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추적>한양대-홍익대 부지 ‘뻥튀기 매매’ 의혹

2010.05.11 09:14:27 호수 0호

‘마포의 허파’ 수상한 땅거래…‘거물 타깃’ 정조준

유명 대학간 토지 거래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건설업체가 한 대학으로부터 사고 또 다른 대학에 되파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 불과 3개월 만에 무려 170억원대 차익을 남겼다. 등기상으론 단 하루에 벌어진 일이다. 정상 거래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단기간에, 그것도 엄청난 금액으로 ‘뻥튀기’된 이상한 땅 매매 전말을 들여다봤다.

‘한대 → 건설사 → 홍대’ 하루 만에 등기 이전
 H·S사, 매입 3개월 뒤 170억대 차익 챙겨


토지 거래를 둘러싼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학은 한양대와 홍익대다. 이 땅을 중간에서 매매한 건설업체 두 곳은 H사와 S사다. 검찰은 이들 대학과 건설업체들이 비정상적인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중소 건설업체인 H사와 S사가 한양대(한양재단)로부터 부지를 사들였다 불과 3개월 뒤 홍익대(홍익재단)에 되팔면서 거액의 차익을 챙긴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H사와 S사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해 회계 서류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또 업체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돈의 흐름을 캐고 있다.

대학과 차익 분배
밀약 맺지 않았나



검찰은 “이미 압수수색을 끝내고 건설업체 관련자들을 소환해 이들의 매매가 정상적인 거래인지 조사하고 있다”며 “조만간 두 대학의 관계자들도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땅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 토지와 임야다. 대법원 법인·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한양대는 성산동 성미산 일대 243-2, 243-3 등 토지와 산11-31, 산11-58, 산11-60 등 임야 총 12필지를 2006년 8월18일 H사와 S사에 팔았다.

당시 매매된 땅의 규모는 약 6만1274㎡(약 1만8535평)로, 금액은 410억원이다. 한양대 측은 “법인 소유였던 성산동 소재 땅은 도시계획상 대부분 공원용지로 지정돼 각종 행정규제로 묶여 법인 자체 개발 및 이용이 불가한 무수익자산이었다”며 “이에 한국감정원의 평가를 거쳐 교육인적자원부의 허가를 받은 뒤 H사와 S사에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H사와 S사는 이들 부동산의 지분을 각각 50%씩 나눠 가졌다. 두 업체가 205억원씩 투자한 셈이다. 건설업계는 H사와 S사의 주업종이 아파트·주택 분양인 탓에 이 부지에 주거용 건물을 지어 공급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H사와 S사는 2006년 11월28일 한양대에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넘겨받은 당일 홍익대에 다시 소유권을 이전했다. 두 업체는 등기부상 보름 전인 11월13일 매매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유권을 넘겨받기 전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이날 홍익대가 땅을 산 금액은 578억원으로, 두 업체가 단 하루 만에 무려 168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계산이다. 건설교통부의 공시지가 조회 결과 2006년 1월 기준 성미산 주변의 토지는 단위면적(㎡)당 240∼26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듬해 1월엔 280∼300만원상당이었다. 임야의 경우 각각 22∼36만원, 27∼41만원으로 확인됐다.

이 일대의 토지·임야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흥정되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는 게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검찰은 두 거래의 등기 이전이 당일 이뤄진 점으로 미뤄 건설업체들이 대학들과 짜고 차익을 나눠 가졌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판 쪽이나 산 쪽 모두 168억원을 각각 덜 주고, 더 준 사실을 모를 리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 또 동시에 등기 접수가 완료된 점도 의혹을 더한다.

특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거래인만큼 지역에선 특정인의 비자금 조성용이란 소문이 돌았고, 지난 정권 실세가 개입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검찰 역시 두 학교의 고위 인사와 당시 권력 실세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 거래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단기간에, 그것도 엄청난 금액으로 ‘뻥튀기’된 이상한 땅 매매”라며 “두 업체가 어느 한 대학 또는 두 대학 모두와 차익을 나누는 밀약을 맺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양대와 홍익대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두 대학은 서로를 의심했다. 한양대는 검찰의 수사 발표 다음날 학교부지 매매로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피해자란 주장이다. 한양대 측은 “건설업체가 홍익학원에 부지를 처분한 것을 전혀 알지 못하다 매각 대금 잔금을 받고 일정시간이 지난 뒤 처분재산 사후관리를 위해 해당 부지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았을 때 578억원에 팔린 것을 알았다”며 “이때서야 160억여 원의 차액이 발생한 것을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교지확보가 절실한 홍익대와 최초 매수인인 건설업자간 담합에 의해 이뤄진 사안”이라며 “(매각대금을 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 대학 역시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홍익대 측도 의혹을 부인하면서 한양대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미 경찰 조사 등을 통해 밝혀진 대로 합법적인 거래였다”며 “왜 다시 문제가 커지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문제가 있다면 최초 거래자인 한양대와 업체에 있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검찰의 우선 타깃인 H사와 S사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H사 한 직원은 “정상 거래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S사 측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상적 거래?
믿기 힘들다”

눈에 띄는 점은 오너(특수관계인 포함)가 100% 소유한 사실상 개인 회사인 H사와 S사의 최근 몇년간 실적이다. 수상한 땅 거래가 있었던 2006년 전후의 실적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금감원 전자공시와 대한상의 기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북에 있는 H사는 2004년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갑자기 2005년 ‘0원’을 기록했다가 다시 2006년 3300만원, 2007년 8100만원, 2008년 2억6100만원, 지난해 3억1200만원으로 조금씩 올랐다.

서울 강남에 있는 S사는 2000년 92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2006년 21억원으로 내려간 뒤 2007년부터 거의 매출이 없다가 지난해 ‘제로’로 주저앉았다. 현금의 경우 2008년 240억원가량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1억원만 남은 상태다. 사실 이 일대의 토지 거래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홍익대가 본격적인 부지 개발에 나서면서다.

터전과 휴식처를 빼앗긴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고, 경찰과 검찰 등 사정기관에 의혹 제보가 쏟아졌다. 급기야 청와대에도 관련 첩보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의 수사도 결정적인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성미산은 1993년 공원 조성 계획이 수립된 이후 하루 1000명 이상의 주민이 이용하는 생태공원이자 생태학습장이다.

검찰 ‘짜고 치는 고스톱’ 의심
전 정권 실세 개입 여부 수사


한 환경단체의 조사에서 90여종의 식물과 함께 천연기념물인 소쩍새와 붉은배새매, 서울시 보호종인 꾀꼬리, 박새, 오색딱따구리 등의 서식처로 확인되는 등 생태적 보존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주민들은 앞서 2001∼2003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배수지 건립 계획과 한양대의 아파트 건립 계획 등 개발에 맞서 투쟁해 숲이 보존되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홍익대가 이 일대의 부지를 매입해 부속학교를 이전할 계획을 세우면서 또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홍익대 측은 현재 홍익대학교 옆에 있는 홍익초등학교와 홍익여중·고를 신축·이전할 계획이다. 마포구는 2008년 1월 홍익대 방안에 따라 도시계획상 체육시설인 성미산 부지를 학교로 변경하는 도시관리계획안을 공고했다.

성미산 인근의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학교가 세워지면 자연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계획안 철회와 전체를 생태공원화해 달라”며 강력 반발했지만, 서울시가 홍익대 편에 서면서 ‘삽질’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홍익재단 산하 초·중·고교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시설 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홍익대는 성미산에 2만2636㎡(6859평) 규모의 학교를 세울 수 있다. 나머지 부지 10만6120㎡(3만2157평)엔 공원을 조성할 수 있게 했다.

특정인 비자금 조성
지역서 소문 돌았다

대책위 관계자는 “성미산은 서울시가 선정한 ‘비오톱(Biotop·도심에 존재하는 생물 서식 공간)’1등급 지역으로 여기에 학교 건축을 허가한 것은 국가 정책이자 시 정책인 저탄소 녹색사회를 뒤집은 결정”이라며 “이번 매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마포 지역의 유일한 자연숲 개발 계획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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