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해부> 보람상조그룹 ‘검은돈’ 의혹 파장

2010.04.06 10:11:58 호수 0호

허우대만 멀쩡한 고양이에 생선 맡겼다

[일요시사=경제1팀] 국내 최대 상조회사인 보람상조그룹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오너일가가 거액의 고객돈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된 것. 횡령금이 무려 100억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곪을 대로 곪은 상조업계 전반의 고질병이 결국 터졌다는 반응 일색이다. 고객돈 유용이 비단 보람상조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동종업계가 이번 수사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보람상조그룹을 둘러싼 의혹과 이를 토대로 상조시장 전체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검찰이 국내 최대 규모의 상조회사인 보람상조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보람상조그룹 본사를 비롯해 10여개 계열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회원 명부와 일일 입금현황 등 자금 운영과 관련된 컴퓨터 파일과 서류를 대거 확보했다.
검찰은 그룹 오너인 최모 회장의 부산 남구 용호동 자택도 수사관을 급파해 샅샅이 뒤지려 했으나 최 회장 일가가 모두 지난 1월 미국으로 떠나 유보했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수사를 피해 출국한 게 아니냐는 해외 도피 의혹이 일고 있다.



공금 횡령 의혹에
리베이트 의혹까지

검찰은 최 회장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지만, 이를 거부하면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미국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통해 신병을 확보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거액의 고객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이 보람상조를 비롯해 장의업체, 병원, 건설회사 등 여러 개의 계열사를 가족과 친인척 이름으로 운영하면서 수년간 고객이 맡긴 돈을 빼돌려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최 회장의 횡령금은 무려 100억에 이른다.
이 돈으로 부산 동구 P호텔, 사상구 N호텔 등과 외국에 부동산까지 매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이 이들 부동산을 매입한 돈의 출처를 밝혀내기 위해 광범위한 계좌 추적도 병행 중이다. 검찰은 최 회장의 형인 최모 그룹 부회장을 체포해 횡령금의 출처와 규모, 사용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보람상조 노동조합의 고발과 진정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를 접수한 검찰이 내사 끝에 최 회장의 횡령 정황을 포착,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것. 인사 발령과 계약직 전환 등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어온 노조 측은 지난해 11월 최 회장 일가의 공금 횡령 의혹과 리베이트 착복 의혹 등을 폭로하면서 관련 자료 일체를 검찰에 넘겼다.
노조는 당시 “보람상조는 회원의 돈을 부동산과 계열사에 펑펑 쏟아 부어 회원이 납부한 금액 중 일부만 예치돼 있을 정도로 부실하다”며 “만약 도산하면 고객의 상당수가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 한 지부가 매달 수억원씩 최 회장의 측근에게 전달한 자료를 확보했다”며 최 회장 일가의 횡령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보람상조그룹 측은 최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P호텔과 N호텔은 각각 보람상조개발(주), 한국상조보증(주) 소유로 검찰이 지적한 부동산은 최 회장이나 그 일가 개인이 아닌 계열사 법인 명의로 구입한 것”이라며 “회계법인의 외부감사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도 고객 돈을 빼돌린 내용이 적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 회장의 도피 의혹과 고객돈 부실 관리에 대해선 “최 회장은 미국 현지법인에 출장 중으로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라며 “회원 환급의무액보다 자산이 더 많고 보증회사 예치 금액도 고객 돈의 50% 이상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보람상조는 상조업계의 ‘맏형’이다. 최 회장이 1991년 설립한 보람상조는 지난 20년 동안 ‘한우물’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보람상조는 업계 최대인 75만명의 회원을 보유해 전체 가입자 중 3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10만명이 가입했다. 지금까지 거둬들인 부금예수금(월 회비)은 1600억원 수준이다. 연간 1만2000여건의 장·축의를 치르고 있으며, 임직원 3000여명과 전국 300여개 지점 및 영업소를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검찰, 고객돈 1백억원 유용 혐의 오너일가 수사 
전계열사 압수수색…출처, 규모, 사용처 파악 중

그룹의 양대 축인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는 100% 오너일가 소유다. 보람상조개발은 최 회장이 지분율 67%로 최대주주이며 부인 김모씨가 22%, 최 부회장이 11%를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보람상조개발의 매출은 2006년 17억원, 2007년 30억원, 2008년 51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마이너스다. 영업이익은 2006년 -126억원, 2007년 -118억원, 2008년 -148억원으로 나타났으며,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88억원, -51억원, -22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채는 2008년 총자산(531억원)보다 많은 888억원을 기록해 결손금이 358억원에 달했다.
보람상조라이프 역시 최 회장(47.5%)과 김씨(29.5%), 최 부회장(23%)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보람상조라이프는 2008년 매출 24억원, 영업이익 -246억원, 당기순이익 -212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도 총자산(221억원)보다 많은 594억원을 안고 있어 373억원의 결손금이 발생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상조업법이 시행되지 않아 일반 회계가 적용, 회원들이 납입한 돈이 100% 부채로 잡혀 부실로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영업이 활성화될수록 부채가 증가하며 수익은 고객의 장례서비스가 발생한 이후 산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보람상조그룹 수사를 두고 곪을 대로 곪은 상조업계 전반의 고질병이 결국 터졌다는 반응 일색이다.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무분별한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얼룩진 상조업계의 총체적 부실 실태는 이미 여러 번 도마에 올랐다. 결국 고객돈 유용이 비단 보람상조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동종업계가 이번 수사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경영 악화 불구
사업 확장 혈안

국내에 상조업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82년. 일본 상조회를 모델로 부산지역에 가장 먼저 도입된 것이 시초다. 상조업은 일종의 ‘품앗이’와 비슷하다. 소비자는 미래에 발생될 경조사에 대비해 상조업체와 계약을 체결, 매월 또는 일정기간마다 보통 2만∼3만원씩 일정금액을 납입하면 나중에 결혼·장례· 회갑연 등의 경조사를 치를 때 일체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당시만 해도 ‘사단법인’업체가 많았으나 지금은 대부분 ‘주식회사’형태를 띠고 있다. 사업 영역과 규모도 영남지역에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점차 대형화·기업화 추세다. 한국상조업연합회 측은 “상조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업체와 회원, 시장 규모 등이 갈수록 증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국 상조업체는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해 2004년 100개를 돌파한데 이어 2008년 말 기준 280여개로 늘어났다. 업계에선 ‘상조회사가 자고 나면 또 생긴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이들 업체에 가입된 회원은 2007년(189만명)에 비해 40% 정도 증가한 약 265만명이다. 영세업체와 미등록업체까지 합할 경우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추산이다. 시장 규모만 3조원이란 추정도 있다.
상조업의 구체적인 현황 파악이 어려운 것은 계약자가 매월 일정액을 적립하는 점에서 보험업과 유사하지만 자본금 5000만원으로 관할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인 탓이다. 공정위는 2008년 10월 상조업체의 설립기준 자본금을 3억원 이상으로 정하고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고객 납입금의 50%를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의로 지난해 3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질질 끌다 1년여 만에 처리,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직까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곪을대로 곪은 고질병 터졌다”
상조업계, 불똥 튈라 노심초사 

상조업계 한 임원은 “상조 시장은 자본금 5000만원이면 쉽게 설립할 수 있는 낮은 문턱 때문에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그만큼 구조적으로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황에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비스가 부실하거나 파산하는 상조업체가 속출하고 있어 덩달아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조회사가 난립하다보니 부실·영세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대형 상조회사 가운데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는 실정. 다시 말해 고객 돈이 축나고 있는 것이다.
보람상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A사는 재무상태가 불안정하다. 자산에 비해 빚이 많고 적자폭도 크게 늘어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다. B사는 보증사에 예치한 금액이 회원들이 납입한 고객불입금의 1%에도 못 미친다. 공정위가 조사한 상조보증회사 평균 적립금액은 회원 총 납입금의 3% 내외에 불과하다. 대형업체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업체는 두말할 필요 없이 하나같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주요 상위 상조업체들의 회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회사들이 자본잠식 상태”라며 “상조업체들의 부실은 줄도산으로, 줄도산은 소비자 피해로 연결되기 때문에 업계 전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조업체의 부실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상조업 관련 소비자 불만 및 피해 건수는 2005년 219건에서 지난해 2446건으로 급증했다. 과다한 위약금 요구, 부당한 계약체결, 납입금 반환 거절, 서비스 불만족, 사업자 도산 뒤 장례서비스 미이행 등이 주요 피해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업체들은 여전히 사업 확장에만 혈안이다. 대대적 홍보마케팅 공세와 무리한 계열사 확장이 대표적이다. C사는 공중파, 케이블방송, 신문 등 각 매체에 선보이고 있는 광고에 거액을 들여 최고의 톱스타만 기용하고 있다. D사는 부금예수금 80% 이상을 상조 영업과 무관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수사 어디까지?’
후폭풍 확산 조짐


보람상조의 경우 현재 16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상조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웨딩업체 ‘보람상조플러스’, 스튜디오 ‘IT칼라’등 신규 사업을 벌이는가 하면 미국 현지법인 ‘보람USA’를 비롯해 C&Q Enterprise, PNG Trading 등 3개 해외 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또 ‘보람리조트’를 세워 제주도에 휴양리조트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조업 부실의 주원인이 고객의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업체들에서 비롯된다”며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고 다른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회사의 취약한 수익구조와 방만 경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최 회장이 받고 있는 횡령 혐의와 같이 고객돈 유용 의혹에 휩싸인 상조회사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부업체는 오너의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나돌고 있다. 보람상조그룹 수사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 상조업체로선 숨죽인 채 검찰 예봉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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