경제행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 측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구체화시키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는 10월 방중(訪中) 일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 다음날에는 장준하공원에서 열린 고(故) 장준하 선생의 40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선생의 죽음을 통해 민족의 정통성 앞에 부끄러워하는 ‘독재권력’의 실체를 알게 됐다”며 박정희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규정하고 박 대통령과 또 한번 각을 세웠다. 이날 발언을 놓고는 문 대표가 사실상 진보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표의 광폭행보는 대권행보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선 요즘 문 대표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당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밀어붙였고, 자녀의 특혜채용 논란에 연루된 윤후덕 의원에 대해서는 안병욱 윤리심판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직권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대선까지는 아직도 2년 반이 남아있다.

문 대표가 실제로 대권플랜을 가동한 것이라면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선 것에 대해 4·29재보선 참패 이후 불거진 당내분란이 어느 정도 정리됨에 따라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신당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정작 나간다는 사람은 없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주류계에서는 문 대표가 대표직을 이용해 불공정한 사전 대선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문 대표 측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한편으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자칫 차기 대선구도가 두 사람의 양자대결 구도로 굳어져 버릴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표가 방중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도 최근 김 대표의 방미를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이미 라이벌격인 김 대표가 사실상의 대권행보를 하고 있으니 문 대표가 지금 나선다고 해도 결코 늦은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초강력 리더십

총선을 앞두고 비주류의 탈당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탈당 움직임을 잠재우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문 대표가 목함지뢰로 북한에 대한 여론이 최악인 상황에서도 5·24제재 해제 카드를 내놓은 것도 동교동계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당내 비주류를 겨냥한 맞춤형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비주류 좌장격인 박지원 의원조차 “문 대표의 제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5·24조치,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 등으로 북한을 통해 경제활력을 되찾자는 의견은 우리 당론은 물론 저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문 대표의 대권플랜은 성공할 수 있을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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