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그룹 위장계열사 의혹

2010.04.13 09:06:37 호수 0호

25년간 동고동락 ‘식구’왜 숨기나

하이트·진로그룹이 오너 일가의 변칙증여와 석연치 않은 사외이사 선임으로 구설에 오른데 이어 이번엔 위장계열사 의혹에 휩싸였다. 올해 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에 지정되는 과정에서 한 계열사가 누락됐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뭔가 구린 구석이 있다고 판단해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하이트·진로그룹이 받고 있는 위장계열사 의혹과 베일에 싸여 있는 해당업체의 실체를 벗겨봤다.

16개 계열사 지정 “세왕금속공업 누락”지적
지분·내부거래 30% 초과…사실상 경영 참여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53개 그룹을 ‘2010년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기업집단은 지난해보다 5개 증가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이 6조원을 넘어 올해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총자산 6조2540억원으로 대기업 자산 순위 46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토지 자산 재평가, 투자·차입 증가로 하이트맥주의 자산이 지난해 4조8000억원에서 올해 6조3000억원대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관계사 지분 32.38%



문제는 계열사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하이트·진로그룹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계열사 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는 하이트홀딩스, 하이트맥주, 하이트산업, 하이트주정, 하이트주조, 하이스코트, 하이트개발, 진로, 진로소주, 국제바이오에너지, 석수와퓨리스, 강원물류, 삼진인베스트, 서영이앤티, 수양물류, 천주물류 등 모두 16개다.

하지만 주류업계에선 공정위 발표 직후 하이트·진로그룹의 한 계열사가 누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바로 주류·청량음료 병마개 제조업체인 ‘세왕금속공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왕금속공업의 최대주주는 하이트홀딩스로 지분율이 24.85%(9만3920주)다. 이어 무학(13.15%·4만9715주), 보해양조(12.91%·4만8810주), 금복주(12.63%·4만7729주), 기타(36.46%·13만7826주) 등의 순으로 구성돼 있다.

위장계열사란 실제로는 계열사이지만 외견상 계열관계가 아닌 것처럼 은닉된 회사를 말한다. 내부거래, 부당지원, 비자금창구 등 ‘검은 거래’에 활용돼 당국의 집중 감시 대상이다. 공정거래법은 그룹 관련자 및 관련사 지분이 30% 이상 또는 사실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를 계열사로 규정하고 있다.

외관상으론 하이트홀딩스의 지분율이 30%를 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하이트·진로그룹의 다른 계열사 지분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진로와 하이트주조는 각각 7.08%, 0.45%의 세왕금속공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기타 주주에 속해 있다. 결국 하이트·진로그룹의 총 지분율은 32.38%로, 공정거래법에 따라 세왕금속공업을 계열사로 편입해야 하지만 이를 제외했다.

세왕금속공업과 국내 병마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화왕관’의 경우 정상적으로 대주주인 두산그룹 ‘품속’에 들어가 있다. 지난해까지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BG)를 운영했던 두산그룹은 (주)두산의 자회사인 DIP홀딩스와 오딘홀딩스, 연강재단 등을 통해 삼화왕관 지분 47.67%(101만9072주)를 보유해 삼화왕관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 측은 관련 기준을 넘는 지분을 보유해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계열사가 아닌 투자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세왕금속공업의 지분을 30% 이상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경영에 일체 간섭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있어 굳이 계열사로 포함시키지 않아도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확인 결과 하이트·진로그룹 측의 해명과 달리 그룹 고위 임원이 세왕금속공업 이사진에 올라있는 등 직·간접적으로 세왕금속공업 경영에 참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한종 하이트맥주 전무는 현재 세왕금속공업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전무는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세왕금속공업 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 전무는 30년 가까이 하이트맥주에 몸담은 그룹 내 ‘재무통’으로, 2005년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등 박문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그전에도 1989~1991년 하이트맥주 사장을 지낸 김주곤씨가 사임 직후인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세왕금속공업 이사로 재임했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그룹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회사 이사라고 다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름만 올린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이트·진로그룹과 세왕금속공업간 거래 내역도 눈여겨 볼만 하다. 세왕금속공업은 지난해 매출 401억원, 당기순이익 32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약 30%가 하이트맥주, 하이트주조 등 하이트·진로그룹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는 다른 특수관계사와 비교해 2~5배 많은 거래량이다.

세왕금속공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은 전체 매출의 76%인 총 305억원으로, 하이트맥주와 하이트주조는 각각 117억원, 5억원 가량을 거래했다. 이외에 롯데주류BG는 57억원, 금복주는 37억원, 무학은 35억원, 대선주조는 31억원, 보해양조는 23억원 등으로 하이트·진로그룹보다 비중이 낮다.

공정위는 최근 하이트·진로그룹의 미편입 계열사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왕금속공업의 지분 구조와 하이트·진로그룹의 경영 참여 여부가 핵심이다. 공정위는 이미 하이트·진로그룹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고위임원, 이사 등재

만약 이번 조사에서 세왕금속공업이 위장계열사로 드러나면 하이트·진로그룹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된다. 또 계열사의 성격에 따라 출총제와 채무보증금지 위반 혐의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총제를 위반한 경우 주식처분 명령과 함께 위반 주식의 최고 10%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며 “채무보증 금지 역시 채무보증을 취소하고 위반 금액의 최고 10%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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