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어느 재벌가 사위의 각서

2010.07.06 09:23:24 호수 0호

“처갓집 돈, 절대 노리지 않겠습니다”


최근 재계에 재벌가 장인과 사위 사이에 얽힌 웃지 못할 얘기가 나돌고 있다. 결혼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데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국내 내로라하는 그룹의 오너 A회장과 그의 사위 B씨. 이들은 가족이 된 지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다. 그 이유가 뭘까.


수년째 이방인 대우…‘왕따’소문 파다
결혼전 재산 포기서 작성 ‘조건부 승낙’


‘남데렐라’ 방송가엔 구전인 신데렐라에서 성별만 바뀐 이런 스토리가 단골소재로 쓰이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남성이 상대 집안 덕분에 신분이 상승하는 뻔한 얘기다. 현실과 멀다는 이유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지만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신 데릴사위’제도가 사회에 빠른 속도로 뿌리내리고 있다.

‘남데렐라’ 비애

사정은 재벌가도 다르지 않다. 재벌가는 유교적 전통에 따라 장자 우선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 왔다. 이도 아니면 아들 중 ‘될성부른 떡잎’을 키운다. 딸들은 물론 사위들을 경영에서 배제해 온 것. 그러나 갈수록 ‘아들 같은’사위를 들이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백년손님’이란 꼬리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장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남데렐라’들은 놀라운 경영수완을 발휘,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으면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핵심 요직에 등용된 이들은 혼사를 통한 무임승차가 아닌 실력과 노력으로 오너일가 2∼3세 못지않은 지위와 권력을 누리고 있다. 나아가 집안사람들 가운데 최고의 주식부자에 오르거나 대대로 내려오는 처갓집 가업까지 물려받은 사위도 있다. ‘황태자’가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경우 ‘잘 나가는’사위와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는 이유다. 실제 일부 재벌가에선 경영권을 놓고 아들-사위간 신경전까지 감지된다.

‘사위가 낫다’는 평가를 받는 집안의 아들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평범한 재벌가 사위들은 경영 능력을 전제로 장인과 부자지간 이상의 정을 나누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며 “그렇다고 폐쇄적인 재벌가 문화에서 이방인으로 분류되는 사위들이 살아남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천덕꾸러기 신세도 적지 않다.

국내 내로라하는 그룹 오너 A회장의 사위 B씨가 대표적이다. B씨는 몇년 전 A회장의 딸과 결혼했다. 둘은 유학시절 만나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일각에선 B씨의 경영 참여가 조심스레 점쳐졌었다. 하지만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B씨가 그룹 경영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는 것. 그는 처가의 가업과 전혀 무관한 길을 가고 있다.

이도 모자라 처갓집에서 처량한 이방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심지어 그룹 일가가 철저히 ‘왕따’를 시킨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B씨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마지못해 집안일에만 참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회장은 사위의 사업 합류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또 일체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 불화, 갈등까진 몰라도 A회장과 B씨 사이엔 항상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B씨는 ‘평민’이 아니다. B씨는 미국 명문대에서 MBA 과정을 마친 재원이다. 졸업 후 벤처회사에 입사해 승승장구하는 등 관련 업계로부터 경영 자질을 충분히 검증 받았다. A회장 일가보다 못하지만 집안도 보통 이상이다. 그의 부친은 ‘준재벌’수준의 재력을 갖고 있다.
결국 A회장이 단순히 집안과 돈, 능력 때문에 B씨를 외면하는 게 아닌 것이다.

재계 호사가들은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A회장 일가의 보수적인 가풍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실제 이 일가의 ‘옥쇄’는 아들만 물려받을 수 있다. 아들도 장남에 한해서다. 차남 이하의 서열은 꿈도 못 꾼다. 딸들도 마찬가지다. 경영은커녕 문지방 넘기가 힘들다. 다만 회사 지분만 챙길 수 있다. 사위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전통적으로 사위들이 경영에 나서는 것을 금기시 하고 있다. 그룹에서 일하는 사위는 한 명도 없다.



경영도 ‘접근불가’

이에 따라 B씨 역시 A회장 일가의 주변만 맴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엔 이와 관련된 뒷담화가 나돌고 있어 시선을 끈다. B씨가 결혼 전 경영 불참여 등의 각서를 썼다는 것이다. A회장이 혹시나 모를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 B씨에게 요구한 일종의 ‘처갓집 재산 포기서’인 셈이다. A회장은 이 조건으로 결혼을 승낙했다고 한다.

증권가 등에 떠도는 소문을 종합해보면 대충 내용은 이렇다. ‘나는(사위) 앞으로 그룹 경영에 절대로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재산도 탐하지 않으며, 지원도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영원히 따님만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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