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백전노장의 특별한 임무

2010.06.01 09:29:14 호수 0호

덜떨어진 황태자 손볼 해결사 떴다


A그룹의 ‘외부 수혈’에 대해 말들이 많다. 새 고위 임원을 영입한 진짜 이유를 두고서다. A그룹은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지만, 그의 이력이 그룹 주력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A그룹이 의외의 인물을 택한 배경이 뭘까.


A그룹 외부서 고위임원 영입 배경 해석 분분
주력사업 무관 인물…후계자 ‘스승’ 맡을 듯


A그룹은 최근 B씨를 고위 임원으로 선임했다. 지난달 말부터 집무를 시작한 B씨는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에도 올랐다. 이에 따라 B씨의 역할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A그룹이 외부 인사를 고위 임원 자리에 앉힌 진짜 배경과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A그룹 측은 B씨의 경력과 리더십,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B씨는 과거 몸담았던 기업이 변화를 겪어오며 재무와 전략 등의 책임자로서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해 온 점에서 지금의 A그룹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미래 지속성장을 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마련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너의 ‘빅 카드’



B씨도 “A그룹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 임원 자리를 맡게 돼 책임감이 무겁다”며 “임직원,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와 함께 당면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A그룹이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B씨가 맡은 특별한 임무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B씨는 A그룹의 사업 영역과 다소 동떨어진 부문에서 근무해왔다. B씨는 대학 졸업 후 모그룹 계열사 자금부에 입사해 재무담당 및 전략기획 실장, 경영지원부문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오래전 얘기다. 최종 역임한 직함은 그룹의 주력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 A씨의 경영 노하우를 높이 샀다는 A그룹의 설명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B씨는 A그룹 오너 등 경영진과 개인적인 친분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업이 고위 임원을 스카우트할 경우 보통 지연, 학연 등 인맥에 따라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 단순히 능력만으로 사실상 이직이 어렵다는 얘기다. 더구나 A그룹이 고위 임원을 ‘외부 수혈’한 것은 창사이래 처음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없던 직함까지 신설했다. 공교롭게도 B씨가 A그룹에 영입되기 직전 35년 넘게 그룹에 몸담은 전문경영인(CEO)이 사직서를 제출해 묘한 대비를 이뤘다.

이 CEO는 그룹 주요 사업에서 한 우물을 판 전문가다. 업계는 B씨가 선임된 이면에 또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A그룹의 불안한 후계구도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A그룹의 후계자는 이미 정해진 상태다. 그룹 측은 “이르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그룹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오너의 외아들이 언젠간 대권을 승계할 것이란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 제왕수업을 받아온 그는 주요 계열사 최대주주에 포진하고 있는 등 언제라도 오너의 ‘OK 사인’만 떨어지면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 후계자의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20대란 어린 나이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에 대해 회사 내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일부 임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 나이를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는 반응도 있지만 직책을 따져보면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는 경험부족에 따른 리더십 부재 등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경영능력 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실제 기획이나 재무 등 핵심부서가 아닌 일선 사업부에서 뚜렷한 직책 없이 ‘임원 타이틀’만 쥐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 직원은 “후계자가 경영능력을 충분히 검증 받지 않고 무작정 승진만 한다면 향후 그룹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며 “당장 (A그룹) 후계자에게 필요한 것은 간판보다 실력으로 재벌가 후손이 아닌 경영인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후계자의 자질 시비는 그룹 오너에게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오너가 ‘황태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꺼내든 ‘빅 카드’가 B씨란 얘기다. 다시 말해 B씨가 후계자의 안착 전까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후계자의 본격적인 ‘경영 수업’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그룹 내부적으론 B씨가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를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가능하다.

B씨는 과거 근무했던 그룹의 오너가 잠시 비운 자리를 완벽히 보존한 뒤 다시 넘겨준 특이한 이력이 있다. 이를 눈여겨 본 A그룹 오너는 B씨를 영입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차례 고사했던 B씨는 오너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결국 이직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후계작업 교통정리

재계 관계자는 “B씨는 물론 그룹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후계자의 스승 역할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대로 B씨의 선임이 후계자의 등극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늦추기 위한 오너의 자구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A그룹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회사 관계자는 “B씨가 후계자 경영수업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단지 이런 이유로 그를 영입한 것은 아니다”라며 “B씨가 회사를 경영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 자연스럽게 경영 노하우를 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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