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원한 사는 주식시장 공공의 적 <실체추적>

2010.04.20 09:44:42 호수 0호

잡히기만 해! “뼈도 못 추리게 만들어 주마”


증권가 ‘개미’들이 뿔났다. 자신의 투자금을 노리는 불법 사기꾼들 때문이다. 작전세력으로 불리는 이들은 개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뿐만 아니다. 여기에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투명성과 공공성을 대표하는 일부 회계법인까지 가세했다. 사방이 적인 셈이다. 때문에 개미들은 이들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악덕 애널리스트 실적 뻥튀기 해 놓고 슬금슬금 매도
작전세력 주가 인위조작으로 개미들 유인 후 패대기


최근 개미들의 ‘공공의 적’으로 급부상한 것은 다름 아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다. 물론 일부에 해당하지만 자신의 입지를 위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매물을 토해내 개미들을 울리고 있다. 보고서만 믿고 한껏 부풀어 투자에 나섰다가 쪽박을 차고 증권사를 원망하는 개미들도 속출하고 있다. 

개미들이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액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의 종목분석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물리는 수가 다반사로 일어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애널리스트보고서
“어떻게 믿겠어”



이 같은 사실은 증권 포털 사이트 팍스넷의 설문조사에서 여실히 들어났다. 지난 11일 증권 포털 팍스넷은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개미들을 대상으로 ‘애널리스트의 매수보고서는 기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보고서’란 주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938명 중 95.4%인 895명이 ‘그렇다’고 동의했다. 이에 앞서 팍스넷은 지난 2월 ‘주식은 대부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주장을 놓고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때도 결과는 92.6%가 ‘그렇다’고 답했다. 주식시장에선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난다는 게 개미들의 전언이다. 10년째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대기업 K 부장은 “애널리스트들의 호평 보고서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패가망신 경우가 많다”면서 “희망에 부풀어 투자를 했는데 연일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폭락해 원금을 거의 까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이를 증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게임업체인 ‘CJ인터넷’이 그것이다. 증권사들은 3월 저마다 CJ인터넷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증권사 보고서들은 ▲만성적인 저평가 국면 탈피 ▲가장 저평가 돼 있는 게임주 ▲1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상회할 것 등의 내용으로 개미들에게 매수를 추천했다. 개미들은 이 같은 보고서를 믿고 투자에 나섰지만 결국 총알받이가 된 모양새다.

호평 속에 기관들이 13일 연속(12일 기준) 매도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급기야 CJ인터넷은 연중 최저가를 기록하며 개미들을 울렸다. 쪽박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개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증권사를 원망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이런 횡포(?)를 인식한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오는 7월부터 애널리스트 프로필은 물론 회사 이직 횟수 등과 같은 개인 신상과 리포트에 대해 전자 공시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개미들의 시각은 아직 회의적이다. 개미들이 꼽는 또 다른 공공의 적은 ‘작전세력’이다. 증권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요즈음 작전은 정교하고 치밀하다. 종류도 다양하다. 막무가내형부터 생존형, 풀패키지형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코스닥 퇴출 공포까지 가세하면서 작전세력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H증권 Y부장은 “금융감독당국과 검찰이 주가 조작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포위망을 좁혀오면서 작전은 더욱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면서 “사채업자들이 전면에 나서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게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투자에 나선지 13년째인 L차장(43·제약업체 근무)은 얼마 전 원금의 80%를 날린 후 매일 술로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보고 추격매수를 했는데 알고 보니 ‘막무가내형 작전’에 휘말렸던 것이다.

작전세력 때문에
“울고 싶어라”

Y부장은 “막무가내형의 특징은 주가 급등 과정에서 별다른 호재가 드러나지 않고 주가가 급등세를 타는 것”이라면서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목표로 유통 주식의 80% 이상을 거둬들여 주가를 조작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07년 역대 최대 규모 주가 조작이었던 ‘루보 사태’를 꼽을 수 있다”면서 “당시 작전세력들은 2006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루보를 대상으로 1500억원대 자금과 700여 개 차명계좌를 동원, 주가를 조직적으로 끌어올려 100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긴 바 있다”고 덧붙였다. 

퇴출심사제도 도입으로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면서 내부 경영진이 주도하는 작전도 급증하고 있다. 소위 ‘생존형 작전’이 그것이다. 이 작전의 목적은 퇴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내부 경영진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개미들의 참여를 유혹한다. 그런가 하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이나 감자 등 퇴출 징후를 미리 알고 대규모 주식을 사전에 처분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이는 과거 호재성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사놓고 시세차익을 챙기던 방법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사채업자가 주도하는 ‘풀패키지형’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유형은 치밀하고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 명동에서 사채업을 하고 있는 H사장에 따르면 풀패키지형의 경우 ‘가장납입’을 주로 이용한다.

H사장은 “작전에 나선 사채업자는 증자 납입일에 주가를 유상증자 발행가보다 크게 끌어올려 증자를 성공시키고 돈을 빼는 가장납입을 목표로 진행시킨다”고 전언했다. 그에 따르면 이 경우 증자 발행가액의 50~70%까지 주가를 끌어올려 개미들을 끌어들이는 수법을 사용한다. 그런 다음 끌어올린 주가를 현상 유지시키면서 증자 때 받은 주식을 개미들에게 떠넘겨 수익을 챙긴다.

또 다른 수법도 있다. 증자 때 받은 대규모 물량을 사채업자들이 일정 수수료를 받고 시장에서 되사주는 것이다. 그 후 주가를 끌어올리지 않고 현상 유지만 시키면서 천천히 개미들에게 떠넘겨 버린다. 결국 개미들은 소위 ‘물려 버린’ 후 땅을 치면서 통곡하는 신세가 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최근 불공정거래가 더욱 정교하고 복잡해지고 있고 악재성 정보 등을 이용한 이용 사례도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면서 “1분기 중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건수는 모두 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건에 비해 18.7%(8건) 늘어난 것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당부했다.

개미들이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또 다른 것은 ‘회계법인’이다. 이들은 회사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의 자격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부감사인들이 기획에서 실행까지 도맡아 처리한 적극적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게 계기가 됐다. 실제 지난 2월 변호사와 대형 회계법인, 코스닥 상장회사 대주주, 채권자 등이 조직적으로 3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에 따라 양계 가공업체 A사 대주주 이모(47)씨, 회계법인 B사 이사 백모(44)씨를 비롯한 변호사와 채권자 등 10명이 철창으로 향했다. 특히 A사 외부 감사인이자 회계법인 임원인 백씨가 회사 재무제표를 감사·평가해야 하는데도 후배 회계사 3명과 함께 전담팀까지 만들어 직접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 주는 등 분식회계 과정을 주도하고 거액을 챙겼다는 사실에 개미들은 충격을 받아야 했다.

회계법인 기업성적 조작 후 자금 챙겨 “먹고 튀어”
코스닥 먹튀 CEO 증자  감자 밥 먹듯하며 야금야금


더욱이 백씨가 분식회계를 마무리한 뒤 A사 재무상태가 적정하다는 취지의 허위 감사보고서를 작성, 사실상 ‘깡통’에 불과한 A사가 상장회사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개미들은 분노했다. 뿐만 아니다.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기업과 이런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실을 묵인해준 신우회계법인과 삼화회계법인이 금융감독당국에 적발돼 과태료 부과와 검찰고발 등 중징계를 받았다.

이들 회계법인은 스멕스(주), 코디콤(주), (주)재현 등 3개사의 제무제표를 회계처리기준을 위반 공시하게 했다가 처벌받았다. 7년째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회사원 손모(37)씨는 “회계보고서는 쉽게 말해 기업에 대한 건강진단서라고 할 수 있다”면서 “주주나 투자자가 경영 상태나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적인 정보인데 이를 엉터리로 작성하는 것은 자본주의 질서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손씨는 이어 “건전한 증시 환경에 좀먹는 소위 ‘좀비’ 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시켜야 한다”며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이나 감사보고서에 대해 철퇴를 가해야 독버섯이 제거되고 주식시장이 건전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먹튀(먹고 튀는)’로 통하는 큰손들도 개미들에게는 ‘공공의 적’이다. 이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쪽박을 차고 패가망신한 개미들의 원성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큰손들이 코스닥을 접수하고 있는 사실이 포착되면서 개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큰손들이 먹튀를 위해 사용하는 수법은 ▲장내외 시장에서 경영참여 목적으로 대규모 지분 매입 ▲전환청구권 및 신주인수권 행사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코스닥 상장사 눈독 등이 꼽힌다. 개미들이 큰손 먹튀들을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지분 획득 목적이 경영보다는 차익실현에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공시하지만 향후 ‘투기’로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투기로 변질되면 투자 수익을 내고 팔아버리기 때문에 개미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Y부장은 “코스닥 기업들의 잦은 경영권(최대주주) 변동에 따른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영권 변동이 주가 급등을 유발하는 재료로 부각되고 있지만 경영 상황이 호전된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상장사-외부감사인
고스톱 짜고 쳤다?

그는 이어 “경영권 변경은 자칫 경영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며 실제 그동안 경영권 변동이 잦은 기업 중에는 경영악화나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계기업이 많았다”면서 “매각차익을 노린 ‘머니게임’ 수단이 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성과를 지켜보며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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