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꽃뱀’ 요지경 백태 <집중취재>

2010.06.15 09:51:27 호수 0호

여성 울리는 ‘남자 꽃뱀’…돈 뺏기고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

흔히 ‘꽃뱀’이라고 하면 ‘여자 꽃뱀’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남자들은 여자 꽃뱀들에게 많이 당해왔고, 이러한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통해 회자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여자들을 ‘등쳐먹는’ 남자 꽃뱀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 유흥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남자 꽃뱀들은 뛰어난 외모와 매너로 무장해 순진해 보이는 여성을 유혹한 뒤 막대한 술값을 지불하게 하거나 혹은 유부녀에게 접근, 성관계를 가진 후 이를 폭로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돈을 갈취한다. 남자든 여자든 ‘꽃뱀의 전형적인 사기 방식’에서는 꽤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남자 꽃뱀의 세계를 집중 취재했다.

‘남자 꽃뱀’에 뒤통수 맞은 여성들 신고 못해 ‘전전긍긍’
낯선 남자와의 뜨거운 하룻밤, 섹스 사진 협박으로 돌아와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자 꽃뱀’에 대해 들어본 적이 그리 많지 않고 ‘설마 남자가 그런 짓을 하겠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경계심을 쉽게 풀곤 한다. 하지만 실제 남자 꽃뱀들에게 당해봤다는 여자들의 상황은 가슴 아픈 경우가 적지 않다.

남자 꽃뱀에게 당한 여자들은 심지어 가정파괴의 위기에까지 몰리기도 하고,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뜯기는 경우까지 있는 것.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여성들이 이러한 자신들의 사연을 그 누구에게도 쉽게 하소연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하루밤 불장난
사진 전송 협박



막상 경찰서에 신고를 하려고 해도 결국 그것이 알려지게 되면 자신에게 그 후유증이 더 크기 때문에 차라리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할 수 있다.

가정주부 박모(36)씨는 최근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그녀는 원래 성격도 활달하고 동네에서 친구도 많은 편이었다. 술도 어느 정도 잘 먹어 동년배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론 남편이 있었지만 아직 자녀는 없는 상황. 그랬기에 그녀는 더욱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등산도 하고 하산을 하면서 파전에 막걸리를 먹는 경우도 많았다.

하루는 친구들과 ‘의기투합’을 해서 나이트클럽에 가게 됐다. 그런데 거기서 만난 한 남성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듯 했다. 남자는 키가 크고 외모도 괜찮은 ‘돌싱’이었다. 무언가 슬픔을 머금은 눈빛에 박씨는 ‘필’이 꽂혔다고. 술도 한껏 취한 김에 그녀는 그날 그 남자와 모텔에서 섹스를 나누고 말았다. 마침 박씨의 남편은 출장 중이었기에 그녀에게는 ‘하루 동안의 해방구’가 펼쳐진 것이었다.

그렇게 오랜 만에 ‘화끈한 섹스’를 했던 그녀는 깊은 만족감은 느꼈고 그 남자와 몇 번 문자를 주고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만남과 섹스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박씨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 가정을 위해 밤낮없이 일만 하는 남편을 두고 자신이 그렇게 바람을 피운다는 것에 양심의 가책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박씨는 그 남자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때부터 남성의 태도가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매너가 있었던 남성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술을 먹고 밤늦게 전화를 하질 않나, 만나주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협박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다 결국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섹스를 할 때 찍어 놓은 사진을 남편의 휴대폰에 전송을 하겠다고 한 것. 박씨는 그 남성이 어떻게 자신의 남편의 핸드폰 번호를 아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성은 애초부터 치밀하게 준비 해왔다. 박씨가 모텔에서 샤워를 할 때면 몰래 휴대폰을 열어 남편의 전화번호를 미리 확보해둔 것. 결국 박씨는 남자에게 500만원을 주고 나서야 모든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그녀는 ‘십년 감수했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가정이 있는 여성들에게 남자 꽃뱀의 존재는 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박씨는 “이제 정말로 다시는 장난으로라도 바람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지도 못할 것 같다. 남편에게 들킬까봐 하루가 1년 같은 세월들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잘못해서 남편이 알았다면 그 배신감은 어떻게 할 것이며 더군다나 앞으로 많은 세월 동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결국 방법이란 이혼하는 것 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접근
술값폭탄 세례

사실 박씨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자 꽃뱀’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 많이 알지는 못한다. 여자 꽃뱀에 대한 이야기야 언론을 통해서도 간간이 들어왔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리 쉽게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여성 이모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섹스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실제로 마음 먹고 꽃뱀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의 작업에만 신경을 쓸 뿐,  저 사람이 나에게 돈을 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남성들이 많다면 이제 정말로 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먹튀’ 남자 꽃뱀도 많아… 여성에게 술 값 씌우기도
여성도 상황 함께 즐겨 ‘사기’로 보기 어려워 ‘대략난감’’


하지만 의외로 적지 않은 여성들이 이러한 남자 꽃뱀들에게 당한다고 한다. 심지어 대학생들도 이러한 남자 꽃뱀에게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방법이기도 하다. 대학교 4학년생인 이모양이 바로 그런 일을 당했다. 그녀는 나이트클럽에서 한 남자와 부킹을 했다고 한다. 상대남성은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한다고 했고 번듯한 외모에 양복까지 입고 있었다. 거기다가 대화도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이끌어가서 경계심이 탁 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그 남자는 나이트클럽에서 나와 2차로 가라오케에 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자들이 이렇게 제안할 때는 대부분 여성들은 남성이 술값을 계산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양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단 가라오케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값비싼 양주와 안주를 시켜 먹으면서 신나게 놀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남자는 “먼저 술값을 계산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취하면 정신이 없을 수도 있으니 미리 술값을 계산하고 먹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남성은 계산을 한 뒤 돌아와서 “양주 한 병 더 하고 또 다른 안주까지 미리 계산했다”고 말했다. 이양으로서는 응당 남성이 계산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술자리가 계속됐고, 어느 순간 남자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한 뒤 30분이 넘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가 지나치게 술에 취해서 정신없이 집에 간 것으로 생각했다. 전화번호도 따지 못해 아쉬운 인연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가라오케를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업소 관계자가 “술값을 계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양은 깜짝 놀라서 “아까 함께 있던 남자가 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남성은 사전에 “미리 계산을 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여자의 마음을 안심시켰고 기회를 봐서 순식간에 도망을 간 것이다. 그날 나온 총 술값은 60만원. 하지만 대학생인 그녀로서 한꺼번에 60만원을 결제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그녀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해 돈을 갚았다. 하지만 한동안 그녀는 부모님에게 적지 않은 잔소리를 들어야 했고, 그런 남성을 만나 60만원을 뒤집어썼다는 것이 억울하고 분해서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후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나이트클럽에는 가지 않는다고 한다.

“솔직히 내가 당한 것도 당한 거지만, 남자가 얼마나 병신 같으면 여자한테 술값이나 씌우고 도망가겠나. 겉모습은 멀쩡한 게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참 어처구니가 없다. 앞으로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양의 경우에는 억울하게 당한 것은 맞지만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남자의 전화번호조차 알고 있지 못한 상황이고, 거기다가 분명 그녀가 함께 술을 먹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술값을 낼 것이라는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 경찰 조사에서는 그 어떤 법적인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설사 그 남자가 술값을 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기’라고 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함께 그 상황을 즐긴 그녀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이러한 황당한 꽃뱀 사기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자를 만날 때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철저하게 검증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