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재벌 총수들은 어디에 살까?

2010.06.01 09:24:58 호수 0호

나이 든 총수는 ‘강북’ 젊은 총수는 ‘강남’ 산다


  ‘재벌총수들이 사는 곳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열에 아홉은 이른바 ‘부자동네’인 강남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통념과 다르게 대기업 총수 대부분이 강북, 특히 성북동·한남동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공기업과 민영화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순위 100대 대기업 총수의 거주지를 조사한 결과, 부산에 사는 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었다. 또 서울에 사는 97명 가운데 74명이 강북에 살고 있었으며, 강남은 23명으로 강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의 베벌리힐스’ 성북동, ‘배산임수’ 한남동
강북에 74% 거주… 나이 젊을수록 강남을 선호


‘입신이 예비된 동네’로 통하는 성북동. 돈 많은 이들이 집중돼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성북동이 한국 부촌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70년대. 그 이전에는 권력 실세들의 집결지였다. 박정희 정권시절 차지철 전 대통령경호실장, 양택식 전 서울시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이곳에 살았다. 성북동에 재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였다. 당시 구자경 LG명예회장,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등 대기업 오너들이 이곳으로 이사왔다.

성북동-한국판 베벌리힐스



현재도 적지 않은 재벌 총수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이수영 OCI그룹 회장,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구자원 LIG넥스원 회장 등이다. 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등 현대가 3명도 성북동 이웃사촌이다.

성북동의 다른 이름은 ‘한국의 베벌리힐스’다. 가파른 언덕에 재벌들의 대저택이 꼬리를 물고 늘어선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장관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극장이나 쇼핑몰, 이름난 맛집이나 학교 등이 부족하다. 이점을 미뤄봤을 때 이곳에 ‘둥지’를 트는데 따른 별다른 이점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재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성북동에 모여 사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에 대동풍수지리학회의 고제희 회장은 “성북동은 완사명월형의 명당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완사명월이란 ‘밝은 달빛 아래에 비단을 펼쳐 놓은 형세’로 비단은 높은 벼슬아치나 부자만이 입을 수 있는 귀한 옷감으로 부자를 끊임없이 배출하는 터라고 한다.

풍수적으로 돈이 넘치는 곳이라는 얘기다. 실제 재벌 중에 풍수를 따지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삼성 이병철 창업주가 직원 면접 때 관상가를 대동할 정도로 역술에 관심을 가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현대그룹을 일궈낸 정주영 고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줄곧 종로구 효자동에서 살았고 많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비원 옆 계동에 본사를 두고 옮기지 않았다. 이는 “광화문 앞길인 율곡로를 넘으면 안된다”는 한 역술가의 조언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성북동과 쌍벽을 이루는 한남동 역시 마찬가지다. 고 회장은 “한남동은 영구음수형의 길지로 거북은 알을 많이 낳으니, 재복도 크고 또 대대로 부자 소리를 들으면서 살 것”이라며 “여기에 한강물이 한남동을 둥글게 감싸고돈다. 한강물은 금성수(金星水)로 물 중에서 가장 귀하며, 풍수에서 물을 재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남동은 풍수지리에 어두운 일반인이 봐도 한눈에 명당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굽어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기 때문이다. ‘한남’이라는 지명 역시 이 같은 지형적 특성에서 왔다. 한강과 남산의 앞 글자를 각각 따온 것. 한남동은 성북동과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적인 양대 부촌으로 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특히 유엔빌리지 쪽을 중심으로 하는 한남1동, 하얏트호텔 부근의 한남2동이 재벌들의 거주지다.

한남동엔 13명의 재벌가 총수들이 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등이다.

성북동과 한남동은 오랫동안 부촌 라이벌로 유명하다. 성북동 부촌은 재벌 1세대가 오랫동안 살았으며 한남동은 재벌 2ㆍ3세대들이 자리를 잡았다. 또 성북동은 현대가 재벌이, 한남동은 삼성, LG가 사람들이 각각 둥지를 틀어 비교된다. 강남구는 논현동 최태원 SK그룹 회장, 삼성동 정몽규 현대산업그룹 회장, 압구정동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등 23명으로 40~50대의 비교적 젊은 총수들이 주소지를 두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강북과 강남에 사는 총수의 평균 연령이 각각 65세, 59.7세로, 나이가 젊을수록 강남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반면 벤처사업가, 코스닥 부호 등 자수성가해 신흥 부자 반열에 오른 이들은 주로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대 부호 중 상속이 아닌 자수성가로 부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은 26명으로 대표 부호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손꼽힌다.

‘한’강+‘남’산=한남동

박 회장과 김 대표는 각각 강남의 압구정동과 삼성동에 거주한다. 이 외에도 자수성가형 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방이동,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역삼동,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은 서초동,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도곡동에 거주하는 대표 강남파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부산이 유일한 100대 대기업 총수의 주거지였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 황성호 강남그룹 회장이 부산에 살고 있다.

한편, 이들 100대 대기업 총수의 평균 나이는 63.8세고, 보유한 상장사 주식자산은 평균 3200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상장사가 대거 상장되면서 총수들의 평균 주식자산이 작년 같은 시점의 2718억원보다 18.9% 증가했다. 1위인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3조1000억원에서 삼성생명 상장 등으로 8조8000억원으로 불었고, 정몽구 회장도 2조9000억원에서 5조원대로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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