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가득 ‘썩은 참치’ 먹으라고?

2010.04.13 08:36:46 호수 0호

동원F&B 거듭되는 이물질 논란



동원F&B가 소비자들의 도마에 올랐다. 판매 중인 제품에서 이물질로 추정되는 물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것. 소비자들은 제품 공정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민원을 접수한 회사는 안일한 자세로 사후조치를 취해 소비자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회사측은 제품 보관에 대한 소비자의 과실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규정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참치캔·생수 등 이물질 발견 제보 잇따라 ‘곤욕’
회사 “블랙컨슈머” VS 고객 “공정상 문제” 대립



부산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지난달 27일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놀라 부엌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식사를 준비하던 박씨의 여동생과 아내가 놀란 눈으로 서 있었다. 찌개를 끓이기 위해 개봉했던 참치 캔의 모습을 보고 경악한 것. 개봉된 참치 캔 안에는 하얗고 뭉글뭉글한 이물질이 가득 쌓여있었다.

문제의 캔은 동원F&B에서 제조한 동원참치선물세트 중 ‘김치찌개용 참치 통조림(150g)’ 제품이다. 2월 중순 여동생의 지인으로부터 설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부패 참치, 고객 탓(?)

박씨는 동원F&B에 즉각 이 사실을 알렸지만 회사측은 “제조상의 문제가 아닌 유통·보관상의 문제로 제품을 교환 해주겠다”는 설명뿐이었다. 박씨는 구체적인 원인 규명이나 사과 없이 ‘회사 잘못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교환 등의 보상 조건만 거듭 말하는 회사측 태도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박씨는 지난달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안전소비자신고센터에 이 사실을 직접 제보, 정확한 원인 규명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동원F&B는 ‘제조상의 문제는 아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회사 한 관계자는 “확인 결과 이물질은 제품이 부패해 곰팡이가 가득 덮은 것”이라며 “이 같은 부패는 제조 과정이 아닌 제품 유통 혹은 보관상의 문제로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현장을 방문한 담당자에 따르면 제품의 겉면 이음새가 찌그러진 부분이 있었고, 이를 통해 외부 공기가 유입되면서 부패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상태는 참치의 위층만 약간 부패했으며 이는 최근 2~3일 내에 부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동원F&B는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참치의 부패 원인은 유통과정 중의 잘못도 아닌 고객의 과실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흔히 고객들이 집안에서 제품을 보관할 때 관리에 소홀해 제품이 찌그러지거나 미세한 구멍이 생길 수가 있다”며 “이 경우 이미 가공된 참치 캔이라 하더라도 생물과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기 때문에 쉽게 변질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박씨는 “당시 제품을 보더라도 어느 곳도 찌그러지거나 구멍 같은 것을 찾아 볼 수 없었으며 부패 상태도 이미 상당 기간 진행된 것처럼 심각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실제 박씨가 곰팡이 발견 당시 촬영한 제품 사진을 살펴보면 미세한 구멍을 통한 일정 부분의 변질이 아닌 제품 전체가 상당히 부패가 진행된 모습이다.

또한 박씨는 “현장 담당자로부터 가끔 이음새 불량으로 인해 부패가 되는 제품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이 경우 결국 제조 과정상의 실수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 역시 “1년에 한두 번 정도 비슷한 제보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관계자는 “이번의 경우는 부패가 발생된 지 몇일 안 된 것으로 보인다는 현장 담당자의 의견에 따라 고객에 의한 보관상의 문제로 파악된다”며 제조상의 책임에 대해선 끝까지 발뺌했다.

회사는 박씨를 두고 ‘블랙컨슈머’로 의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회사 한 관계자는 “제품 부패의 경우 규정상 교환만이 가능하지만 박씨는 처음부터 현금 등의 보상을 요구했다”며 “이는 내부 규정에 어긋난 것으로 그렇게 처리 할 수 없다고 하자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는 등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금 보상을 요구했다는 동원측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억울해했다.

이처럼 ‘부패 참치’를 두고 회사와 고객 간의 감정 골이 깊은 가운데 일각에선 동원F&B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또 다른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청주에 사는 문모씨는 동원F&B가 생산 중인 ‘동원샘물 미네마인 2.0L’에서 작은 이물질 덩어리가 다량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 생수는 경기 연천군 소재 수원지에서 지난 2월9일에 제조된 제품이다.

문씨는 “생수통 바닥에 황토색의 동물배설물로 추정되는 직경 1cm 가량의 덩어리가 열 개정도 가라앉아 있었다”며 “이물질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음용한 이후 오한, 발열, 구토, 복통 등의 증세를 겪었다”고 밝혔다.


문씨는 3월3일 회사 고객지원실에 이 사실을 알렸고, 이틀 뒤 회사는 문제의 제품을 회수했다. 그러나 제품의 성분 분석을 한다던 회사는 이후 연락이 없었고 문씨의 거듭된 요청에도 담당자 부재 등을 이유로 수차례 답변을 거부했던 회사측은 3주 뒤인 지난달 25일에야 답변을 내놨다.

회사측은 문씨에게 “공장 제조 공정에는 필터가 있어 이물질 혼합이 불가하다”며 “이물질에서 다량 검출된 철 등의 성분도 제품 공정 중에는 들어 갈 수 없는 물질이다”고 답했다.

문씨는 “회사는 이물질 혼입이 불가하다는 기존 주장만 반복했으며 오히려 이물질을 스스로 조작해 이의제기를 한 것처럼 은근히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현금 보상 원했다(?)

실제 회사 관계자는 “투명한 생수통에 이물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마셨다는 고객의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음용 후 몸이 아팠다는 고객의 주장도 의사소견소를 받아보니 고객이 평소 ‘고지혈증’, ‘당뇨’ 등의 지병이 있어 아픈 것이지 제품을 마셔 아픈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씨는 “회사가 이물질 혼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소비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내몰아 기만하고 있다”며 “또한 선물상자 제의로 허물을 덮으려는 대기업의 태도는 기업 윤리의식을 상실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원F&B 관계자 미니인터뷰

“제품 공정과정 문제없다”

최근 이물질 발견 제보가 잇따라 곤욕을 겪고 있는 동원F&B의 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 참치캔·생수 등 제품 내 이물질 발견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 확인 결과 제품 공정상의 문제는 없었다. 유통 혹은 소비자 과실에 의한 제품 변질로 보인다.


- 회사의 늑장 대응으로 고객의 불만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 제품 수거 후 성분 검사 등 확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시일이 걸렸다. 이물질 논란을 회피하려 했던 적은 없다.

- 공정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해명에도 고객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 일부 고객의 과도한 요구로 이물질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추후 병원비 지급 약속·현금 보상 등 내부 규정에 맞지 않는 요구들이 있어 보상이 늦어지고 있다.

- 이물질 검출에 대한 식약청 신고 의무는 이행했나.
▲ 식약청 보고는 유통상의 문제가 아닌 제조상의 문제일 때만 신고하는 것이 의무다. 하지만 이번 참치 캔의 경우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최근 식약청에 신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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