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대기업 고속도 휴게사업 노림수

2010.03.16 09:19:57 호수 0호

마구잡이 영토확장…이젠 ‘안전빵’하이웨이 전쟁

유통·외식업계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기업이 몰리고 있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휴게소 사업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 대기업이 과거 중소기업의 텃밭이었던 이 영역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가 뭘까. 그 사례와 노림수를 분석했다.

SPC, CJ, 한화, 코오롱 등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100% 현금장사’짭짤한 수익…참여사 확대 전망


세션 사업(공공시설내 서비스사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고속도로 휴게소. 대기업이 속속 이 영역에 손을 뻗고 있다. 현재 대기업이 각 계열사를 통해 운영 중인 휴게소는 전국에 20여곳에 이른다.

황금알 낳는 거위



종합식품기업 SPC그룹은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을 시작했다. SPC그룹 계열인 삼립식품은 청주-상주간 속리산휴게소를 비롯해 김천(양방향)·황전(양방향)·진주휴게소 등 고속도로 휴게소 6곳(6개 주유소 포함)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운영권을 낙찰 받았다. 속리산휴게소와 김천휴게소는 5월부터, 나머지 4개 휴게소는 올해 말 이후에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공개 입찰에서 낙찰된 대기업은 또 있다. 바로 풀무원이다. 한국도로공사는 휴게소 22개소와 주유소 23개소를 4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한 입찰에서 SPC그룹과 함께 풀무원 계열사 이씨엠디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서(양방향)·임실(양방향)·함평천지휴게소를 낙찰 받은 이씨엠디는 앞서 지난 7월 서울-춘천간 가평휴게소(양방향)를 수주해 오픈한 바 있다.

두 기업 외 이미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은 CJ그룹, 한화그룹, 코오롱그룹 등이다. 2006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고속도로 휴게소 시장에 진출한 CJ프레시웨이는 대구-부산간 청도휴게소(양방향)를, 한화리조트는 당진-대전간 공주휴게소(양방향), 공주-서천간 부여휴게소(양방향), 익산-장수간 진안휴게소(양방향) 등 6곳을, 코오롱건설은 덕평-이천간 덕평휴게소(상·하행선 통합)를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2007년 던킨도너츠를 시작으로 농심가락, 도미노피자, 카페 칸타타, 엔제리너스커피 등 대기업의 외식브랜드들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외식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사업영역이 무너진 가운데 대기업이 중소기업 텃밭인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넘보고 있다”며 “수익창구 다각화를 모색하는 대기업들의 유통·외식업계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휴게소 사업을 잡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컨세션 시장은 지난해 약 2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중 고속도로 휴게소는 60%가 넘는 1조4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컨세션 사업은 주로 공항이나 철도 등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지만 최근 휴게소 사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속도로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대기업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도심상권 포화, 홍보효과 극대화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 짭짤한 수익성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수는 160여개. 5일 근무제와 장기적인 불황으로 인해 해외보다 국내를 선택하는 여행객들의 수가 대폭 늘어나 하루 평균 수십만대의 차량과 2만여명의 고객수요가 존재하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란 게 한국도로공사 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휴게소 낙찰시 적어도 5년 이상 운영하는 대기업으로선 독점적 영업권이 보장되는 데다 100% ‘현금장사’여서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용이하다. 실제 6개 휴게소를 향후 최대 15년 동안 운영하게 될 SPC그룹은 연간 450억원의 매출과 상당한 이익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6개 휴게소에서 400억원 정도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풀무원의 가평휴게소와 CJ의 청도휴게소는 월 평균 매출이 각각 20억원 안팎이다.

한국도로공사는 1995년 고속도로 휴게소를 민영화로 전환하면서 공개입찰을 통해 각 업체에 운영권을 맡겼다. 그러나 군소업체나 개인들이 운영하는 휴게소들이 다양화·고급화된 소비자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자 지난해 3월 입찰 기준을 2개년 연속매출 200억원 이상, 운영권인수 보증금 100억원 등으로 강화해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아예 코오롱 건설처럼 민자 유치방식을 통해 직접 휴게소를 짓고 운영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다른 컨세션사업으로 노하우를 쌓은 대기업들이 휴게소 사업에 진출, 기존 휴게소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며 “첨단시설과 고품격 서비스를 앞세운 대기업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가 ‘황금알 낳는 거위’인 것은 아니다. 코오롱건설은 덕평휴게소에 2003년 10억원, 2004년 10억원, 2005년 10억원, 2006년 45억원, 2007년 14억원, 2008년 39억원 등 총 13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쏟아 부었다. 여기에 공사비만 200억원을 들였다.
그러나 덕평휴게소는 당초 기대와 달리 실적이 좋지 않아 ‘돈 먹는 하마’로 인식되고 있다. 덕평휴게소의 매출은 2007년 55억원에서 2008년 50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34억원, 3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돈 먹는 하마도

특혜 시비로 몸살을 앓는 경우도 있다.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쌍용그룹의 ‘휴게소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은 1998년∼2000년 계열사 쌍용양회가 갖고 있던 음성(양방향)·여주휴게소 등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을 헐값에 친인척 명의로 넘기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2004년 대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에 적발돼 이듬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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