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받지 않은 지방권력 “참을 만큼 참았다”

2010.05.25 09:35:00 호수 0호

지방선거가 막판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현 정부에 대한 ‘안정론’과 ‘심판론’이 뒤섞인 선거판에는 하루하루 표심에 영향을 줄 만한 이슈들이 뜨고 지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떠오르는 이슈는 모두 ‘선거이슈’로 작용하지만 끓어오른 기름 같은 민심에 불씨를 당길 이슈는 천안함 사태로 인한 ‘북풍’과 노무현 서거 1주기를 정점으로 하는 ‘노풍’ 정도로 압축되고 있다. 하지만 정가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전반에 잠재돼 있던 이슈가 생명력을 부여받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북풍·노풍 뒤로 뜨는 ‘검풍’…선거 완급조절 “내 손안에”
‘검은 돈’ 얼룩진 지방권력, 공천 수뢰의혹으로 혼탁선거

6·2 지방선거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치권에서는 승패를 가를 만한 이슈들을 꼽는 움직임이 부산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본 지방선거 주요 이슈는 천안함 사태와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세종시 수정 논란 등이다.
지난달 2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4대강 사업(29.8%)과 천안함 사태(24%)가 세종시(10.9%), 한명숙 전 총리 무죄판결(5.7%), 무상급식(5.6%), 노무현 서거 1주기(5.4%) 등을 압도하는 ‘선거이슈’로 꼽혔다.

이어 지난 4~6일 <중앙일보>와 SBS의 공동조사에서는 무상급식, 4대강 사업, 세종시, 전교조 명단 공개, 천안함 사건, 노무현 서거 1주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6, 7일 양일간 치러진 에이스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천안함 사태(38.2%)에 4대강 사업(25.1%), 무상급식(9.8%), 세종시(7.2%), 노무현 서거 1주기(4.2%) 등이 뒤를 이었다.

판세 가를 ‘한방’

지방선거 양대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북풍’과 ‘노풍’ 중 북풍이 앞서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0일 있은 천안함 침몰원인 규명에 대한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는 지방선거에 북풍이 거세게 불 것이라는 관측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천안함 사태는 4월 한달여간 지방선거 일정을 중단시킨 데 이어 지방선거 판세를 집어삼키는 ‘핵폭풍급’ 이슈로 성장한 것.

반면 ‘노풍’의 영향력은 주춤거리고 있다. 친노 인사들이 대거 지방선거에 출마, 야권 단일후보로 ‘친노벨트’를 완성시켰으며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기점으로 폭발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기는 하지만 친노 인사들 자체가 노무현 서거 1주기를 ‘추모’로 한정시키고 나섰기 때문이다.

야권 단일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유시민 후보는 지난 18일 “서거 1주기 추모행사는 추모행사 대로 차분하게 아주 탈정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지방선거로의 영향력을 차단했다. 경남도지사 선거에 뛰어든 김두관 후보도 노무현 서거 1주기가 지방선거 판도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추모 대상이지 끌어들여서 전·현직 대통령 간의 대결로 끌어가는 것은 몰염치하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참여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던 김 후보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다가오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고 노 전 대통령을 새롭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노풍’에 기대서 선거를 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방선거는 ‘북풍’과 ‘노풍’으로 좌우될까. 선거전문가들은 “역대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선거 직전 폭발력을 얻은 이슈를 선점하는 쪽이 승기를 잡았다”며 “대통령의 지지율, 젊은 층의 투표율도 중요한 변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납득을 살만한 이슈의 영향도 이에 못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건’들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있다. 지방선거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견제받지 않는 부패한 지방권력에 대한 심판론’이 그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지방권력의 ‘무서움’과 검은 돈으로 얼룩진 ‘어두운 면’들이 6월 지방선거의 시작과 함께 계속해서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심판론은 ‘북풍’과 ‘노풍’ 뒤로 모습을 드러낸 ‘검풍’으로 인해 들불처럼 지방선거 전체로 번져가고 있다.

검찰은 6월 지방선거와 관련, ‘불법선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선거사범과의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조용히 지방선거 덮친다

봉욱 대검 공안기획관은 “불법 선거운동 등 반칙행위에 즉시 대응하고 과열 분위기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구속 기준에 해당하거나 금품 제공 액수가 큰 사건, 선거운동원이 많은 사건, 신종 선거범죄 등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전방위적이라고 할 만한 수사가 진행됐다.

‘이름있는’ 여야 인사들도 검찰의 성긴 그물에 갇혔다. 윤영 한나라당 의원이 공천 과정에서 예비후보자들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공천과 관련, 예비후보자들로부터 사무실과 고급 승용차 등을 지원받은 정황을 포착돼 검찰이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 정치분석가는 ‘검풍’이 다른 이슈와 만났을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점들을 짚었다. 그는 “‘검풍’이 최근 논란이 된 한명숙 전 총리의 별건수사 재개 파문이나 노무현 서거 1주기와 이어질 경우 주춤했던 ‘노풍’과 ‘한풍’의 불씨를 되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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