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전문가 윤재호와 함께 알아보는 경매 정복기<34>

2010.07.13 09:54:39 호수 0호

경매는 서류로 시작해 서류로 끝난다?


경매시장에서 통하는 말이 있다. ‘경매는 서류에서 시작해서 서류로 끝난다’는 말이 그것이다.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을 위해 처분절차를 규정해 제정한 민사집행법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경매다. 이것이 경매절차와 과정을 이해하고 경매 관련 법률과 정보를 꿰뚫어야 하는 이유다. 남들보다 더 값싸고 안전한 물건을 고르고 낙찰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경매는 냉혹… 초보자의 조그만 실수는 치명타
경매 진행여부 확인은 ‘하루 전에 반드시 하라’

그러면 경매 입찰 전에 미리 해야 하는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 경매장은 항상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나 소액투자자까지 돈이 되는 물건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어서다. 실제 입찰장에 가보면 갓난아기를 업은 젊은 새댁에서부터 호호백발 할아버지까지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경매장을 찾다 보니 웃지 못 할 실수를 자주 목격한다.

경매 현장을 가만히 지켜보면 한두 명이 자잘한 실수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입찰서류 쓰는 경험이 없다 보니 사건번호를 잘못 써내거나 물건번호를 쓰지 않아 1등의 영광을 2등 입찰자에게 돌려야 하는 ‘억울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경매는 냉혹하다.

공정하게 입찰을 진행하다 보니 초보자의 조그만 실수는 치명타가 되기도 한다. 실제 법원에서 강제 매각하는 경매부동산 절차는 재판 과정과 같아서 매우 엄격하다. 일부 입찰장은 경매법정 입구에 폐쇄회로 TV까지 설치해 절차와 과정을 경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 



경매 입찰 전‘이것만은 꼭!’

법원은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일반 부동산을 사는 것처럼 적당히 절차를 생략하지 않는다. 작은 실수도 눈감아주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무심코 입찰했다간 입찰보증금을 순식간에 날릴 수 있다. 낙찰무효의 소를 주장하며 경매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필자가 목격한 일이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법원경매 입찰장에서 여느 때와 같이 경매에 관심 있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예고한 입찰서류 접수마감 시간인 11시 10분이 막 지나고 있을 때였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 50대 신사가 부랴부랴 집행관 앞으로 뛰어나갔다. 마감시간에 임박해 입찰서류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달리 집행관은 서류를 건네주며 친절하게도 서류를 빨리 써서 입찰하라며 시간을 연장해 주는 것이 아닌가?

서류 접수를 공식적으로 마감하지 않은 탓에 집행관도 마땅치 않았지만 민원 발생의 여지가 있어 귀찮아도 못 이기는 척 서류를 건네는 듯 보였다. 이 신사는 집행관 앞에 있는 법정 입찰대(일명 법대)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서류를 적고 있었는데 입찰장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한 사람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몇 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게 싫다는 표정이었다.

경매 관련 법률과 정보를 꿰뚫어야
내 돈 지키는 비법 “서류는 꼼꼼히”


이 남자는 겨우 서류를 제출했고 한동안 집행관과 보조요원들이 사건번호 순서대로 서류를 정리했다. 얼마 있다 곧바로 최고가 매수인을 선정하는 절차를 바쁘게 서둘렀다. 드디어 집행관과 보조요원들이 입찰서류 정리를 다 마치고 최종적으로 최고가 매수인을 발표하기 위해 마이크를 입에 대고 갑자기 외쳤다. “사건번호 08타경 00000번을 쓰신 분 누굽니까?”

그러자 아까 헐레벌떡 서류를 작성했던 신사가 집행관 앞으로 다가갔다. 집행관이 마이크를 통해 하는 말이 걸작이다. “이 사건번호는 오늘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물건입니다. 경매가 취소된 사건이라 그렇게 급하게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었는데….” 일순간 웃음바다로 변했다. 신사는 멋쩍은 표정으로 서류를 돌려받고 입찰장을 후다닥 떠났다.

집행관이 불러준 사건번호로 경매정보지를 살펴보니 경매취하가 불 보듯 뻔한 경매물건이었다. 감정가 2억원에 1회 유찰된 아파트였다. 등기부등본을 보니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는 개인이었다. 다른 권리의 설정 없이 달랑 가압류 한 건으로 강제경매를 부친 사건이었다. 청구금액도 2800만원으로 아파트값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금액이었다.

경매가 도저히 진행될 여지가 없는 물건이었다. 약간의 경매 상식만 있었어도 이 물건은 99% 입찰을 포기해야 할 ‘취소 가능성 높은 경매물건’이란 것을 알았을 것이다. 굳이 입찰을 강행해 시간 낭비와 경제적 손해를 본 셈이다.


시간과 돈만 낭비했다?

생각해 보라. 입찰을 결정하기까지 서류를 떼어 봐야 하고 입찰을 결정한 후에는 은행에서 입찰보증금으로 낼 돈을 찾고 또 차를 타고 법원 입찰장까지 왔을 것이다. 또 몇 시간을 기다려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심한 일은 이런 일들이 경매 입찰장마다 거의 하루에 한두 건은 꼭 벌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초보자라도 최소한 입찰 당일 경매가 실제 진행되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입찰장을 찾는 게 순서 아닐까.

하루에 진행하는 경매물건 200여 건 중 최소 10~15건은 입찰 취소, 취하, 변경, 연기된다. 예고 없는 취소나 연기가 빈발하기 때문에 ‘별일 있겠나’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입찰장을 찾았다가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하고 입찰해야 한다. 입찰 당일이 아니더라도 하루 전에 경매계에 전화해 일정에 맞게 진행되는지를 파악하는 수고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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