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2010.06.22 13:05:51 호수 0호

하늘 버리고 백성 택한 영웅의 위대한 서사시


이수광 저 / 쌤앤파커스 펴냄 / 1만1000원



오직 신념 하나로 조선의 새 아침을
연 정도전, 그의 삶을 소설로 읽는다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이후 역사소설을 통해 민중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그려온 이수광의 <정도전>. 오직 백성을 위하는 신념만으로 조선이라는 새 나라를 연 14세기의 위대한 지성 ‘정도전’의 이야기를 담아낸, 팩트와 픽션이 공존하는 역사소설이다. 14세기 고려, 밖으로는 원나라의 속국으로서 독립국가의 지위를 상실하고 홍건적의 침입으로 바람 잘 날 없었으며, 안으로는 악정(惡政)을 일삼고 음란한 행위만 되풀이하는 왕들에 의해 도탄의 지경에 빠져 있었다.

성리학의 세례를 받은 신진 사대부들은 개혁을 추진했으나 그들에게는 힘이 없었고, 개혁 이상의 새 세상을 열려는 의지 또한 없었다. 오직 한 사람, 정도전을 제외하고는. 천민인 외가 때문에 관료진출의 길이 막힌 그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아예 ‘판을 새로 짜는’ 구상을 세운다. 혁명을 준비한 것이다. 함주(함경도)까지 찾아가 이성계를 혁명의 파트너로 만들고, ‘위화도 회군’을 구상하여 역사의 흐름을 되돌려놓았다. 마침내 새 나라 조선을 세운 것이다.

그는 역성혁명에 성공하고도 왕이 아닌 신하로 남을 것을 자처했다. 왜인가. 그의 시선은 한없이 높은 ‘왕’이 아니라, 지극히 낮은 ‘백성’에게 시종일관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는 성리학의 기본이념에 따라, 백성이 등 따습고 배부르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이미 6백년 전에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시도되지 못했던 ‘민본정치’라는 거대한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조선조 내내 역적의 대명사로 불리는 치욕을 겪었지만, ‘조선경국전’을 비롯해 그가 이룬 치적과 신권정치의 신념은 조선왕조를 관통해 이어졌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왕권 견제장치를 만들고, 왕에게 무소불위 권력을 주지 않았던 강력한 신권정치의 나라 조선. 왕과 신하가 균형을 이룸으로써 500년의 사직을 이어올 수 있도록 대계를 세운 것이 바로 정도전이다.

그의 신념이 만든 세상과 그의 굴곡진 삶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의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왕이 아닌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꾸면서 절망을 의지의 근원으로 삼아 시대를 장악한 한 영웅의 위대한 서사시를 비장하게 읊고 있다.

14세기 몰락해가는 고려에서 성리학의 이념에 따른 세상을 만들고자 스스로 역적의 삶을 선택하여 조선이라는 새 나라가 세워지는 데 핵심적 역할을 맡은 정도전의 삶을 긴장감 있게 따라간다. 특히 정도전이 감행한 민본정치라는 거대한 실험이 조선을 500여 년간 버티게 한 바탕을 다졌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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