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접수한 외국인 조폭 실태

2010.06.15 10:04:24 호수 0호

도끼 든 ‘연변흑사파’ 가리봉 넘어 강남 노린다


국내에 침투한 외국인 조직 폭력배들이 늘고 있다. 초창기 타국생활로 지치고 힘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은 점차 조폭색을 띠게 됐으며, 폭력은 물론 마약, 납치, 청부살인 등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종류도 점점 다양해졌다. 지난해 <서울신문> 탐사보도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조폭은 14개국 65개 파에 이르고 경찰 추산 외국인 조폭은 46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대검찰청은 외국인조직범죄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간 외국인 범죄자 1354명을 적발, 이 중 157명을 구속하고 92명을 강제 출국시켰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태국 조폭 21명이 경찰에 붙잡힌 것. 이에 <일요시사>는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국내 외국인 조폭의 실태에 대해 취재했다.


국내 침투한 외국인 조폭 14개국 65개파 4600여명
집중 단속도 효과 없어… 오늘도 사고치는 외국인 조폭


대검찰청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적발된 1354명의 외국인 범죄자 가운데 외국인 조폭으로 판명난 사람은 7명에 불과했다. 집중단속을 시작하면서 검찰은 외국인 범죄 유형 가운데 조폭을 가장 우려했었다. 외국인 근로자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이들로 구성된 폭력조직이 증가하고 점차 세력화, 토착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110cm 정글도 상징
태국 조폭 ‘깽야이파’



특히 검찰은 외국인 조폭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으면 이들이 국내 폭력조직과 경쟁 혹은 연합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외국인 조폭이 7명에 불과하자 검찰은 이 숫자를 믿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검찰은 외국인 조폭 결성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쉽게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외국인 출입 카지노 주변 이권다툼, 도박장 개장, 성매매 업소 운영, 청부폭력 행사 등을 집중 단속 대상으로 선정, 장기 기획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지난 5월26일 경기지방경찰청 외사범죄수사대에 붙잡힌 외국인 조폭은 자국인을 대상으로 폭력 및 영업 방해를 일삼고 마약까지 복용한 태국의 ‘깽야이파’였다. 이날 경찰은 깽야이파의 두목 K(34)씨와 행동대장 S(27)씨 등 4명을 구속하고, 1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깽야이파는 지난 2007년 만들어진 신생 조직이다.

태국의 최대 명절인 ‘쏭끄란’을 자축하는 자리에 모인 태국인 20여 명은 태국에서 농사를 짓다가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 왔고 이날 “우리도 뭉치자”고 결의했다. 즉석에서 조직이 구성되자 건장한 체격의 K씨가 두목이 됐고, 주먹이 말보다 빠르다는 S씨가 행동대장으로 추대됐다. 이들은 이날 “회원이 당하면 끝까지 보복한다”고 다짐했다. 이들의 다짐은 실제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태국인들이 출입하는 천안의 한 가라오케에서 조직원 L(26)씨가 해고되자 집단으로 몰려가 손님들에게 정글도, 각목, 야구방망이 등의 흉기를 휘두르고 같은 태국인인 가라오케 사장을 협박했다. 이들의 행패는 2시간 동안 이어졌고, 가라오케는 폭력배에게 찍힌 술집이라는 소문과 함께 손님이 끊겨 결국 문을 닫았다.

1m가 넘는 정글도는 깽야이파의 상징이다. 국내 외국인 조폭 ‘넘버원’인 중국계 연변흑사파의 상징이 ‘손도끼’인 것과 비슷하다. 1m가 넘는 정글도는 철강공장에서 일하는 조직원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이 S씨의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정글도 5점을 비롯한 각종 연장(?)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깽야이파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야바’가 바로 그것이다.

야바는 태국, 미얀마, 라오스에서 생산되는 마약으로 코데인, 카페인, 메스암페타민 등을 합성해 만든다. 약효가 36시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깽야이파 조직원들은 토요일 야바를 흡입하고 일요일까지 환각 상태에서 동네를 휘젓고 다니기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수사에서 드러난 깽야이파의 집단폭력은 최소 5건으로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머리를 집중 공격당했다.

지난해 3월 한 태국인은 깽야이파의 두목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각목으로 머리를 맞아 40바늘을 꿰맸고, 같은 해 12월에는 조직원의 여자친구의 얼굴을 만진 또 다른 태국인 역시 정글도와 각목으로 폭행당해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 국내 외국인 조폭 가운데 현재 넘버원은 중국계 ‘연변흑사파’다. 본토 조폭인 ‘흑사회’ 멤버들이 국내에 들어와 여러 파를 만들면서 분화한 ‘연변흑사파’는 2005년 흑사회 행동대장 출신 양모(41)씨가 밀입국한 뒤 조선족 31명을 규합하면서 만들어졌다.

이들이 서울 가리봉 차이나타운을 장악하는 과정은 일명 ‘가리봉 잔혹사’라고 불린다. 연변흑사파는 등에는 칼, 다리에는 도끼를 차고 다니면서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돈을 뜯어냈고, 피를 볼때까지 싸우는 잔인함에 다른 조직조차 벌벌 떨었다. 특히 연변흑사파가 등장하기 전 가리봉동 ‘맹주’로 불린 ‘흑룡강파’마저 맥없이 무너졌다. 흑룡강파는 지난 2006년 12월 연변흑사파 두목의 배를 칼로 찌르는 등 복수에 나섰지만 8일 만에 반격에 나선 연변흑사파에 무참히 당했다. 흑룡강파 행동대장을 납치해 칼로 찌르고 발목을 부러뜨려 버린 것.

‘가리봉 잔혹사’
조폭 넘버원 ‘연변흑사파’

이를 계기로 서울 서남부와 경기 안산, 경남 창원, 인천 등 전국 차이나타운은 연변흑사파의 차지가 됐다. 지난 2007년 두목을 비롯한 30여 명의 조직원이 한꺼번에 검거돼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내 조직을 재건, 현재까지 외국인 조폭 넘버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연변흑사파는 가리봉동을 벗어나 강남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는 강남 일대 유흥업소나 카지노, 오락실 등에 진출해 웨이터나 문지기 등 말단부터 중간 간부급으로 일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강남 유흥가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청부폭력까지 행사한다는 사실이다. 연변흑사파는 팔·다리 절단 250만~500만원, 살인은 1000만원을 받고 행동에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외국인 조폭의 절대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는 연변흑사파에 도전장을 내민 조직이 나타났다. 베트남 ‘하노이파’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 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최근 연변흑사파의 라이벌로 급부상 했다. 서울 구로동을 비롯해 포천, 안산, 안양, 김해, 마산 등 공단 밀집지역에서 활동하고 고리사채, 납치, 폭행, 인질강도, 성매매, 마약밀매 등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범죄가 없을 정도다.

하노이파는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의 위장결혼에도 관여하고 있으며, 여성들을 속여 유흥가에 넘기거나 성매매 업소에 팔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노이파는 전국 공단지역 인근의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도박장은 하노이파의 고정 수입원이다. 각 지역마다 대형 조직 1개와 그 아래급의 작은 조직 3개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도박장을 운영한다.

태국 ‘깽야이파’ 1m 정글도 협박 경기 남부 ‘평정’
베트남 ‘하노이파’, 넘버원 ‘연변흑사파’ 라이벌 급부상


도박장에서 번 돈을 밑천삼아 이들은 고리사채업도 병행하고 있다. 연 5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로 도박자금을 빌려준 뒤 갚지 않으면 납치 폭행하거나 본국의 가족을 협박해 돈을 받아내기도 한다. 이 밖에도 베트남 계열 조폭으로 ‘호치민파’와 ‘하이세우파’ 등이 있지만 하노이파의 그늘에 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조폭과 가장 닮은 외국인 조폭으로 방글라데시의 ‘군다’를 들 수 있다. 군다는 방글라데시어로 ‘폭력’, ‘깡패’를 뜻한다. 군다는 국내 폭력조직과의 연계에 이어 국내 조폭들의 행동, 생활방식, 체계 등을 그대로 받아들여 ‘한국형 조폭’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들은 합숙생활을 하고 90도 인사를 하는 등 국내 조폭을 그대로 닮았다.
 
방글라데시 군다들은 수원, 안산, 남양주, 포천, 일산 등 방글라데시인 밀집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안산 군다’ ‘서울 군다’ 등 지명을 딴 조직과 두목의 이름을 딴 조직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뒤 조직을 구성한 다른 외국인 조폭과는 달리 군다들은 방글라데시에서 폭력조직원으로 활동하다가 국내에 입국한 이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들 두목 중에는 살인을 한 뒤 방글라데시 감옥에 구속됐다가 탈옥에 성공, 국내에 들어온 사람도 있고, 국내 수사기관에 검거된 뒤 추방됐다가 여권 위조로 다시 들어온 조직원도 적지 않다.

국내 조폭 닮은꼴
방글라데시 조폭 ‘군다’

그런가 하면 군다는 국내 폭력조직과도 손을 잡았다. 말이 좋아 연계지 사실상 군다는 국내 폭력조직의 하부조직인 셈이다. 군다들은 불법체류자 갈취와 도박장 영업 등 그들의 불법 활동을 보호받기 위해 국내 조폭과 손잡았고, 국내 폭력조직은 군다들을 폭력행사에 동원하기 위해 뒤를 봐주고 있다. 다만 아직 군다가 국내 폭력조직보다 세력이 약해 나이 어린 국내 조폭에게도 ‘형님’이라고 호칭하며 90도 인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신이 클수록 고위 간부로 알려진 필리핀계 ‘가디언스파’는 조직원이 200명에 이를 정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고, 태국 조폭 ‘싸만코차호타이파’와 ‘딸라타이파’도 수사기관의 감시를 받고 있다. 반면 일본 야쿠자와 러시아 마피아들은 국내에서 활동하면서도 이들과는 달리 호텔사업이나 벤처기업 인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쏟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조폭들은 아직까지는 내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있지만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해지면 우리 국민 역시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재한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외국인 조폭의 뿌리를 자를 수 있는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