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키맨’ 사라진 로비스트 실체

2014.12.08 11:56:32 호수 0호

‘대어’ 놓치고 ‘피라미’만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정부가 방위사업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상최대규모의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과 감사원 방산비리특별감사단을 동시에 꾸리고 방위사업비리의 뿌리를 뽑기 위한 대대적 활동에 나선 것이다.



한 사안에 대한 수사와 감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정부의 방위사업비리 척결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방위사업비리 수사 및 감사의 키를 쥔 거물급 로비스트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하는 등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방산비리 수사·감사는 변죽만 울리다 끝날 가능성이 크다.

“방위·군납비리는 안보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서 그 뿌리를 뽑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0월29일 국회 시정연설 발언이다.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검찰, 군검찰,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7곳의 사정기관에서 105명이 참여하는 사상최대규모 정부 합동수사단이 출범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에서도 감사원, 검찰청, 국방부, 국세청, 관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의 정예인력 33명이 참여하는 방산비리특별감사단을 설치하고 본격적 활동에 착수했다.

수사·감사 동시 진행

이처럼 한 사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규모 수사와 감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방위사업비리 척결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방위사업계의 ‘큰손’인 거물급 무기 로비스트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하는 등 종적을 감췄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비리 합수단 측 관계자는 “정부가 대규모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방산업계에 미리 알려지며 국내에서 활동했던 거물급 로비스트들이 활동을 멈추고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군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 특별지시에 따라 합수단에 참여는 하지만 방위사업비리를 군 내부의 만연한 적폐로 보는 것에는 불쾌해 하는 분위기여서 제대로 된 협조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가장 유능한 군검찰관과 수사관 등 전문요원을 파견해서 합수단 수사를 적극 지원하라고 했다”면서도 “방위산업 발전에 많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이번 방위사업비리 수사·감사가 ‘대어’들은 못 잡고 ‘피라미’들만 잡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방위사업비리의 진짜 몸통은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해외 무기 도입과정 비리지만, 키를 쥔 거물급 로비스트의 행방이 묘연한 까닭이다.

사상최대 방산비리수사 착수
이미 자취 감춘 거물급 로비스트
변죽만 울리다 싱겁게 마무리?

이번 수사·감사의 직접적 계기가 된 통영함 건조 과정 비리(1590억원 투입)는 전체 방위사업비리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일례로 8조원가량이 투입되는 F-35A 전투기 도입에도 거물급 로비스트가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무기 로비스트들은 거래가격의 1~5%를 커미션으로 챙긴다. 8조원짜리 사업이면 최소 커미션인 1%만 잡아도 800억원가량의의 뒷돈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러한 규모의 커미션을 감안하면 로비스트의 로비 과정에서 막대한 로비자금이 투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F-35A 선정에는 의문점이 많다. 명목상 이유는 스텔스 기능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스텔스 기술을 이전받지 못하고, 엔진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면밀한 조사 없이 덜컥 이 기종을 결정한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합수단 측은 해외 무기 도입에 관련된 검은머리 외국인, 군 출신 거물급 로비스트들의 정확한 현황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사정당국 관계자는 “방위사업의 특성상 무기 중개상들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각종 무기의 실제 거래 대금을 확인하면서 방위사업 관계자들의 자금 거래 상황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 예고

김기동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장은 지난 1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등 해외에 근거지를 둔 무기 로비스트들이 합수단 출범 이후 종적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률에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끈질기게 수사하면 장애를 극복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장기전을 예고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방산비리 직격탄’ 방사청 청렴도 최하위로 추락

각종 방위사업비리가 불거지면서 방위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의 청렴도가 최하위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지난 3일 64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 발표에 따르면 방사청은 정원 2000명 미만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측정한 청렴도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중앙행정기관 중 정원 2000명 이상인 Ⅰ유형에서는 통계청이 10점 만점에 8.02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국세청이 6.71점으로 최하점을 받았다.

정원이 2000명 미만인 중앙행정기관 Ⅱ유형에서는 새만금개발청이 8.27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고, 방사청이 6.93점으로 최하점을 받았다.

특히 방사청은 지난해에 비해 청렴도가 0.79점 하락해 중앙행정기관 Ⅰ·Ⅱ유형을 통틀어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방사청이 각종 조사 부문에서 골고루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최근 불거진 방산비리도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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