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한국 엔터테인먼트‘야쿠자 자금’ 경계령 내막

2010.05.25 10:06:30 호수 0호

자칫 손 잘못 벌렸다간 ‘죽 쒀서 개 준다’


경기 불황으로 문을 닫는 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파산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근시안적인 대책으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마구잡이로 투자를 받아 자금을 들여오고 있어 업계에서는 “한국 문화가 일본에 잠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기의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일본 자금 ‘경계경보’
한류스타 노리는 ‘야쿠자’… 에이전트 내세워 접근


모 엔터테인먼트사 대표 A씨. 그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해온 A씨는 최근 경기불황으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A씨는 투자를 받기 위해 여러 투자자들을 만났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우리도 힘든데…”라는 말 뿐이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업계관계자를 통해 투자자 B씨를 소개받았다. B씨의 투자 조건은 한류스타 C씨를 캐스팅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일본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계열사인 한 외주 프로덕션 본부장인 B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C씨 캐스팅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두 차례에 걸쳐 캐스팅 관련 제안서를 C씨 측근에 전달했고 6월 중 프로덕션 대표가 직접 내한, 삼고초려를 계획하고 있다. 프로덕션의 한국 측 관계자는 “지난 11월과 12월 제안서를 C씨 측근에게 전달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

최고 대우는 물론이고 작품 선정, 촬영 시기, 장소 등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의 한국통인 프로덕션 대표까지 한국의 모든 인맥을 동원, C양을 설득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프로덕션은 이를 위해 서울 논현동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덕션은 지난 2008년에도 파격적인 개런티를 제시하며 C씨 캐스팅에 나서기도 했다. C씨는 당시 이를 정중히 거절하기도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C씨의 측근에게 전달된 제안서에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덕션에서 준비중인 영화와 드라마 중 C씨가 원하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원할 경우 C씨가 지정하는 한국의 드라마 외주제작사나 영화사가 공동 제작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개런티도 최고 대우를 보장함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봉, 또는 방영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C씨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C씨가 원할 경우 일본 활동에 관한 매니지먼트 계약을 별도로 추진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일본의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업체도 한국의 D매니지먼트사를 통해 100억대의 자본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엔터테인먼트업체에서 C씨를 스카우트하는 조건으로 100억대의 펀딩을 받기로 했다”며 “C씨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스타 C씨 잡기 위해
파격적인 개런티 제안



이 관계자는 “이렇게 침체기에 누가 돈 준다는 것을 마다하겠는가. 요즘 둘러보면 일본 돈 받는 매니지먼트사가 많다. 그것이 말이 좋아 투자지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이 한국 매니지먼트사를 다 인수하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류 열풍’ 때문에 일본에 한국 대중문화 편중 현상이 심해 이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며 “한류스타를 캐스팅 해 영화와 드라마 등을 제작한 뒤 역으로 한국에 수출해 양국의 문화적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스타급 배우는 자신의 소속사를 세우기 위해 일본쪽 투자자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일본쪽 투자를 받은 기획사도 여기저기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면서 폭력조직까지 끼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대표적 문화 컨텐츠로 자리잡은 한류스타들. 그러나 빛나는 환호 뒤에는 이들을 노리는 검은 그림자가 있다. 바로 한류스타 최대 소비지인 일본열도의 야쿠자조직이다.

1990년대 말부터
야쿠자 자금 유입

최근 스스로 매니지먼트사를 차리려 한 배우 F씨는 많은 회사 가운데 에이전트가 믿을 만한 일본측 투자자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려 했다. 활동 청사진을 매력적으로 제시해 계약 체결을 하기 직전, 그러나 계약을 포기했다. 이유는 일본 측 사정에 정통한 한 지인이 자금이 야쿠자 쪽과 연관되어 있다는 귀띔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F씨 측 관계자는 “뒤늦게 알고보니 야쿠자 쪽 자금이더라. 중간에 신망이 높은 재일동포분이 소개해 주셔서 믿었는데. 돈이 합법적이긴 한데,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 야쿠자 돈 받았다고 소문나면 끝이다”고 밝혔다. 야쿠자 자금은 한류가 급부상하던 1990년대 말부터 한국 연예시장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 내에서 합법적인 경로로 여러 사업을 벌이는 야쿠자들은, 그러나 한국에선 정서를 감안해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반드시 에이전트를 내세우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야쿠자 자금의 가장 큰 매력은 익명성과 일본내 네트워킹이 강하다는 것. 모 엔터테인먼트사 대표 G씨는 “일본에서 활동하다 어려움이 닥치면 결국 야쿠자들 주위에 있는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는다”며 “또 일본에서 성공하려면 결국 야쿠자 세력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며 유혹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제작사·매니지먼트사 100만원이 아쉬운 형편
업계관계자 한국은 제작, 일본만 배불리는 꼴


그는 이어 “최근 들어 중간에 연결해준다는 브로커들이 진짜 많다. 법인을 차리거나, 프로젝트별로 제안을 하니까 매력적이다”고 덧붙였다. 일본 자금의 궁극적인 목표는 매니지먼트사 인수에 그치지 않는 듯하다.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제작사를 인수하려한다는 관측이 많다. 중견 매니지먼트 E사의 대표는 “최근 일본 쪽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는데, 조건이 우리가 제작사를 인수해 관리하는 것이다. 일본은 궁극적으로 한국 컨텐츠 제작을 장악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원래 일본 자금이 제작사를 먼저 접촉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고 대신 창구로 삼는 것이 매니지먼트사다”면서 “아직 피부로 와닿는 것은 없지만 매니지먼트사 쪽으로 입질이 오간 것은 오래됐다”고 전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계약조건에 있다. 한류스타 캐스팅과 함께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시장 판권을 일본이 갖는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야말로 허울이 좋아 투자지, 너희는 제작비 줄 테니 작품을 만들기만 해라, 돈은 우리가 벌겠다는 것 아니냐”며 “결국 우리나라 배우가 출연하고, 우리나라 스태프가 만든 작품으로 일본 사람 배불리는 꼴이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판권을 일본측이 갖는 것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일본 자금을 쓸 수밖에 없다. 간신히 간판을 유지하고 있는 제작사 뿐 아니라 작품 개발비, 경상비 등을 조달하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는 곳이 많다. 모 엔터테인먼트 대표 H씨는 “경상비가 너무 올라 100만원이 아쉬운 형편이다”고 말했고, 영화 제작사 관계자 L씨는 “시나리오 개발비 500만원이 없어 작가와 계약하지 못하고 있다. 명색이 제작사인데 참 한심한 상황이다”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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