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개국공신’ 정두언 MB 정조준 내막

2014.12.01 12:00:25 호수 0호

돌아온 ‘왕의 남자’ 옛 주군 목 노리나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꺼져가던 ‘정치 생명’이 되살아났다. 그를 2년 넘게 괴롭혔던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정 의원은 정치권 복귀 첫날 일성으로 이명박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명박정부 개국공신으로, 한 때 ‘왕의 남자’라고도 불렸던 정 의원이 정치권에 복귀하자마자 옛 주군을 정조준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정부를 만든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명박정부에서 그는 짧은 영예와 기나긴 치욕의 세월을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린 후 변방으로 밀려나는 과정에서 모진 고초를 겪은 것이다.

시련 끝 복귀

정부 탄생의 주역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부로부터 불법사찰, 세무조사 등 탄압을 받은 그의 시련은 박근혜정부에서도 계속됐다. 정 의원은 이명박정부 말기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2심에서 징역 10개월 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지난해 만기 출소했다.

그리고 2년여의 재판 끝에 지난달 21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정치권으로의 복귀에 성공했다. 구치소 수감생활 중 “나는 이명박정부에서 참으로 불행했다”라는 소감을 밝힌 그는, 정치권 복귀 첫날 “이명박정부는 실패한 정부”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등 이명박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야당의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아무 잘못이 없다면 국정조사가 아니라 그 이상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과 친이(친이명박)계 측에서 사자방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를 일축하고 있는 가운데, 한 때 원조 친이계로 ‘왕의 남자’로도 불렸던 정 의원이 옛 주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그는 자원외교에 대해 “어이가 없다. 물건을 사러 가면서 ‘나 그거 사러간다’고 공표를 하고 가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값을 올리겠나. 더군다나 ‘어마어마한 사람이 간다’ ‘우리가 성과를 꼭 내야 한다’고 팡파르를 울리면서 간 바보 같은 장사를 한 것”이라며 질타했다.

정두언, 저축은행 비리 혐의 ‘무죄’
벼랑 끝 회생 “MB정부 실패” 비판

이처럼 정 의원이 정치권 복귀 첫날 일성으로 옛 주군을 정조준한 이유를 놓고 크게 세 가지 분석이 나온다.

첫째, 정 의원이 이명박정부 초기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이후 겪었던 모진 고초에 대한 반격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와 대립각을 세웠던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 나아가 자신을 내치고 이들의 손을 잡아준 이 전 대통령을 향한 한 맺힌 반격이라는 것.

한 여권 관계자는 “정 의원의 발언 자체도 틀린 말이 없지만, 이명박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면서도 이상득 계열에 밀려 정치적 탄압을 받은 정 의원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둘째, 정 의원이 지역(서울 서대문을) 유권자에게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비리에 연루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이명박정부와 선을 긋는다는 시각도 있다. 파기환송심 무죄 판결로 비리 이미지가 일정부분 해소되기는 했지만 정 의원이 비리에 연루된 잔상은 남아 있다. 이는 차기 총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이 초고를 완성한 자서전에 이명박정부의 치부와 자신의 정치사를 어떻게 담았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간할 것으로 알려진 자서전은 과거 쇄신파를 이끌었던 그가 실패한 이명박정부와의 단절 선언을 통한 쇄신파 재규합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 높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과거 쇄신파를 주도했던 정 의원의 복귀는 19대 국회 들어 구심점을 잃고 뿔뿔이 흩어진 쇄신파를 다시 모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정 의원이 쇄신파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분석에 대해 본인도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용기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상 밑바닥까지 가봤기 때문에 아쉽고 두려운 게 없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쇄신파 부활?

셋째, 수감생활로 그의 정치철학이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무죄 확정 이후 그는 취재진에게 “법으로는 무죄이지만 인생살이에서는 무죄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며 “앞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반드시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돼 10달 동안 복역을 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는 자성의 뜻을 전한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영욕의 세월을 겪으며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진 정 의원이 정치적으로 성숙한 것 같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오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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