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모레퍼시픽-전두환 일가 수상한 부동산 거래 내막

2010.03.16 09:06:25 호수 0호

묶인 땅 ‘덥석’…속아서 샀나 알면서 샀나

아모레퍼시픽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가 포착됐다. 상대는 다름 아닌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다. 수만평 부지가 전 전 대통령 일가에서 아모레퍼시픽 수중으로 흘러들어간 뒤 다시 나온 정황이 석연치 않다. 이외에 다른 의혹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연 어떤 내막이 숨어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의문투성이 부동산 거래를 들춰봤다.

전씨 처남소유 임야 포함해 오산 땅 12만평 매입
사적지 인접, 녹지구역 지정 등 개발제한 몰랐나


문제의 땅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에 있는 임야다.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소유한 오산 땅은 양산동 산19-3, 산19-57, 산19-116, 산19-117 등 일대로 모두 38만8542㎡(약 12만여평) 규모다. 아모레퍼시픽의 모회사 ㈜태평양이 2002년 사들였다가 2006년 회사가 분할되면서 아모레퍼시픽 소유로 명의가 이전됐다.

비자금 수사 확대전
임야 2만여평 매매

이들 임야의 공시지가(㎡당)는 아모레퍼시픽이 매입한 시점인 2003년 1만3000원대에서 지난해 7만8000∼8만2000원대로 6배 이상 뛰었다. 부지 바로 앞에 2005년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완공된 오산화성고속도로 등이 들어선 게 호재였다.
이 일대의 토지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수백배 비싼 가격으로 흥정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아모레퍼시픽의 땅이 수백억원을 호가한다는 계산이다.

이중 산19-116, 산19-117 2필지(6만6180㎡·약 2만여평)를 아모레퍼시픽에 판 인물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이순자씨 동생)씨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부지를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수사가 그 일가로 확대되기 전인 2002년 7월 이씨로부터 매입했다.
이씨는 1984년 12월 부친 고 이규동씨로부터 이 땅을 증여받았다. 예비역 준장으로 전역한 이규동씨는 5공화국 당시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내며 부동산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오산 땅을 이씨가 물려받은 것이다.

이씨는 YS정부 시절 부친이 증여한 오산 임야 26만평에 대한 증여세를 내지 않아 탈세 등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씨 일가의 오산 땅은 ‘5공 비리’청문회 때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씨는 검찰이 항상 예의주시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여러 번 수사선상에 오른 탓이다. 2004년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수사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이씨의 계좌에서 발견됐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십억원이 이씨에게 유입된 사실을 확인,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2205억원) 대납형식으로 이를 몰수했다.

앞서 2003년 11월엔 추징금 미납으로 경매에 부쳐진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별채를 감정가의 2배가 넘는 16억4800만원에 낙찰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희동 자택도 이규동씨가 전 전 대통령에게 증여한 재산이다. 현재 이씨는 조카 전재용씨와 함께 부동산개발 업체와 음향기기 회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진짜 주인 누구?’실소유자 의문
토지거래허가 미완료…신탁 상태


아모레퍼시픽 측은 오산 땅에 대해 공장부지 확보 차원에서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씨 소유인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스킨케어사업장(수원공장) 등을 오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따라 2002년 전후 양산동 땅을 집중 매입했다”며 “이씨의 땅 2필지 외에도 모두 12만여평에 달하는 양산동 임야를 사들였기 때문에 특정 인물과 연계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나중에 도시계획변경으로 수정이 불가피해 가장동 산업단지에 공장을 신축하기로 이전안을 변경하고 지난해 5월 기공식도 가졌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 측의 말대로라면 당초 양산동 임야의 개발이 거의 확실해 공장용지를 대거 사놨지만 갑자기 부지 용도가 바뀌어 할 수 없이 가장동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양산동 주변은 현재 도로 확장공사 등 개발이 한창이다. 또 일진전기, 중외제약, 선일레미콘 등의 대형 공장들도 들어서 있다.
하지만 양산동 땅의 경우는 다르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인근이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인 탓에 원래부터 이 일대의 개발이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부동산업자는 “(아모레퍼시픽이 매입한) 양산동 임야 일대는 사유지로 분류돼 매매가 가능하지만 인접한 곳에 오산에서 유일한 사적지가 있어 사실상 공장부지로 활용이 어렵다”며 “산을 깎아 공장을 만들 경우 문화유적의 훼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자는 “사적지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승용차 2대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출입 도로가 좁은데다 녹지구역으로 둘러싸이는 등 공장이 들어설 만한 주변 여건이 좋지 않다”며 “한번만 둘러보면 일반인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이런 정보를 대기업이 모를 리 없다”고 귀띔했다.



뒷편엔 ‘국가사적’
사방은 ‘녹지지역’

실제 아모레퍼시픽이 확보한 임야 바로 뒷편엔 ‘독산성’과 ‘세마대’등의 유적건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양산동 산19-60번지 일원에 있는 독산성은 문화재청이 1964년 지정한 국가사적 제140호다.
백제시대에 축성돼 권율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병 수만명의 대군을 격파한 군사적 요충지로 남한산성과 함께 한강이남 최고의 산성으로 꼽힌다. 세마대는 권율 장군이 독산성에 물이 부족한 점을 노린 왜군을 교란하기 위해 산 정상에서 흰쌀로 말을 씻기는 모습을 연출해 적의 사기를 꺾은 곳으로 전해진다.

오산시 측은 “일부 성곽만 남아있는 독산성과 세마대를 2015년까지 복원하는 등 74만7470㎡(약 23만여평) 규모의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시의 랜드마크인 유적지 등 주변 경관·환경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이 일대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전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생산녹지지역 등 녹지보전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보전녹지지역은 도시의 자연환경, 경관, 수림 및 녹지를 보전하기 위한 지역 ▲생산녹지지역은 주로 농업적 생산을 위해 개발을 유보할 필요가 있는 지역 ▲자연녹지지역은 녹지공간의 보전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 개발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다만 녹지구역이라고 해서 모두 개발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허가할 경우 용도 변경 등 제한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부동산개발업체 한 임원은 “건축시 제한사항이 많은 녹지지역이 주거지나 상업지로 용도가 변경될 수 있지만 그 기준은 해당 지자체마다 다르다”며 “도시계획이 잡혀도 개발이 수년간 정체돼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사례도 있어 녹지지역 매매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산 땅의 실소유 부분도 석연치 않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가장동 산업단지에 공장을 신축하기로 결정한 뒤 양산동 임야를 다시 매각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2006년 양산동 개발이 무산되고 확보한 부지를 한 부동산개발업체에 되팔았다”며 “이미 매각 대금도 다 받는 등 매매 거래가 끝났다”고 말했다.

“쉽게 알 수 있는 정보 대기업이 모를리 없다”

하지만 <일요시사> 확인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해당 임야 등기부등본상 양산동 산19-3, 산19-57, 산19-116, 산19-117 등 4필지를 여전히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이 법적으로 소유권자란 얘기다.

회사 측이 밝힌 재매각은 신탁 계약을 맺은 시점과 일치한다. 아모레퍼시픽은 2006년 3월 부동산신탁업체인 A사에 4필지를 일괄 신탁했다. 공교롭게도 A사는 이씨가 수십만평의 오산 땅을 신탁한 업체다. 아모레퍼시픽과 이씨가 같은 업체에 땅을 맡긴 셈이다. 신탁 시기도 2005∼2007년으로 겹친다.
토지신탁은 개발, 관리, 처분, 담보 등 크게 4가지로 나뉘는데 아모레퍼시픽이 A사에 신탁한 목적은 처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처분신탁은 의뢰자가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기면 신탁회사가 대신 부동산을 처분해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뗀 매각 대금을 의뢰자에게 주는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신탁과 관련 공시 오류로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6년 11월 3/4분기 재무제표를 공시하면서 ‘수원공장 이전을 위해 300억원 가량을 주고 산 오산 땅의 매각 가격이 약 800억원에 달해 이로 인해 472억원의 영업외 수익을 얻었다’며 472억원을 순이익에 포함시켰다가 당국의 토지거래허가가 종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정해 투자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토지 매각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익으로 잡았다 공시를 번복한 해프닝이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의 3/4분기 당기순이익은 707억원에서 365억원으로 줄었고, 순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7%에서 12%로 크게 낮아졌다. 오산 땅은 지금까지 토지거래허가가 나지 않아 아모레퍼시픽의 순이익으로 잡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공장부지로 매입,
전씨일가 소유 몰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법적으로 소유권을 아직 이전하지 않았지만 거래는 이뤄진 상태로 2006년 매매 이후 땅에 대한 세금도 실세 원칙에 따라 실소유자가 부담하고 있다”며 “소유자가 아모레퍼시픽으로 그대로 있는 것은 토지거래허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뿐 이젠 오산 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다음호에 아모레퍼시픽 수상한 부동산 거래 후속으로 ‘오산시 커넥션’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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