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700억 대출사기 사건 전모

2010.07.06 09:25:20 호수 0호

사장님은 위조… 지점장은 보증… 은행장은 사인


대출 사기를 벌인 수십 명이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 전·현직 은행장과 지점장, 벤처 대표 등이 짜고 2개의 은행에서 무려 7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빼갔다. 수법은 상당히 조직적이다. 손발이 척척 맞았다. 크게 한방 맞은 은행을 중심으로 책임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700억 대출사기 사건의 전모를 들춰봤다.


허위 지급보증서로 부정대출 혐의 23명 입건
은행장·지점장 연루…은행 간 책임공방 가열


수원지검 특수부는 최근 허위 지급보증서 등을 이용해 수백억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23명을 입건했다. 이 가운데 총책 김모씨 등 8명은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회사 명의를 빌려준 서모씨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7명을 지명수배했다.

조직적인 수법 동원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7∼8월 대출금 변제 능력이 없는 회사 명의를 빌려 대출신청을 하면서 허위 지급보증서를 제출해 30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지난해 1∼10월 허위 지급보증서와 감정평가서를 이용해 395억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명의 차주 모집과 대출 신청, 위조 지급보증서 공급 등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으며, 담보 부동산의 감정평가금액을 3∼8배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 등은 부정 대출한 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개인 용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구속기소된 은행 관계자들은 대출을 도와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번 사건에 전·현직 은행장과 지점장, 벤처 사장 등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다. 대출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 전 B저축은행장, 이모 S은행 지점장, 김모 D사 사장, 장모 G사 사장 등이다.

이들은 2개의 은행에서 무려 7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빼갔다. 피해를 입은 은행은 B저축은행과 S은행이다. 대출 사기는 상당히 조직적으로 진행됐다. 대출 신청을 위해 매출 실적이 없는 회사의 이름을 차용했고, 부동산 감정평가 브로커를 통해 담보 부동산의 가치를 부풀렸다. 이 지점장 명의의 위조된 지급보증서도 동원했다. 심지어 각각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임무를 맡길 정도로 치밀했다.

윗선 개입 가능성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B저축은행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모두 395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검찰은 박 전 은행장이 담보물 실사 없이 대출을 지시하는 등 이번 대출사기를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은행장은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검찰은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S은행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2차례에 걸쳐 300억원을 대출받았다.

주요 인물인 김 사장이 해외로 도피해 그동안 수사가 지지부진했으나 지난달 검찰에 검거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추가 공범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각 은행의 윗선 개입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대출사기 규모가 700억원대란 점에서 이번 사건에 거물급 인사가 연루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은 은행 간 소송전으로 번졌다.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따지기 위해서다. 300억원의 대출 사기를 당한 S은행은 위조된 지급보증서에 사인한 이 지점장 소속의 또 다른 S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을 승인하는데 이 지점장의 위조된 지급보증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S은행은 “허위 지급보증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이 지점장 소속의 은행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소를 당한 S은행은 “지점장 개인 비리로 은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B은행 측은 “395억원의 부실대출금 가운데 100억원을 현금으로 상환받았고 추가부동산 담보 취득 등으로 은행의 피해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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