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국·검에 돌직구 날린 김경진 변호사

2015.07.29 10:37:17 호수 0호

“검찰 강건너 불구경…국정원 수사해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정원 불법 해킹 프로그램 파문으로 온 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매일 같이 각종 의혹이 쏟아진다. 하지만 국정원 상급자인 대통령과 수사기관 검찰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형국. 특히 검찰은 아직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이번 국정원 파문과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부장검사 출신 김경진 법무법인 이인 변호사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간 감청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퍼지고 있다. 지난 14일 국정원은 “프로그램을 국민에게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지만 해명을 뒤집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 사찰 의혹은 더해지고 있다. 18일에는 이번 파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국정원 직원 임씨가 자살까지 했다. 더불어 해킹의 숨은 대상으로 정치권이 지목되는 등 파장은 점차 확대될 조짐이다. 
 
“터질 게 터졌다”
 
김경진 변호사는 “국정원이 증거를 없애기 전에 검찰이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정원은 무소불위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부장검사 출신으로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얼굴을 비치고 있다. 다음은 김 변호사의 일문일답. 
 
-국정원 불법 해킹 파문이 일어났다.
▲터질 게 터진 거다. 국정원에서 이런 불법을 저지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유우성씨 간첩 증거 조작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정원에서 중국 공문서를 조작해 중국 정부에 항의까지 받았다. 또 국정원이 대선 때 댓글부대를 운영해 국정원장이 감옥에 있다. 좀 더 깊게 들어가면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가 일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납치해 수장시키려고까지 한 사건도 있다. 국정원 댓글부대처럼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다. 빨리 수사를 해야 한다. 
 

-국정원 직원이 돌연 자살했다.
▲국정원은 그동안 자신들의 범법 행위가 밝혀지는 순간 항상 자살을 시도하거나 죽었다. (지난해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 권씨 자살 기도, 안기부 삼성X파일 사건의 비밀도청한 미림팀 공씨 자살 기도,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과 관련된 국정원 전 직원 자살, 김영삼정부 때 북풍 공작을 주도한 권씨 자살 기도 등이 있다.)
 
이게 조직 문화가 아닌가 싶다. 혹은 분명 국정원 훈련을 받을 때 이런 교육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공작 활동하다 잡혔을 때 대처 매뉴얼 말이다. 그 최악의 경우가 자살일 것이다. 이게 국내에서도 똑같이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파문이 사실이라면 어떤 부분에서 위법한가.
▲현재까지 나온 의혹은 크게 내국인 사찰, 불법 도감청, 불법 해킹프로그램 사용, 대선 개입 의혹이다. 국가정보원법과 정보통신망에 관한 법률, 통신비밀보호법 등 다양한 법에 걸린다. 먼저 도감청을 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에 걸린다. 도감청은 법원 영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정원이 지금까지 도감청을 하면서 영장을 발부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내국인의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불법적으로 침입해 정보를 빼냈다는 의혹도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친 및 정보보호를 위반한 것이다. 만약에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치 관여까지 했다면,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죄와 직권남용죄가 적용된다. 
 
 
-국정원 존재 자체가 문제라는 말도 있는데.
▲국정원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라는 점이다. 국정원은 완전히 치외법권 소도(법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나 마찬가지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구조다. 예산도 기밀이며, 국회의원도 알 수 없다. 전혀 감시가 안 되고 있다. 국정원은 오로지 대통령에게만 보고한다.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과 국정원이 짬짜미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국정원 직원은 검찰도 함부로 체포도 할 수 없다. 삼성X파일 때 검찰이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는데, 국정원장이 항의 전화를 했다. 그 직원은 얼마 되지 않아 석방됐다. 사법절차를 밟을 때 국정원에 통보를 하게 돼 있긴 하지만, 사실상 국정원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정원장이 승인하지 않으면 체포 할 수 없다. 최소한 범죄적 행위라면 국원장 승인 없이 사법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국정원 구조적 문제에 과감히 메스 대야 

검찰은 정권 눈치만…보수화된 사법기관
 
-검찰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수사할 수 있지 않나. 
▲이 정도 의혹과 자료면 충분히 인지 수사할 수 있다. 송금, 의뢰 내역, 재미 과학자 해킹 의혹 등 수사해 볼만하다. 거기다 국정원 직원까지 죽었다. 하지만 검찰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채동욱 전 검찰 총장을 찍어내리는 청와대를 보며 뼈저리게 느꼈을 거다. 결국 청와대에서 오더가 떨어져야 움직일 것이다. 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때랑 비슷한 양상이다. 
 
-부장검사로 근무하던 시절에 X파일이 터졌다. 당시 검찰의 대응은?
▲내가 직접 수사를 맡지는 않았다. 하지만 X파일이 터졌을 때 검찰은 즉각 수사에 들어갔다. 어쨌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철저히 조사하라”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검찰이 움직인 게 아닌가 싶다. 그 당시에는 즉각적이고 공개적인 대응을 했다. 
 
-검사 시절과 비교했을 때 사법기관이 많이 달라졌나? 
▲안 그래도 법이라는 게 무척 보수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욱 보수화되고 있다. 현재 대법관들을 보면 대부분 고위공직자 출신이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 개입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어떤 판결도 내리지 않고 파기환송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선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대법원에서 판결을 회피했다. 이는 분명히 보수권력에 공고하게 도움이 되고 있다. 내가 검사 생활을 할 때만 해도, 대법관 중에는 재야 운동권 출신이나 진보적인 법관이 많았다. 현재는 어쨌든 기관장들이 보수거나 친정부 성향이다 보니 전보다는 많이 달라졌다.  
 
-이번 파문의 향후 전망은.

▲흐지부지 입씨름 하다 끝날 것 같다. 국정원은 비밀유지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치부를 쉽게 밝히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나서지 않는 이상 버티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검찰은 여론이 악화돼 정권에서 수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지 않는 이상 수사 가능성은 낮다. 시민단체에서 고발한다고 해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댓글 사건처럼 꼬리 자르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또 꼬리 자르기?
 
-국정원이 갈 길은?
▲국정원은 직원들 앞으로 이례적으로 성명 발표까지 했다. ‘국가를 위한 국정원’이라고.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온 국민이 그렇게 되길 뼈저리게 원하고 있지 않은가. 국정원의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관계자들은 국가 반역죄를 저지른 거나 마찬가지다. 사형이거나 무기징역이다.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min1330@ilyosisa.co.kr>
 
 
[김경진 변호사는?]
 
▲1965년 장성 출생
▲금호고등학교
▲고려대 법학과
▲31회 사법시험 합격
▲인천지방검찰청 검사
▲군산지방검찰청 검사
▲광주지방검찰청 검사
▲대검찰청 검찰제도 연구관
▲서울중앙검찰청 검사
▲광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법무법인 이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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