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본지 시사칼럼 연재 황천우 소설가

2015.01.05 11:57:45 호수 0호

"박근혜 대통령, '박통' 딸인 줄 알았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헤밍웨이를 사랑한 문학청년, 정당 사무처 공채 직원, 시사칼럼니스트, 소설가…. 쉽사리 조합이 이뤄지지 않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는 바로 황천우 소설가다. 지난해 10월부터 본지에 <황천우의 시사펀치>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그는 정치에 몸담았던 13년가량의 적지 않은 경험과 글쟁이 특유의 고집을 바탕으로 정치권을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새해부터는 격주로 독자를 만날 예정인 그를 <일요시사>가 직접 만나 칼럼에서 다하지 못했던 진짜 센 쓴소리를 들어봤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안정된 삶이 보장된 직장을 내팽개치고 불확실한 꿈을 찾아 떠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책임을 져야 할 가정이 있다면 더욱 어렵다. 그런데 황천우 소설가는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정당 사무처(당시 한나라당)에서 근무하며 조직부장, 연수부장을 맡는 등 나름 잘 나가던 삶을 뒤로하고 소싯적 품었던 문학의 길에 뒤늦게 발을 들였다.

이후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스러진 달> <삼국비사> <허균, 서른셋의 반란> <묘청> <소년 박정희> 등 다양한 글로 독자들을 만난 그는 정치마당의 수많은 모순을 직접 겪은 경험을 살려 시사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칼럼에 담긴 그의 정치권을 향한 날선 비판은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위(?)가 높다.

지난달 29일 <일요시사>가 그를 직접 만나 한정된 지면 등을 이유로 칼럼에 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다음은 황 소설가와의 일문일답.

- 박근혜정부를 향한 비판의 강도가 상당히 높다.
▲ 미국의 극작가 테너시 윌리엄스가 쓴 <유리동물원>이라는 회곡이 있다. 여기에는 세상과 단절하고 유리동물들과만 노는 '로라'라는 아이가 나온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로라와 닮았다고 본다. 곁에 두고 있는 인사들, 국정운영 방식을 보면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어떤 인사들이 문제라는 말인가?
▲ 일단 2013년 8월 김기춘씨를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죽음을 맞게 된 사건을 권력의 입맛에 따라 조작한 장본인이다. 어머니의 사망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 대통령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본지 '문세광 자백 사건의 오해와 진실' '<황천우의 시사펀치>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이상한 동거' 참조)


- 김기춘 비서실장 외에도 문제인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정윤회씨도 관련 보도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정씨는 박 대통령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된 최태민씨의 사위 아닌가(지난해 초 최씨의 딸 최순실씨와 이혼함). 어머니의 죽음을 왜곡하고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의 가족까지 곁에 두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김기춘·최태민·정윤회…이해불가 인사"
"공약파기는 일종의 사기, 사과해야"
"'박근혜 귀에 경 읽기' 신조어도 나올 판"

- 최태민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 10·26사태를 일으킨 김재규의 항소보충이유서를 보면 최태민이 10·26 동기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실제 항소보충이유서에는 최씨의 전횡이 10·26의 동기가 됐다는 내용이 있으나 구체적 부정행위에 대한 언급은 없다). 10·26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김계원씨도 "차지철과 김재규가 싸운 것은 최태민 때문이다"라는 증언을 한 바 있다. 결국 최씨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었는데도 아버지를 죽인 사람과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왔고, 심지어 사위까지 관계를 이어온 것은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고 쉽지 않은 것은 안 받아들이는, 즉 앞서 언급한 <유리동물원>의 로라와 같기 때문이다.
 

- 국정운영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 지금까지 한 게 없다. 굳이 대표적으로 몇 가지를 꼽자면 우선 '통일 대박론'을 언급한 것이다. 이것은 가정법이다. 구체적 청사진도 없이 전 세계를 다니며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통령이 할 소리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힘든 미래를 계획도 없이 제시하며 헛된 희망을 주는 것은 책임 있는 대통령의 자세가 아니다. 그리고 통일이 대박일지 쪽박일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 국정운영과 관련해 공약 후퇴에 대한 지적도 있다.
▲ 기본적으로 선거는 후보들의 공약을 보고 표를 찍는 것이다. 공약 파기는 일종의 '사기'라는 얘기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공약을 파기하고 일말의 사과조차 안 한다. 특히 '기초단체 무공천' 공약 같은 경우 재정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고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으면 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안 했다. 이외에도 국민통합, 경제민주화 등 파기된 공약이 수두룩한 것이 사실이다.

-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은 거부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다. 소통이 안 된다는 의미다. 이러다 '쇠귀의 경 읽기'를 빗댄 '박근혜 귀에 경 읽기'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판이다. 원칙과 고집은 다른건데 이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 이대로는 진짜 위험하다. 이미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 않은가.

- 박근혜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박 대통령이 '박통(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줄 알았다. 아버지의 부산물을 취하기 위해 정치를 시작한 줄 알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박정희시대 개발우선주의정책 추진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점들을 해소하지는 못할망정 후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의원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 의원은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가 역량이 안 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용감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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