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둔 여야 잠룡들 ‘생사별곡’

2010.03.09 08:45:31 호수 0호

‘계급장’ 떼고 화끈하게 진검승부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세종시 정국 뒤로 지방선거가 바짝 따라붙고 있다. 지난 4일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공직사퇴 시한이 마무리되면서 ‘출사표’를 던질 이들의 대략적인 명단이 정해진 것. 대다수의 광역지자체장들도 재선이나 3선을 향해 발걸음을 떼고 있다. 여야 정당들도 후보 경선과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이와 더불어 잠룡들의 ‘지방선거 구상’도 차츰 구체화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의 성적이 향후 이들의 대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탄탄한 대권가도’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부터 ‘역전’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의 발걸음이 부산하다.



세종시로 흔들린 박근혜, ‘선거의 여왕’으로 복귀할까
‘쑥쑥’ 크는 정몽준·정운찬 세종시·지방선거로 진격

여야 잠룡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몸풀기에 들어갔다. 이번 6·2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인 동시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의 ‘예비시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지원을 통해 당에 대한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사람’을 전국에 심어 세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

‘선거의 여왕’ 박근혜
지방선거에 뛸까 말까

한나라당은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17일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가 굉장히 어려움 속에서 강하게 만든 정당”이라며 “한나라당이 어려운 선거를 치르는 데 박 전 대표가 그것을 간과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박 전 대표의 지방선거 유세를 주문했다.

지난 2004년 4월 총선과 2005년 국회의원 재보선, 2006년 6월 지방선거 등을 통해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만한 성과를 거뒀던 노련한 정치인의 모습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기대하고 있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지방선거 지원 여부를 지방선거의 중요 변수로 꼽으면서도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총선, 재보선 등 주요 선거에서 박 전 대표가 당을 위해 지원유세에 나섰던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은 선거가 가까워지면 박 전 대표에게 지원유세를 직·간접적으로 권했지만 박 전 대표는 “선거는 당 지도부의 책임”이라는 ‘원칙’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간혹 친박 후보에 대한 ‘암묵적인’ 지원이 ‘박심’으로 전해졌으나 대외적으로는 선거에서 손을 뗀 상태다. 특히 세종시 논란으로 당·정·청의 협공을 받고 지지율 하락이라는 상처를 입으면서 박 전 대표의 지방선거 지원 가능성은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전 선거와는 달리 지방선거는 당과 박 전 대표에게 중요한 의미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당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받게 된다. 수많은 선거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위기의 당’을 살려냈다는 점은 이미 그의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지만 이와는 별도로 현 정권의 중요한 ‘고비’인 지방선거에 얼마만큼 ‘역할’을 보였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것.

당 일각에서는 “‘선거의 여왕’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내보이는 것으로 차기 대권가도를 다지는 동시에 무너진 지지율을 회복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 정국으로 정치적 성장을 맛본 정운찬 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민주당 복당 후 정치적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 등 ‘정트리오’도 지방선거를 향해 눈짓하고 있다.

정 총리의 경우 세종시 정국에서와는 달리 지방선거에서는 특별한 ‘역할’이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 결과가 세종시 논란을 반영하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세종시 역할’에 대한 간접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곽에서의 지원사격 등으로 여권 잠룡군에서 ‘암묵적인’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반해 정 대표는 지방선거에 적극적이다. ‘승계직 대표’인 정 대표는 지방선거 직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임시 대표’로 끝나느냐, 당원들에게 집권 여당의 대표로 선택받느냐는 정치적 기로에 서게 된다. 이 결과에 지방선거 성과가 크게 반영될 것이 자명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것.

정 대표는 지난 9차 라디오 연설에서도 지방선거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는 공정한 경쟁과 객관적인 평가 그리고 투명성 속에서 치러내겠다”며 “한나라당 후보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의 시작점인 ‘공천’부터 다잡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야당은 6월의 지방선거를 중간평가라고 얘기한다. 이 대통령을 혼 좀 내주자고 선전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지방선거는 우리 동네를 잘 살게 만들 동네 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 연결시켜 평가니 심판이니 하는 것은 정치꾼들이 늘 하는 소리”라고 야당의 공세를 평가절하하면서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맡긴 임기는 5년이다. 국정을 운용하다보면 준비하는데 1년, 마무리하는데 1년이 걸린다.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기간은 중간의 3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 3년마저 반 토막 낸다면 도대체 누가 책임지고 일 할 수 있겠나”고 주장했다.


대권가도 정비하는 정동영, 안팎서 ‘내 사람’ 연합
손학규·유시민·오세훈·김문수·이회창 전세역전 노려

정동영 의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를 위해 토론회를 여는가 하면 당 안팎 인사들과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 것. ‘백의종군’을 강조하던 정 의원의 보폭이 커지면서 정세균 대표 등 당 주류와의 마찰도 커지고 있다.

정 의원은 호남지역에서의 후보 선출 방안으로 ‘국민경선’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당 경선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재성 의원의 비판에 직면했다. 최 의원은 “정 의원이 국민경선을 하자는 것은 자신의 팬클럽인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끼리의 조직 경선을 하자는 것”이라며 “패권주의가 발동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호남은 희생해서는 안되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혁신돼야 한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천혁신이 좌절되면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과 당 주류의 갈등은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세 대결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당 주류측은 김진표 최고위원을, 정 의원 등 비주류는 이종걸 의원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지방선거, 전당대회 등이 가까워질수록 정 의원을 중심으로 한 세 결집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 구심점으로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한경연)’가 주목받고 있다.

한경연은 정 의원이 미국 체류 중 한민족의 상생발전 및 800만 재외동포와의 수평적 연대를 위해 만든 것으로 미국 워싱턴과 뉴욕, LA 등 17개 지부가 창립된 상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광주·전남 본부가 문을 열었으며 지난 1일 전주에서 전북지부 창립총회가 열렸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정 의원을 비롯해 신건·유성엽 의원, 유균 공동대표와 회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손학규 전 대표, 유시민 전 장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정치권과 거리를 뒀거나 주춤했던 잠룡들은 재기의 기회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뛰고 있다.

여의도 떠났던 이들
재기·도약 발판 마련


정가는 손 전 대표가 선거전이 본격화되기 전인 3월말이나 4월 중순 전 여의도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나 정 의원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지방선거와 관련, 손 전 대표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지원 유세가 완전한 정계 복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지방선거 후 7월 재보선, 전당대회 등에 출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한’ 계획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가의 한 인사는 “슬슬 칩거를 마치고 현실 정치로 나설 때”라며 “재보선, 전당대회 등 주요 정치 행사를 통해 세를 확장하고 당권을 잡는 등 야권 잠룡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고 정치 판도도 많은 변화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하던 유 전 장관은 경기도지사 선거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모양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3일 국민참여당 제주도당 창당행사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당 소속으로 이미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고 서울로 주소지를 옮겼다”며 “당에서 요구가 있지만 함께 경쟁해 단일후보를 다투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에서는 꼭 서울이 아니라도 광역단체장 출마를 요구하고 있고 나도 고민하고 있다. 수도권 선거에서 MB정부의 독선에 제동을 걸고 한나라당을 패퇴시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면 출마를 할 것”이라며 조만간 수도권 광역단체장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회창 총재는 심대평 의원의 신당 창당으로 고민에 빠졌다. (가칭)국민중심연합은 이달 초 대전시당과 충남도당, 충북도당, 인천시당, 경북도당 창당식을 차례로 갖고 15일 창당한다는 ‘계획표’를 세운 상태다. 국민중심연합은 ‘충청의 자존심과 자부심, 정체성을 강화하는 정치세력’을 자처하며 “지방선거를 통해 과연 어느 정당이 진정한 충청의 적자인지, 충청을 통합하고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정당인지 심판받겠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선거 이후에는 충청을 하나로 묶는 일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연대연합의 문을 열어둔 상태다. 하지만 당장 지방선거에서 표심이 나뉘게 됐다는 점과 국민중심연합과의 연대연합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심기가 편치 않은 것.

오 시장과 김 지사는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에 적지 않은 도전자들이 몰렸지만 현역 프리미엄과 높은 지지율이라는 강점으로 ‘방어막’을 두텁게 치고 있다.
정치권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차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오 시장과 김 지사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들어 그들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얻게 될 정치적 성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