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두 회장님 엇갈린 희비쌍곡선 전격비교

2010.04.20 09:17:30 호수 0호

아주버니 ‘승승장구’ 제수씨 ‘일촉즉발’


현대가 두 회장님이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다. 왕 회장으로부터 대물림되어 온 그룹의 숙원사업 성적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탓이다. 우선 아주버니는 함박웃음이 가득이다. 3전4기 끝에 준공한 일관제철소가 본격적으로 쇳물을 쏟아내기 시작한 덕분이다.

반면 제수씨는 짙은 먹구름이 언제라도 굵은 빗방울을 퍼부을 형국이다. 장기간 젖줄이 막혔던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이제 기업의 존폐마저 위협하고 있다. 재계는 현대가 뚝심의 며느리가 어떠한 복안을 가지고 나올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대물림 32년 숙원사업 ‘성공’
위기몰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대북사업 물거품 ‘위기’
     

최근 오랜만에 범 현대그룹 일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을 비롯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몽용 성우오토모티브 회장,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자리는 김영명 여사가 대신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현대가의 오랜 숙원사업이 실현되는 순간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지난 8일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공장의 일관제철소 종합준공식을 열었다. 2006년 황량한 갯벌을 막아 첫 삽을 뜬지 3년 반 만에 드디어 일관제철소가 붉은 쇳물을 생산해 내기 시작한 것이다. 범 현대가 식구들은 현대가의 손으로 한국 철강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기쁨의 순간을 함께 했다.

삽질 3년 만에 제철소 준공
정몽구 “아버지 숙원 이뤄”

이들 중에서도 특히 정몽구 회장의 기쁨은 다른 이에 비할 수 없을 정도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창업주인 아버지 고 정주영 회장 때부터 이어져오던 오랜 숙원사업인 탓이다. 정주영 회장은 생전 20년 가까이를 제철소 건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1977년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정부가 포항제철에 이어 제 2 제철소 건립을 추진하자 정주영 회장은 현대제철주식회사 건립안을 내놨지만 실패했다.

정부는 사업권을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넘겨줬고 광양에 제철소가 들어섰다. 이후 인천제철을 인수해 철강 사업에 발을 들인 정주영 회장은 1994년 부산 가덕도에 제 3 제철소 설립을 추진했지만 이번엔 정부의 ‘공급과잉론’에 막혔다. 이후 일관제철소 건설의 꿈은 아들인 정몽구 회장에게로 맡겨졌다. 1995년 말 옛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은 이듬해 첫 신년사에서 “제철 사업을 꼭 성공시킬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생전 아버지의 숙원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또한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일관제철소의 건립을 이뤄내겠다는 포부였다. 정 회장의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는 1997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 해 10월 경남지역에 제철소를 건립하겠다는 합의서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곧이어 불어 닥친 외환위기는 정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정 회장의 재도전은 2006년에 들어 빛을 발했고, 이후 3년2개월 만에 일관제철소를 준공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 준공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종합철강회사로서의 위상을  높이게 됐다. 총 6조2300억원의 자금 투자로 준공된 일관제철소 고로 1호기는 연간 400만톤의 조강생산 능력을 갖췄다. 오는 11월 제 2 고로가 완공되면 현대제철은 연간 800만톤의 조강능력을 갖추게 되며, 기존 전기로 인한 조강 생산량 1150만톤과 합하면 연간 생산량은 1950만톤으로 세계 12위권 철강사로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생산한 제품은 품질 면에서 벌써부터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일관제철소 준공 이후 일주일 만에 조선용 후판의 첫 해외 수출길이 열린 것. 현대제철은 15일 베트남 하노이 소재 조선업체인 비나신(Vietnam Shipbuilding Industry Group)에 조선용 후판 공급과 관련한 MOU를 체결하고 연간 10만톤의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베트남 조선공사인 비나신은 1996년에 설립된 국영 조선업체로 전체 조선 수주량의 60%를 점유하며 2008년 한해에만 100여 척의 선박을 만들었다. 현대제철은 그동안 조선용 후판의 시장 진입을 위해 이미 세계 10대 국제공인 선급기관의 선급인증 취득을 마쳤으며 앞으로 세계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이처럼 정 회장의 현대가 숙원사업이 빠른 속도로 순항하고 있는 반면 현대가의 또 다른 숙원인 대북사업은 거대한 빙산에 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아산의 대북 관광 사업이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북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 8일 우리 정부가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막고 있다며 정부와 관광공사가 소유한 금강산 관광지구내 5개 부동산을 동결하고, 관리 인력을 추방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13일에는 예고대로 부동산 동결조치를 집행했다. 북한은 이어 지난 10일에는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개성공단 전면 재검토 가능성도 언급했다.

북한은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지 살포가 지속되면 동·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 통행, 즉 금강산과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이 같은 강도 높은 압박에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북측이 대북사업의 전면 폐지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는 가정이 제기되면서 현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 회장에게 대북사업은 민족사업이라는 대의명분을 넘어 고인이 된 정주영 회장과  남편 정몽헌 회장의 대를 이은 숙원이다. 이들 부자가 생전 대북사업에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특히 정몽헌 회장은 2003년 자살로 세상을 떠나기 전 유서를 통해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라고 강조할 정도였으니 현 회장에게는 더욱 각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 ‘핑크빛’
현대아산 ‘아사 직전’

이에 그동안 대북사업이 정부와 북측의 냉전으로 수차례 어려움을 겪어오면서도 현 회장은 늘 흔들림 없는 사업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현 회장은 실제 “단 한 명이 북한을 찾더라도 대북사업은 이어간다”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현 회장의 대북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8월 현 회장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피격된 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 직접 북한을 찾았다.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방문한 현 회장은 5번이나 일정을 연장, 일주일동안 북에 머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했다. 결국 현 회장은 김 위원장에게 대북 관광사업 재개에 대한 확답을 얻어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에 대한 우리 정부와 북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사업은 지금까지도 중단된 상태다.

이에 앞서 현 회장은 지난 3월에는 조건식 사장 후임으로 장경작 전 호텔롯데 비상임 고문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장 사장의 등장에 일각에선 현 회장이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돌파구 마련을 위해 친정부 인사를 대동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현 회장의 회심의 히든카드는 등장 한 달여 만에 제대로 능력 발휘도 못한 채 북측의 동결조치로 힘겨운 고비를 맞게 됐다.

현대제철 일주일 만에 해외수출 포문 열었다
현대아산 한번 막힌 북로 뚫릴 생각 안 하네


업계는 현 회장에게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북사업의 지주역할을 하는 현대아산의 경영상태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이른 탓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북사업이 조속히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회사의 존립자체가 위태롭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현대아산은 지난해에만 3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도 영업적자 54억원의 6배에 달한다.

2008년 대북사업 중단에 따른 현대아산의 매출손실도 올 2월까지 금강산 관광 사업 2315억여원, 개성공단 사업 265억여원 등 총 2580억원에 달한다. 장기간 경영난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아산은 인력도 이미 60% 가량 구조 조정했다. 지난해 7월 1000여명에 이르렀던 직원은 현재 380여명에 불과하다. 남은 임직원의 급여 또한 5~15% 가량 삭감됐다.

업계는 현대아산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대북사업에 대한 현 회장의 의지는 여전히 분명하고 단호하다. 북측의 동결조치 통보에도 현 회장은 12일 현대그룹 신사옥에서 열린 ‘비전 2020 선포식’에서 다시 한 번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자칫하면 대북사업 폐지
위기 처한 현정은 회장

현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가 열어놓은 남과 북 민족 화해 사업인 금강산·개성관광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며 “당국 간 대화가 진전되면 막힌 길이 뚫리고 더 큰 희망의 문과 축복의 통로가 활짝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아산은 장기간의 대북사업 중단으로 인해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풍전등화의 길을 걷고 있다”며 “북이 사업 폐지라는 초강수를 언급하고 나선 만큼 현 회장은 하루 빨리 경영정상화를 위한 회심의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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