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신 충성경쟁' 막전막후

2014.10.13 12:20:18 호수 0호

청와대엔 '박근혜 대통령' 여의도엔 '김무성 대통령'?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김무성 대표를 향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신(新) 충성경쟁'이 시작된 모양새다.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도 꼽히는 김 대표를 향한 줄서기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새로운 충성경쟁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아직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 이례적인 현상이다. 살아 있는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으로선 여간 불경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은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취임 후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말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친이·친박이 모두 친무(친김무성)로 돌아설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일부 친박 인사들이 이러한 기류에 반발하고 있지만, 대세는 친이·친박이 모두 '김무성 울타리' 안으로 편입되는 분위기다.

김무성 울타리로
모이는 금배지들

김 대표는 과거부터 친이·친박 등으로 구분되는 당내 계파를 아우르는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한때 원조 친박이었으나 탈박(탈박근혜), 복박(돌아온 친박)의 과정을 거치며 친이·친박 모두와 연을 맺어 온 것이다.

하지만 7·30재보선 이후 이군현 사무총장,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등 친이계로 분류되는 비주류 인사들을 중용하며 '친박색 지우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지난달 실시한 98개 원외 당원협의회 당무감사를 계기로 이러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


현재 당 지도부를 비롯한 원내는 친무가 사실상 장악했지만, 원외 당협위원장 대다수는 친박과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된 원외 당무감사 명분은 당 조직 활성화와 재정비다. 그러나 친박계 한 관계자는 "당무감사로 탈탈 털면 문제가 없는 곳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김 대표를 따르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걸러 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무성 향한 충성경쟁 점입가경
'친박시대' 가고 '친무시대' 왔나

이러한 관측은 감사를 총괄했던 이 사무총장,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 정양석 제2사무부총장 등이 모두 친이계 인사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실린다. 원외의 한 관계자도 "당 조직 활성화와 재정비를 위한 감사라고는 하지만 7·4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를 지지하지 않았던 당협위원장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종 감사 결과는 이달 중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논의 후 확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감사 결과가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의 친박계 관계자는 "원외 당협위원장의 생명줄이 될 수도 있는 감사 결과를 가지고 따르는 이들은 덮고, 따르지 않는 인사들은 쳐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원외 당협에 대한 감사가 마무리되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중으로는 원내 당협에 대해서도 순차적인 감사가 실시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의원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이군현 사무총장은 해명자료를 통해 "현역 의원에 대한 당무감사는 현재 계획이 없다"며 "현역의원의 지역에 대해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유지하는 게 통례"라고 밝혔다. '친박색 지우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발빠른 조치로 풀이된다. 

'내조 정치'에도
'무대 파워' 드러나

김 대표의 부인 최양옥씨가 지난 1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부인을 대상으로 만찬 모임을 개최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에 위치한 한 뷔페식당에서 열린 만찬에는 90여명의 '사모님'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새누리당 남성 의원들이 139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2가량이 참석한 것이다.

이날 모임의 안내는 당 사무처 직원들이 맡고, 별도로 마련된 룸에서는 최씨가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식대 400여만원도 최씨가 자비로 계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 몇몇이 부부동반 모임을 가지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번처럼 의원 부인들만 대규모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 대표 측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연 행사는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참석자 규모나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김 대표의 최근 위상을 감안하면 단순한 격려 차원의 모임은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최씨는 그간 김 대표의 정치활동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삶의 영역을 구축해 왔던 터였다. 최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각자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그(내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최씨의 만찬 주최는 김 대표의 최근 행보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쉽게 말해 김 대표가 충성경쟁을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너도나도 '무대' 앞으로 헤쳐모여
부인 '내조 정치'에도 인산인해

김 대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의원들 스스로 나서고 있다는 정황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공산당 천펑상 대외연락부 부부장의 초청으로 오는 10월13~16일 이뤄지는 김 대표의 중국 방문에 함께 가기 위한 의원들의 로비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가까워지기 위해 국정감사(10월7~27일)가 진행 중인 와중에도 기꺼이 자리를 비우는 것을 택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것은 이제는 명실공히 '친무시대'가 열렸다는 방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의정활동의 꽃인 국정감사 기간에 이를 제쳐두고 그를 따라 중국에 가기 위해 의원들이 몰려들었다는 것은 줄서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김 대표 측에서 누가 방중단에 포함되는 지에 대한 함구령까지 내렸다는 후문이다. 과거 박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 해외로 떠날 때마다 의원들이 동행하고자 치열한 로비전을 벌인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 대표로 대상이 바뀌어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친박계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벌써부터 대권행보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시작된 권력이동
친박계 반격 주목

사실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줄서기가 시작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친박계의 반발로 내부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전당대회 이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온 '친박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근 침묵을 깨고 김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서 최고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의 민주화를 주장했고 독선·독주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이 지금 당의 여러 가지 상황이 바뀌었다고 그런 문제를 의논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를 직접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여러 정황상 이미 여권 내에서는 권력이동이 시작된 모양새다. 친박시대가 가고 친무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대통령(이명박)'과 '여의도 대통령(박근혜)'이 따로 있다는 말이 파다했다. 그러나 이제는 청와대에 박 대통령이 있다면, 여의도에는 '김무성 대통령'이 있다는 말이 나올 시기가 멀지 않아 보인다. 격세지감도 이 정도면 'KTX' 뺨 칠 정도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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