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 A씨 장사 안 돼도 계약해지 못하는 속사정

2010.06.29 09:53:19 호수 0호

“계약기간 내 해지? 위약금 내!”


교육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던 A씨. 그는 가맹본부의 일부 잘못으로 인해 사업 영위가 어렵다며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또 보증금 500만원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가맹본부의 답변은 손해배상이었다. 계약기간 내 일방적 해지를 통해 가맹본부가 손해를 봤다는 것.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신청이 들어갔지만, 조정원은 가맹본부의 손을 들었다. A씨는 가맹본부와의 협의를 통해 보증금의 일부를 손해배상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몰지각한 가맹점 잡자고 선량한 피해 속출
공정위 뒷짐, “계약 해지는 당사자 간 해결” 


프랜차이즈 계약 만료 전 가맹점사업자의 계약 해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특히 어려운 경기 여건으로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고려하는 가맹점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중도 계약해지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지 규정 가맹본부 이롭게



가맹사업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제14조와 시행령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에는 가맹점사업자에게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의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시정하지 아니하면 그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가맹계약의 해지는 효력이 없다.
 
다만, 가맹점사업자에게 중대한 일신 상의 사유 등이 발생해 더 이상 가맹사업을 경영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예외로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유통과 관계자는 “이 조항은 가맹본부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 계약해지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사업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가맹본부의 계약해지 절차라는 것. 그러나 이 조항이 역으로 가맹점사업자의 계약해지 조건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E교육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계약서에 ‘가맹점사업자가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2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해지사유를 서면으로 2회 이상 통보 후 시정되지 않으면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가맹점사업자를 위한 해지 조건이 가맹본부를 위한 내용으로 둔갑했다. 또 계약기간 중도에 해지할 경우에는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측은 “가맹사업법에는 가맹점사업자의 해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이를 역이용하는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는 살펴봐야 하지만, 2회 이상 통보는 부당한 계약 및 설정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또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계약서 상에 독점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가맹본부가 노력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가맹사업법에 규정이 없으므로 민법이나 상법 등을 참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교육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가맹점 오픈시 상권을 보호하고 가맹본부의 노하우를 전수했기 때문에 가맹점사업자가 계약기간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장사가 잘 되는 점 등을 이용해 동종 브랜드로 갈아타는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운영

안양 범계역 인근에서 퓨전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나날이 늘어가는 적자에 한숨만 쉬고 있다. 가맹본부와의 계약기간은 5년. 올해로 4년째다. 처음 1~2년간은 장사가 잘 됐다. 아이템도 특이하고 주위에 비슷한 매장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비슷한 아이템과 최근 소비에 어울리는 브랜드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맹본부에서 신메뉴 등을 내놓고는 있지만, 발길을 돌린 소비자를 잡기는 힘든 상태다. 업종을 바꿀까도 생각하지만 계약기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위약금이나 손해배상도 부담이다. 매일 적자지만, 영업을 안 할 수도 없다. 권리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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