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⑫능인선원 지광스님

2015.02.16 16:33:18 호수 0호

바지사장 내세우고 부동산 소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범을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2화는 49억8900만원을 체납한 (주)케이디프레야피에프브이의 실소유주 지광스님이다.



지난해 6월 지광스님(속명 이정섭)은 기자들을 만났다. 서울대 학력위조 파문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던 그는 7년여 만에 언론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지광스님은 문어발 인맥을 과시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자신을 찾아와 "국무총리감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며 친분을 드러냈다. 김희옥 동국대학교 총장, 중앙일간지 간부, 기업 경영인들이 차례로 언급됐다.

사실상 실소유주

신도 수 4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능인선원은 지광스님의 소유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서 시작한 능인선원은 서울 관악구, 경기 고양시, 수원 팔달구 등에 사찰을 갖고 있고, 캐나다 토론토, 중국 톈진, 태국 등에도 분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에는 미국에 있는 부동산을 매입해 건물을 올렸다. 뉴욕 인터내셔널 유니버시티 센터(NYIUC)로 알려진 이 3층짜리 건물은 11만5700여㎡(3만5000평) 부지 위에 세워졌다. 한국에는 더 큰 대학이 들어섰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능인불교대학원대학은 56만1983㎡(17만평) 부지에 연면적 9917㎡(3000평)에 이르는 건물(지하 1층·지상 4층)로 탈바꿈했다. 능인선원은 이 대학 건립에 120억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광스님은 사실상 고액체납자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공개한 2014년 신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는 ㈜케이디프레야피에프브이(이하 프레야PFV)란 회사가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야PFV의 등기상 대표는 백모씨다. 백씨는 2011년 8월30일 취임해 같은 해 9월7일 등기됐다.


백씨는 현재 능인불교대학원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백씨는 지난 11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프레야PFV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법인대표가 됐느냐'는 질문에 백씨는 "대답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과거 프레야PFV와 '비밀계약'을 맺었던 복수 관계자는 "프레야PFV의 실소유주가 백씨가 아닌 지광스님"이라고 지목했다.

I회계법인이 2009년 3월20일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프레야PFV는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17-2번지 소재 케레스타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산 매입, 취득, 관리, 일시적 운용 및 처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자본금은 50억원으로 주주 구성상 지광스님이 실소유주임에 틀림없었다.

지분 39%(39만주)를 갖고 있는 이정섭은 지광스님의 속명이다. 지광스님이 소유한 능인선원은 25%(25만주)의 지분을 가졌다. 능인불교대학원대학을 소유한 학교법인 한국불교학원은 5%(5만주)의 지분을 가졌고, 사회복지법인 능인선원(비법인사단과 구분)이 5%의 지분을 보유했다. 또 국내외 포교를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능인불교선양원이 지분 20%(20만주)를 소유해 지광스님과 관련된 지분은 94%(94만주)에 이르렀다.

백씨는 프레야PFV의 회계업무를 담당했다는 진모씨를 소개했다. 진씨는 '프레야PFV의 실소유주가 지광스님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지광스님은 이사가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백씨를 바지사장으로 앉힌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경영상의 필요로 한 것이고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고 뭉뚱그렸다.

서울시 25억여원 국세청 24억여원 체납
동대문 케레스타 리모델링 과정서 세금 발생

케레스타(구 거평프레야)는 1998년 소유주인 거평건설이 부도를 내면서 소유권 분쟁에 휘말렸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인들은 임차인연합위원회(이하 임연위)를 구성해 소송에 돌입했다. 법원은 2006년 임연위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그런데 당시 임연위 대표이자 능인선원 사무장으로 알려진 배모씨는 "신규 법인으로 소유권을 넘겨 상가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등장한 신규 법인이 바로 프레야PFV다. 임차인들은 '프레야PFV로 소유권을 넘기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도장을 찍었다. 소유권을 위임받은 배씨는 은행권으로부터 3200억원을 대출(PF)받아 건물 리모델링 등에 사용했다.

문제는 10년 사이 동대문 상권이 변했다는 것이다. 케레스타는 인근 대형 쇼핑센터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다. 수익성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주채권자인 경남은행은 2010년 6월 케레스타에 대한 공매 절차를 진행했다. 임차인들은 또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이 과정에서 배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지광스님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진씨는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지광스님이 실소유주였다면 조사를 받고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씨의 말과 달리 법원은 지광스님이 프레야PFV의 실소유주임을 긍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보증금을 떼인 임차인들은 2011년부터 지광스님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임차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지광스님은 자신의 재산을 신도 명의로 세탁하는 등 사해 행위를 저질렀다.


2012년 6월 기준 지광스님은 경기 화성시 팔탄면,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경기 광주시 실촌면 건업리 등에 땅과 주택을 갖고 있었다. 법원 판결 직전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소재 땅과 주택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지광스님이 법인 명의로 갖고 있는 재산까지 더하면 보증금이나 세금을 못 낼 형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프레야PFV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프레야PFV는 2011년 3월부터 취득세 등 10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세금은 25억3400만원이다. 프레야PFV는 종합부동산세 등 10건의 국세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공개한 체납액은 24억5500만원이다.

문어발 인맥 자랑

지광스님은 부산 시내에서 발행하는 모 신문사를 갖고 있다. 회사 자본금은 2007년께 100억원을 넘은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지광스님이 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재산 대부분은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묶여 있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법인 체납자에 대한 2차 납세의무를 지울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지광스님은 케레스타가 공매에 넘어가자 일부 임차인을 포섭해 '비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남은 임차인들의 건물점거와 집회를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보증금 반환을 약속한 것이다. PFV는 해당 계약서를 썼고, 지광스님은 확인서에 날인했다. 그러나 케레스타가 파인트리로 인수되면서 계약은 유야무야됐다. 일부 임차인들은 아직까지 지광스님에게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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