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한명숙’ 사용설명서

2015.08.24 10:33:59 호수 0호

‘성누리당’ 덮고 ‘눈엣가시’ 빼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지난 20일 대법원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서 그동안 유지했던 의원직을 잃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검찰·법원의 정치화’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새누리당의 공세를 대비했다.



참여정부 시절 ‘일인지하 만인지상’을 지낸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혐의가 유죄로 판결났다. 대법원은 한 전 총리가 ‘한신건영’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보고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이로써 한 전 총리는 19대 국회의원직을 상실함은 물론 향후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돼 사실상 정치인으로서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같은 상황이 됐다.

한명숙 유죄

한 전 총리는 판결이 난 후 입장발표문을 통해 “공정해야 할 법이 정치권력에 휘둘리고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이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시작된 정치보복이 한명숙에서 끝나길 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한 전 총리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인정’하진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발표문에도 적시됐듯 이번 판결이 고 노 전 대통령부터 진행되어 온 여권의 보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죄 소식을 전해들은 정가는 180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야권에 대한 여권의 대대적인 탄압이라고 보는 반면, 여권은 ‘사필귀정’을 언급하며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내놨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대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오늘(지난 20일) 대법원은 무고한 죄인을 만들려는 검찰의 비열한 행태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대법원의 최종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새정치연합은 이번 재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5년1개월여의 시간이 걸린 재판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여의도 정가에 불어 닥친 후폭풍은 결과보다 더욱 거센 상황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측은 재판 결과를 활용한 새누리당의 공세를 막아낼 묘수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존재감이 오히려 새누리당의 ‘전가의 보도’가 되어 돌아온 모양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국면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이번 결과에 대해 “정치권 눈치 본 대법원의 늑장판결”이라고 비판했지만, 최근 잇따라 터진 당내 의원들의 비리로 수세에 몰렸던 상황이라 소식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열흘 전만 해도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지난 1일 언론을 통해 심학봉 의원의 성폭행 의혹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어서 구체적인 장소와 사례가 공개되자 인터넷에서는 과거 윤창중 사건 등을 보태 새누리당을 ‘성누리당’으로 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법, 한명숙 징역 2년형 확정판결
새정치 중진 10여명 줄줄이 굴비신세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던 심 의원도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미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던 국민들은 ‘꼬리자르기’ 의혹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새정치연합 소속 여성의원들은 지난 4일 심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재소하면서 ‘새누리당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다.

시간이 지나 심 의원 사태가 누그러드는가 싶더니, 새로운 곳에서 사건이 터져 새누리당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같은 당 김태원 의원의 아들이 정부법무공단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수료한 김 의원의 아들은 지난 2003년 정부법무공단에 채용됐다. 그 과정에서 김 의원이 공단 이사장으로 있던 손범규 전 의원과의 친분을 이용해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연이어 터진 사건이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면서 새누리당의 고심은 깊어져만 갔다. 이처럼 잔인한 8월을 보내는 듯했던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한 전 총리에 대한 판결 결과가 국면전환의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혹시나 이번 판결이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6월19일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밝힌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한 전 총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소식을 듣고 “내년 총선에서 악용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자칫 이번 판결이 도미노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새정치연합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때문에 수뇌부는 지난 21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리에 모인 의원들은 최근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재판 중이거나 수사 선상에 오른 상황이 많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신공안탄압’이라 규정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제2의 한명숙 사태

실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 중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한명숙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까지 새정치연합은 10명 이상의 현역 의원들이 수사를 받거나 대상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대부분 중진급 이상으로 당내 입지가 커 총선을 준비하는 새정치연합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혹 받는 새정치연합 의원들 명단

한명숙 전 총리가 실형을 받게 됨으로써 수사 선상에 놓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누군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희상(5선) 의원은 처남의 취업청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비노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김한길(4선) 의원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가 있다. 신계륜(4선)·김재윤(3선)·신학용(3선) 의원 등은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으며, 박지원(3선) 의원은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황이다.

11명 중 9명이 중진급 “내년 총선 어쩌나”

뿐만 아니라 이종걸(4선) 원내대표와 강기정(3선) 의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고발돼 재판 중에 있으며, 위증 혐의를 받고 있는 권은희(초선) 의원과 대리운전 기사 폭행 사건의 김현(초선) 의원도 기소된 상태다. 비리 혐의로 탈당한 박기춘(3선) 의원까지 합하면 사법 심판대에 놓인 새정치연합 의원은 10명이 넘는 상황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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