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마 오른 단통법, 왜?

2015.05.18 10:02:24 호수 0호

예상대로…통신사만 배 불렸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올해 1분기 이동통신3사의 영업이익이 수천억원 증가했다.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일명 ‘단통법’ 덕분이다. 휴대폰 구입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주지 못하도록 정부가 규제하자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단통법이 오히려 이통사의 배만 불린 셈이다. 단통법을 폐지하자는 법안이 제출돼 있는 상태다. 도입 8개월 만에 수술대에 오르는 단통법의 실태를 되짚어 본다.

 


휴대전화를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을 없애고자 만든 단통법이 취지와 달리 이동통신3사의 배만 불리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의 과열현상과 소비자 간 불평등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다. 

친기업 제도?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올해 1분기 성적표가 공개돼 화제다. 흥미로운 건 단통법 시행 이후 3사 모두 마케팅 비용이 대폭 축소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대폭 상승했다는 것이다. 단통법의 영향을 톡톡히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단통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다시금 물음표가 던져지는 상황이다.
 
지난 6일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2403억원, 영업이익 6026억원, 순이익 442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대비 0.9%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9.5%나 늘었고 순이익도 65.6% 증가했다.
 
앞서 지난달 성적표를 공개한 KT와 LG유플러스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전년대비 매출이 각각 3.7%, 8.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135.3%, 36.7% 증가했다. 이동통신3사 모두 전체매출이 소폭 하락하면서도 영업이익만큼은 대폭 늘어났다.
 

이처럼 이통3사의 성적이 향상된 배경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10월1일부터 시행한 단통법에 있다. 단통법은 소비자가 받는 보조금 상한액을 규제한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3사는 공짜폰 남발을 중단하며 사실상 경쟁을 중단했다.
 
보조금을 풀지 않게 되자 마케팅 비용이 대폭 줄어들었다. 전년동기 이통3사는 마케팅 비용으로 총 2조4263억원을 집행했지만 올해 1분기 SK텔레콤은 마케팅에 전년대비 23.2% 감소한 8460억원을 썼다. KT도 전년대비 8.6% 감소한 7082억원을, LG유플러스도 전년대비 8.6% 감소한 5038억원을 지출했다.
 
이동통신3사는 단통법 덕에 치열한 경쟁을 피했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이 보조금에 쓰였는데,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보조금을 풀지 않아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케팅 비용 절감이 그대로 영업이익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행 7개월…소비자 울고 이통3사 웃고
통신비 절감효과 없어 “다시 수술대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8일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3사의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주장하며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소비시장은 얼어붙었는데 통신사들의 이익은 증가했다”며 “소비자 권익증진이라는 본래 목적을 이루지 못한 단통법을 즉각 폐지하라”고 강조했다.
 
이통통신3사의 영억이익 증가에 대해 경실련은 “단통법은 통신비 부담 감소 목적으로 제정됐지만 시행 이후 자유로운 시장경쟁은 사라지고 소비자이익은 감소했다”며 “(단통법이) 이통사 간 사실상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보조금 규제 정책을 내세우며 통신비 인하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가계통신비 거품을 빼기 위해서는 유통구조 개선과 통신요금 적정성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통법 관련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보완해야 할 점은 있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고가 요금제 가입자는 줄고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증가했다. 불필요한 부가서비스 가입도 감소했다.
 
하지만 소비자, 시민단체, 휴대폰 대리점주 측은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증가한 것은 인정하나,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의 증가를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지는 지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휴대폰 출고가 및 통신비 인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3사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단통법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조 의원은 “법의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한데도 초기부터 제도 실패 등을 운운하는 것은 제도 정착의 장애요인이 된다”며 “(제도 정착에는) 두세 달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어느새 시행 8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소비자만 봉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거세지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어 단통법을 폐지하고 대신 단말기·통신서비스 분리 판매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국회 상임위에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6월 임시국회부터 미방위 법안소위 등에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악법’으로 비판을 받아온 단통법의 존폐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단통법 편법마케팅 기승
 
단통법의 빈틈을 노린 편법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홈쇼핑을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TV, 세탁기 등을 묶어 파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개통하면 TV도 공짜”라는 식의 접근으로 소비자의 가격 판단을 흐리는 전략이다. 이런 판매 방식의 함정은 ‘해지 위약금’에 숨어있다. 약정 만료 전에 스마트폰을 해지할 경우 스마트폰과 함께 TV 가격도 고스란히 위약금으로 물어내야 한다.
 
결국 홈쇼핑 판매 업체들은 판매 수수료와 통신료 수수료로 이익을 보며, 또 해지에 따른 위약금까지 덤으로 얻는 셈이다. 소비자는 사실상 제값을 다 주고 사면서도 위약금을 물지 않으려고 쓰지 않는 스마트폰 요금까지 내야하는 피해도 입을 수 있다. 여기에 한 동안 잠잠했던 페이백 사기도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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